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태블릿재판 항소심 제10차공판이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422호 법정에서 열린다. 지난 1월 이후 약 4개월만이다.
피고인(변희재 외 3인) 측은 8일 공판을 준비하며 이 사건 태블릿에 대한 불법포렌식을 명령한 검사의 실명을 요구하는 사실조회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밖에도 디지털포렌식, 김한수 위증 등과 관련해 핵심적인 사안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이동환 변호사는 또 JTBC측 변호사가 본 재판의 거의 모든 서류를 열람·복사 신청하고 재판부는 이를 하나도 빠짐없이 허가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정작 피고인 측이 신청하는 증인신청과 사실조회 등은 쉽게 허가하지 않고, 그나마 도착한 사실조회 회신서에 대한 복사도 이유없이 늑장을 부리며 허가하지 않기 일쑤다. 재판부의 열람복사 지연허가는 피고인들이 재판을 준비하는 데 심각한 차질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하나카드는 지난 3월 17일 회신서를 보내왔지만 재판부는 명확한 이유 없이 복사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변호인단은 하나카드와 SK텔레콤 측이 보내온 회신서를 확인하지 못한 채 8일 공판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동환 변호사는 그 밖에 검찰이 최서원(최순실)의 태블릿이라는 증거로 제시한 ‘L자패턴’을 둘러싼 논리적 모순과 증거 조작 정황, 입증자료 미비 등을 지적하는 의견서도 제출했다. 또 고소인 JTBC와 태블릿 실사용자 김한수의 사전 유착 의혹에 관한 의견서도 제출했다.
한편, 지난 1월 14일 공판에서 재판부는 검찰이 분실했다고 하는 ‘검찰 이미징파일’ 파일 대신 ‘국과수 이미징파일’을 3월까지 받아주겠노라 서약을 한 바 있다. 피고인들이 증거를 인멸했다는 검찰청에 대한 압수수색과 증거조작에 가담한 김한수를 증인신문하지 않으면 기피신청을 할 태도를 보이자 재판부가 타협안을 제시했던 게 바로 ‘국과수 이미징파일’이다.
재판부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따라서 친검찰 인사인 심규선 국과수 연구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피고인들은 도저히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심규선은 이 사건 태블릿PC 포렌식에 참여한 국과수 연구관이다.
피고인들은 ‘태블릿 조작’이 다 드러난 마당에 조작된 태블릿을 입맛대로 출력한 검찰·국과수의 포렌식 보고서는 증거로서의 가치가 전혀 없다는 판단이다. 무의미한 증인신문에 앞서 우선 태블릿의 이미징파일 자체를 주면 이걸 2개 민간 포렌식업체에 맡겨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조작했는지부터 명백하게 밝히겠다는 것.
당연히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이같은 주장에 지난해 8월 동의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요구하는 태블릿 이미징파일을 즉각 내어주라고 검찰에 명령했다. 그러나 검찰은 자신들이 보관하고 있는 2016년 검찰 이미징파일과 2017년 국과수 이미징파일을 모두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급기야 이미징파일은 분실했다고까지 주장했다. 이는 증거인멸이다.
이에 따라, 피고인들은 이번 공판에서 검찰청에 대한 직권 압수수색을 강력하게 요구·관철할 방침이다. 또한 태블릿 실사용자로 명백한 위증이 드러난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증인신문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공판에는 피고인들과 차기환, 이동환 변호사가 출석한다. 포렌식 전문가 김인성 M포렌식센터 대표(전 한양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도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볼 예정이다.
한편, 태블릿재판 항소심 재판부의 재판장이던 반정모 부장판사가 지난 2월 인사이동했다. 새로 부임한 판사는 전연숙 부장판사다. 전 판사는 제주 출신으로 신성여고를 나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업연수원을 28기로 수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