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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꼼수와 억울한 국정원

테러방지법 저지 빙자한 국정원 불신 조장 야당에 도움 안 된다


야당이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해 47년 만에 부활시킨 필리버스터가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대중이 이런 정치적 이슈에 큰 관심을 보인 것 자체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야당의 행태로 인해 이 제도에 대해 뭔가 오해하는 듯한 부분은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부 언론이 ‘무제한 토론’이라고 미화시킨 필리버스터는 정확히 하면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소수파가 다수파 법안처리를 방해할 수 있도록 한 장치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다수파 횡포를 막을 소수파의 견제 장치 운운도 틀렸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만들어지면서 슬그머니 부활한 필리버스터는 안 그래도 소수당 허락 없이는 법안 하나 처리하지 못하도록 다수당의 손발을 묶어 버린 상황에서 소수당에게 무기 하나만 더 안긴 꼴이 됐다. 필리버스터를 이용해 마치 선거운동을 하는 듯한 야당의 행태에도 재적 의원 5분의 3(176명)이 동의해야 중단시킬 수 있는 작금의 현실이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다.

특히 야당은 4·13총선을 앞두고 필리버스터를 정치적으로 악용했다는 의심과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우리 국회법 제 106조 2에는 “무제한 토론을 실시하는 중에 해당 회기가 종료되는 때에는 무제한 토론은 종결 선포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해당 안건은 바로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야당은 자신들이 국회의원으로서 할 일을 제쳐두고 필리버스터를 계속 이어갔다고 해도 2월 임시국회가 끝나고 3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이미 직권상정 된 테러방지법은 어차피 표결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이걸 알고도 테러방지법을 핑계로 야당 의원들은 법안처리의 문제보다 누가 더 오랜 시간동안 발언하고 버티는지 기록경쟁이라도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포털의 실시간 검색 상단에 이름이 오르고 한때 필리버스터 최장시간을 갈아치웠다는 모 의원 계좌로 정치후원금이 쇄도했다는 언론보도가 줄을 잇고 다른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기록을 깨려는 듯 나서는 모습도 그 하나의 방증이다.

필리버스터 야당의 꼼수 안 먹힌다

야당은 의도했든 아니든, 필리버스터를 선거운동에 십분 활용했다. 역대 최악이란 평가를 받은 19대 국회의 주역들이, 다시 당선되겠다고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한 것이다. 필리버스터가 현역의원 기득권 수호를 위해 작동한 꼴이다. 그 하나의 증거가 ‘모든 발언은 의제외에 미치거나 허가받은 발언의 성질에 반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국회법 제102조(의제외 발언의 금지)를 정면으로 위배했다는 점이다. 의원들이 단상에 올라가 떠든 내용들을 보자.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성공회대 모 교수가 썼다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 정치'를 읽어 내려가며 국정원 댓글 사건, 정수장학회 전신 부일장학회 헌납 문제 등을 생뚱맞게 끄집어냈다. 더민주 은수미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는 중국을 자극할 것" 운운으로 자신의 사대적 발상을 유감없이 자랑했고, 최민희는 조지오웰 1984를 읽었다.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란 사람들이 대놓고 법을 무시하는 모습을 만천하에 자랑한 것이다.

이런 꼴을 말려도 시원치 않을 사람들인 이종걸 원내대표는 “의회민주주의의 새역사”라며 찬가를 불렀고 문재인 전 대표는 “대단하다, 힘내라”고 응원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필리버스터 취지도 모르고 의제와 상관없이 제 맘대로 지껄이면서 대놓고 법을 깔아뭉개는 이런 자들이 과연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인가. 다음 총선에서 뽑아줄만한 자질을 갖춘 사람들인가. 과연 우리 국민 몇이나 ‘그렇다’고 수긍할 수 있겠나. 테러방지법을 반대한다면서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의식이라도 한 것처럼 엉뚱한 헛소리로 서로 시간끌기 경쟁이나 하는 이런 행태를 두고 선거운동이 아니라고 한다면 도대체 뭘 가지고 선거운동, 불법선거운동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렇다고 야당이 필리버스터로 국민 지지를 더 받은 것도 아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2월 넷째주 여론조사(23일~25일 실시)에서 더민주는 전주보다 지지율(19%)이 오히려 더 떨어졌다. 얄팍한 꼼수가 먹히지 않은 것이다.

국정원 불신 조장하는 야당의 조국은 어디인가

테러방지법을 걸고 넘어져 국정원에 대한 막무가내 불신을 조장하는 행태도 과연 야당이 대한민국의 정당인지 의심스럽게 만든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마치 온 국민이 국정원의 감청대상, 계좌추적 대상이 될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지만 야당의 주장은 허위다. 법안에 의하면 통신정보와 금융정보 수집대상은 ‘UN이 지정한 테러단체의 조직원’이거나 ‘테러를 일으키고자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로 일반 국민들과 전혀 상관이 없다. 외국인 테러 혐의자를 조사하려면 대통령 승인을 받아야하고 내국인일 경우엔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영장을 발부받아야만 한다. 그것도 국정원이 직접 감청하거나 계좌를 조회하는 게 아니라 통신사와 금융거래분석원(FIU)의 허가조치에 따라야 한다. 국정원이 아무 제약없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건 명백한 거짓말이라는 얘기다. 현행법만으로도 충분히 테러를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현행법으로는 IS조직원이 국내에 들어와 활동해도 처벌하지 못한다.

야당은 필리버스터로 테러방지법을 저지하면서 온갖 조건들을 내걸어 누더기법안화, 실제로는 법안무력화를 시도했다. 한편으로는 국정원이 온 국민을 감시하게 될 것이라며 동네방네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국정원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자꾸 국정원 댓글 사건 운운하는데 민간인들에 대한 무차별 불법도감청을 자행했던 시절은 김대중정권 시절이었다는 사실을 잊으면 곤란하다. 이때 국정원장들은 그 일로 사법처리까지 받았다.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의 치명적인 흑역사는 모르쇠 하고 오직 보수정권에서 있었던 댓글사건이나 떠드는 것은 후안무치한 태도다. 더 나아가 박정희 정권 시절까지 운운하는 것은 그 자체가 시대착오다. 야당의 지금 행태는 국민을 위해 정부여당의 권력을 견제하자는 게 아니라 아예 나라를 깽판치자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특히 끊임없는 국정원 무력화 시도로 국민을 편 가르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작태는 도대체 야당의 조국은 어디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또 국민들의 불신을 더욱 키우고 친북종북 논란을 계속해서 자초하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역풍이 걱정되는 야당 제정신 차려야

야당은 국민의 이익과 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을 막겠다고, 또 그것과 무관하게 선거운동의 한 방편으로 악용해왔다는 비판을 받은 필리버스터를 29일 이후에도 계속 이어간다면 더 큰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만일 총선이 연기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회적 비용과 혼란의 책임은 전적으로 야당에게 돌아갈 뿐 아니라 국민의 더 큰 분노가 고스란히 야당을 향하게 될 것이다. 필리버스터로 반짝 관심을 받았던 부분은 더 큰 역풍이 되어 되돌려 받을지도 모른다. 야당은 테러방지법에 대한 더 이상의 생트집을 접고 처리에 협조해야 한다. 또 국회로 온 선거구획정안도 당연히 처리해야 한다. 필리버스터는 기득권을 가진 야당 현역 의원들의 선거운동의 한 방식일 뿐이라는 의혹을 이젠 많은 국민들도 갖게 됐다. 무엇보다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볼모로 자신들의 정치적 잇속이나 차린다는 비난을 더 이상 받지 않으려면 야당이 그만 제정신으로 돌아와야 한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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