대리·유령수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을 둘러싼 불법 수술 정황이 구체적 수치와 증언으로 드러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핵심은 비의료인(영업사원 등)을 수술에 참여시킨 대리수술 의혹과, 실제 집도의와 달리 진료기록부를 허위 기재한 유령수술 의혹이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2021년 6월 28일부터 8월 2일까지 35일간 총 152건의 유령수술이 이뤄진 혐의가 적시돼 있다. 이 가운데 109건은 병원 소속 의사도 아닌 ‘성명불상자’가 수술자로 기재된 점이 특히 충격적이다.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이 정도 규모라면 특정 기간을 넘어 상시적으로 불법이 반복됐을 개연성이 높다”며 전면 재점검을 촉구하고 있다.
재판 증인으로 나온 전직 영업사원 제보자와 당시 스크럽 간호사 증언에 따르면 유령수술은 일상적으로 벌어졌고, 특히 ‘지방줄기세포 채취 수술’에서 빈발했다. 해당 시술은 복부·허벅지 등에 길이 약 30cm 내외의 탐침봉을 삽입해 피하지방을 채취하는 고난도 의료행위로, 의사만이 직접 시행할 수 있다. 그럼에도 비의료인이 독자적으로 시행했다는 진술이 법정에서 이어졌고, 병원 소속 응급구조사가 “이 수술을 자신이 가장 잘한다”고 말해왔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연세사랑병원 측 법률대리인은 시민단체 상대 가처분 신청서에서 “고용곤 병원장의 유명세로 환자가 몰려, 병원장 대신 다른 의사가 수술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취지를 적시한 바 있다. 이는 유령수술의 구조적 배경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용곤 병원장은 방송·유튜브·언론 노출로 인지도를 키워왔으나, 외래를 주 6일 운영하며 방송·촬영·수술을 모두 직접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의료계 중론이다. 실제로 고용곤 병원장이 집도의로 기재된 시각에 외래에 있었다는 정황을 목격한 보호자가 격렬히 항의했다는 증언도 제출됐다.
결국 병원은 진료기록부상 집도의를 병원장으로 기재해 환자의 신뢰를 확보한 뒤, 동일 시각 여러 개(4~5개)의 수술방을 가동시키고 타 의사 또는 신원 불상의 비의료인에게 수술을 맡기는 방식으로 영업·수술 시스템을 운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생명·신체의 안전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행위로서, 의료윤리와 법질서를 동시 위반한 사례로 지목된다.
문제는 처벌의 실효성이다. 국내에선 대리·유령수술이 적발돼도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고, 보건당국의 행정처분도 허술하다는 비판이 지속돼 왔다. 불법이 드러난 병원이 재판을 지연하는 동안 오히려 규모를 확대해 금전적 이익을 축적한 전례도 있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다수 선진국은 대리수술을 중대 범죄로 엄정 처벌하며,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제도화해왔다.
“오늘의 죄를 용서하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준다”는 경구처럼, 상습·조직적 대리·유령수술에 대해선 강력한 형사처벌과 즉각적 행정제재가 병행돼야 한다. 서울중앙지법은 공소사실 외에도 법정에서 제기된 다수의 불법 정황을 면밀히 심리해, 재발 방지의 분기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료계·시민사회의 요구가 거세다.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해치는 반의료적 행태에 단호히 제동을 걸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