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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뉴엘 페스트라이쉬 박사,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석방 주장 눈길

페스트라이쉬 박사 “박근혜는 남성 중심 한국 사회에서 제물이 된 첫 여성 대통령” ... 좌파이자 외국인이면서 2018년부터 박근혜 사면석방 주장해온 의리파 학자

하버드대학 출신 동아시아 문제 석학으로 잘 알려진 임마뉴엘 페스트라이쉬 박사가 최근 변희재 본지 대표이사의 태블릿 증거조작 문제제기에 힘을 실어준 가운데, 그가 과거 영자 매체 기고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석방도 선제적으로 제안하고 나선 일도 덩달아 화제가 되고 있다.



박근혜 정권 당시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좌파 학자로서 좌파의 관점에서 한국 정치 문제와 한국 사회 문제를 비판했었다. 그는 박근혜 정권의 사드(THADD) 배치를 반대했으며, 그가 규정하기로는 신자유주의적인 박 정권의 경제정책도 비판했다. 한미동맹의 중심의 한국 외교도 그의 눈에는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2018년 10월 9일자 ‘아시아타임즈(Asia Times)’ 기고문 ‘문재인 대통령님,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십시오(President Moon: It’s time to pardon Park Geun-hye)’를 통해 탄핵 이후 뇌물죄 혐의로 옥살이를 하고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석방을 선도적으로 제안하고 나섰었다. 박 전 대통령의 수난 문제는 이념 문제를 넘어선 문제라는 것.

이 기고문에서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년 징역형 선고를 받은 사실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33년 징역형 선고를 받은 사실을 비교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무도 변호를 해주고 나서는 이들이 없지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유독 거의 2년 가까이 계속해서 박 전 대통령을 변호하는 수많은 국민들이 있다는 사실에 그는 주목했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한국의 많은 국민들이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가 재판 과정과 언론 보도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으며, 그녀가 한국 사회의 모든 병폐에 대한 희생양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전했다. 또한 그는 박근혜의 불법행위가 있었지만, 이는 박근혜가 주도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근혜는 주변의 권고를 따른 수동적인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박근혜의 지지자들도 법원이 33년이라는 극형은 너무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점도 소개했다.



이번 기고문에서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자신이 박근혜에 대한 편향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자신이 좌파 학자인줄 잘 아는 박근혜가 자신이 쓴 책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에 호평을 해준 점에 대해서 감사의 감정을 공개적으로 전하기도 했다.

다음은 페스트라이쉬 교수의 허락을 얻어 공개하는 그의 ‘아시아타임즈’ 박 전 대통령 사면석방론 전문이다.

* * *

문재인 대통령님,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십시오
President Moon: It’s time to pardon Park Geun-hye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EMANUEL PASTREICH)


지난주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징역 15년형과 벌금 130억 원(미화 1150만 달러)형을 선고받으면서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충격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부패 상황을 접하고서 충격을 받았지만, 필자의 친구들 중 상당수는 한국이 부패한 지도자를 감옥에 가두고서 그 불법행위를 공개할 수 있는 나라라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다. 

서울시장 재임 시절 추진한 개발사업 등으로 부를 축적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업을 하는 방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통점이 많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달리, 이 전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집결한 보수단체는 없다.

반면에 많은 사람들이 현재 수감 중인 또 다른 전직 대통령 박근혜의 석방을 요구하기 위해 집회를 열고 있다. 그들은 한국 최초(그리고 지금까지 유일한)의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가 재판 과정과 언론 보도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으며, 그녀가 한국 사회의 모든 병폐에 대한 희생양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는 수많은 불법행위에 휘말렸다. 그러나 이명박과는 달리, 박근혜는 그런 불법행위를 주도하지 않았다. 그녀는 주변의 추천을 따랐고 수동적인 입장이었다. 박근혜의 지지자들은 그런 그녀에게 일반적인 살인죄의 형벌보다 더 긴 33년형을 선고한 것이 너무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명박은 범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박근혜에 비해 더 주도적인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형량은 상대적으로 짧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건에서 특히 충격적인 점은, 막대한 제도적 부패 문제로 두 여성(박근혜와 그 측근 최순실)이 비난받고 처벌받은 반면, 박근혜의 남성 정책보좌관들 중 상당수가 처벌받지 않고 빠져나갔다는 사실이다. 사치품에 탐닉하는 여성을 부패 혐의로 공격하는 것은 과거 중국 당나라 시절 현종의 후궁이었던 양귀비에 대한 공격을 연상시키며, 전형적인 가부장적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양귀비의 반대파들은 강대한 양씨 가문을 견제하려고 했다. 

어떤 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무너뜨린 것은 정치적 수완의 부족,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고집이었다. 그녀는 즉시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는 사임을 거부했으며 주변 사람들을 비난하지도 않았다. 여기서 필자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사건에 대한 박근혜의 대응 부족을 두둔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에게 돌을 던지기 전에 한국의 부패한 정치 문화를 더 폭넓게 살펴보자는 말을 하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함으로써, 리더십을 발휘하고 당파적 정치를 초월할 기회를 얻었다. 그것은 한국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 또한 이는 정치에 대해 보다 관용적인 접근을 위한 계기가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인들이 수십 년간 지속된 남북간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조치는 절실히 필요하다.

이해와 용서 및 수용을 위한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인들을 단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빈부격차의 증가, 사막화, 해수면 상승 등의 문제에서 북한 사람들과 남한 사람들은 생각보다 공통점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김정은과 그 가족을 이해하고, 남북 화해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에게 아부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박근혜에 대해 더 관대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박근혜는 비극적이고 고립된 인물이다. 설령 무책임한 행동을 했더라도 동정을 받을 여지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하기 가장 좋은 인물은 미국의 유명 정치인의 딸인 패티 허스트(Patty Hearst)일 것이다. 패티 허스트는 강력하고 큰 분노를 품은 미국 출판업자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William Randolph Hearst)의 딸로, 1974년 미국 테러단체 심비온 해방군(Symbionese Liberation Army)에 납치됐다. 패티 허스트는 그들과 함께 은행강도 등 수많은 범죄를 저질렀다.

그녀는 나중에 체포되었고, 납치범들과 함께 저지른 범죄로 인해 재판을 받고 투옥되었다. 지미 카터(Jimmy Carter) 대통령은 허스트가 납치 당시 자유가 없었으며, 불법 행위를 했더라도 테러범들로부터 강요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해서 그녀의 형을 감형했다.

박근혜는 신생 국가인 한국의 파란만장한 정치사 과정에서 고아가 되었다. 그녀의 어머니 육영수 여사는 1974년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하려던 암살범에 의해 사망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5년 후 자신의 중앙정보부 부장에게 암살당했다.

한국 주류에서 버림받은 후 외롭고 혼란스러웠던 박근혜는 카리스마 넘치는 종교 지도자 최태민의 영향을 받아 그를 전적으로 신뢰하게 되었다. 최태민의 딸이며 현재 악명 높은 최순실씨와 박근혜의 인연은 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순실이 없었다면 과연 박근혜 대통령이 비리에 연루되었을지 의문이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는 목적이 표를 얻거나 지지율을 올리려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문 대통령의 정치력을 보여줄 것이며, 문 대통령을 반대하는 보수 세력에게도 북한과의 화해 정책을 설득할 계기가 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통일 대박’을 외치며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녀는 동북아 공동체 구축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중국, 러시아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와 충돌했다.

마지막으로, 일각에서는 나의 이런 주장에 대해 편향적이라는 지적을 할 것이다. 예전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필자의 책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을 칭찬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그녀의 발언에 감사했었다. 하지만 그녀가 내 책을 지지한 사실과 내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다른 발언들을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생각보다 더 입체적인(complex)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그녀의 부친 박정희도 입체적인 인물이었다. 오늘날 한국인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인 통치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설치를 비판했고, 박근혜 정권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비판했고, 또 한미동맹의 기본 전략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대부분의 대통령은 나같은 비판가를 최대한 멀리했겠지만, 박근혜는 달랐다.

한국은 앞으로 다가올 복잡한 경제 및 안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선의를 동원해야 한다. 지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한다면 국가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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