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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야당추천 이사들, 패 가르며 무조건 반대

논외 사항 논의하자며 ‘막장’ 유도…최강욱 이사, “그 동안 억울했다”

지난 28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 이사회에서 야당 추천 이사들이 방문진 추진 사업으로 제안된 북한 관련사업 내용에 대해, ‘북한 인권문제’ 라는 당위론적 사유를 거부한 채, MBC 현안 처리에는 왜 속도를 내지 않느냐고 비아냥거리며 사업추진 반대 입장을 내세웠다.

반면, 같은 자리에서 야당추천 이사들은 자신들이 제안한 이사회 회의 ‘속기록’ 관련 안을 설명하며, ‘당연히 존재해야 한다’는 당위론적 이유를 들면서 방문진 현행 회의록 작성 및 공개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해, 자신들의 입장과 고집만 내세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방문진 속기록 작성여부는 지난 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언급된 이 후 거의 매 회의에서 야당 추천 이사들이 문제 삼아왔고, 같은 해 12월 ‘현행방식 유지’로 의결됐다. 특히, MBC가 지난 2012년 파업 이후 진행 중인 소송비용 관련 자료를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원하고 있으며, 방문진 일부 이사가 최민희 의원과 관련 내용으로 통화한 사실이 회의 도중 폭로되면서 야당추천 이사들이 크게 흥분하기도 했다. ‘속기록’ 작성 주장에 대한 정파적 목적을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드러나자, 당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날(28일) 회의에서 안건을 제안한 이사들은 북한 주민도 법률상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이들의 인권과 정보접근권 등을 보장하는 데에는 이전에 방문진에서 진행했던 ‘북한 나무심기’ ‘뉴욕필하모니 평양공연’ 지원보다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사업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또, 북한 인권문제의 ‘시급성’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완기 이사(야당추천)는 사업 추진 안건이 ‘급조됐다’는 의심이 들고, 국정원이나 청와대 혹은 특정 우익단체의 요구가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며 본인이 했던 ‘불순하다’는 표현에 대해 설명했다. 여당추천 이사들이 제안한 안건에 대해 정파성을 우선 의심한 것.

방문진 북한 관련 사업 논의…불신, 궤변, 억지로 점철된 소모전

이완기 이사는 결의사항으로 올라온 안건임에도 “자꾸 결론을 내리려고 하기 때문에 의구심이 든다”는 궤변을 늘어놓는가 하면,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회의 도중 ‘추진해야 한다’거나 ‘서둘러야 한다’는 발언이 나오면 의구심이 든다고 말해, 사실상, 사업 추진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분명하게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은 채, 사업 제안 취지에 공감한다며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고영주 이사장은 콘텐츠 제작으로 범위를 좁히자는 의견을 냈고, 또, 일부 이사들은 소위원회를 구성해 쟁점화 될 수 있는 부분을 종합 정리 후 본 회의에서 그 내용으로 다시 논의를 해 보자는 절충안을 냈다.

최강욱 이사는 “‘북한 나무심기’ ‘뉴욕필하모니 평양공연’ 지원처럼 (북측이)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저지를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우려하면서까지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는 의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소위원회를 구성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예상되는 여러 쟁점 사항들을 정리해 보자는 절충안에 대해서는 왜 자신을 포함한 야당추천 이사들의 제안 안건에는 이런 식으로 처리하지 않았느냐며 “옛날에 억울했던 것 생각나서 그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음 논의안건인 ‘속기록’ 작성 관련해서도 소위원회를 만들 것이냐며 타 안건을 논의에 결부시켰다.

그러자, 이완기 이사는 “긍정적으로 수용하되, (노사문제, 방송공정성문제 등) 지금까지 나왔던 여러 쟁점들에 대한 소위원회 구성을 다음 이사회 안건으로 내겠다”며 절충안에 반발했다.

유의선 이사가 서로의 불신으로 인해 합의를 이룰 수가 없다고 말하자, 이완기 이사는 “불신할 수밖에 없다”면서, 다음 논의 안건인 ‘속기록’ 관련 건을 당장 논의 하자고 고성을 내고, 소위원회는 여야 구성비를 ‘2:2’로 해야 한다는 등의 논외 안건을 연달아 제기했다.

이에, 최강욱 이사는 “당연히 2:1 구성으로 생각하시는데, 2:2는 왜 안되느냐”고 동조했고, 권혁철 이사는 “거꾸로 2:2는 되고 2:1은 안 된다는 건 논리가 되느냐?”면서 논외 안건으로 말씨름이 붙었다. 소위원회에서 결론을 내는 것도 아닌데 왜 기본 틀을 깨느냐는 의견이 나오자, 이완기 이사는 야당추천 이사 3인이 소위원회를 하겠다는 다소, 황당한 발언을 내기도 했다.

논의가 아닌 사업추진 반대를 위한 소모전이 진행된 셈이다. 결국, 논의종결을 위해 쟁점 정리를 위한 소위원회 구성에 다수의 이사들이 찬성 의사를 밝히자, 이완기 이사는 “(여당 추천) 여섯 분이 다 하시라”면서 노골적으로 여야 패를 갈랐고, 유기철 이사도 “(여당 추천 이사들이) 똘똘 뭉쳤다”며 소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서로 다른 9인의 이사가 각자의 관점에서 ‘당위’와 ‘현실’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합의체에서 야당추천 이사들이 이처럼 ‘억울함’을 호소하며, 제안된 안건을 추진하지 않는 모습으로 ‘막장’을 유도한 셈이다.

한편, 같은 날 상정된 ‘속기록 및 회의록의 보존과 공개 형식에 관한 건’은 지난 해 12월 ‘현행방식 유지’로 의결된 건으로, 이 날 논의여부는 각하됐다.

고영주 이사장은 이와 관련, “10일전에 안건으로 상정하면, 사무처에서 형식적인 것은 심사할 수 있어도 실질적인 것은 심사할 권한이 없다. 일단 안건으로 접수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것을 과연 회의에서 다룰 만한 대상이냐 하는 것은 이사회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속기록’ 작성 여부는 앞선 회의에서 ▲9기 이사회 당시 속기록을 작성하고 공개했으나, 특정 이사 혹은 특정 발언에 대한 언론들의 일부 왜곡된 보도로 인해 이사회에서의 발언이 자유롭지 못했던 전례 ▲KBS나 EBS와 달리 영업행위를 하는 MBC로서 영업기밀이 포함될 수 있는 점 등 현실적 상황과 함께, 현행 방식으로 인한 문제점이나 불편함이 없으니 일정기간 지켜보자는 의견 등이 더해져 ‘현행방식 유지’로 의견이 모아졌다.

방문진은 ‘공공기관의 정보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공공기관으로 명시돼 있으나,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상 기록물 작성 기관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따라 방문진은 ‘속기록’에 해당되는 회의 보조자료를 작성해 각 이사들의 검토 후 이를 요약한 회의록은 공개하고 기 작성된 회의 보조자료는 회의록 완성 3개월 후 폐기하고 있다.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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