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표가 당 내분 수습에 들어간 가운데 제1 야당 분열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탈당에 이어, 17일 문병호·유성엽·황주홍 등 비주류 3인방이 “총선과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문대표가 “정략적으로 당을 흔드는 세력에 대해선 책임을 묻겠다”며 당 내 일부 세력을 압박한 덕분인지, 탈당 흐름에 한편으로는 ‘친노’세력이 대거 입당신청을 하고 있어,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은 ‘혼돈’ 그 자체다.
입법률 최저를 기록한 19대 국회 임시회기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 같은 야당의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과연 여야 합의하에 ‘민생’ 관련 법안들이 연내에 제대로 처리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CBS 김현정의 뉴스쇼 의뢰)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쟁점법안의 국회의장 직권상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 ‘경제를 국가비상 사태로 보는 것은 과장된 해석으로 직권상정은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이 46.0%, ‘경제가 국가 비상사태이기에 직권상정 해야 한다’는 찬성 의견이 41.9%로 조사됐다.
국회의장 직권으로 국회 본회의에 안건을 상정하는 데 반대 여론이 높게 나오기는 했지만, 찬성여론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정의화 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법안의 직권상정은 안 하는 것이 아니고 법적으로 불가하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라며, 선거구 획정안 외에는 국가비상사태가 아니라고 판단해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이라고 불리는 개정 국회법 제85조에는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안건을 직권상정할 수 있는 경우는 △천재지변△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 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하는 세 경우다.
그러나 정 의장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의 ‘직권상정’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민생’ 논의가 최우선이어야 할 국회가 선거구 획정안만 겨우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17일)정의화 국회의장에 대해 “주요쟁점 법안에 대한 여야의 합의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정상적인 국회 상태를 정상화시킬 책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야당은 당내 갈등에 대해서 사즉생의 각오로 난국을 돌파한다고 당 대표가 얘기했는데 지금 사즉생으로 나설 것은 집안싸움이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민생과 경제를 구하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것”이라 야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같은 자리에서 “절박한 법안 처리를 앞에 두고 당내 권력투쟁에 따른 무책임한 논란과 혼란으로 입법기능이 마비됐다는 게 문제”라며, 현 국회를 ‘입법 비상사태’로 규정, 정 의장의 직권상정을 주장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마지막 순간까지 여야가 대타협해서 의회주의 원리에 의해 원만하게 개혁안을 처리돼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 비상구를 열어야 한다”며, 경제법안,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노동개혁법 등의 연내 처리를 위한 정 의장의 결심을 촉구했다.
이에 반해,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선거구 획정안 직권상정에 대해서도 여전히 ‘반헌법적 의사결정’ 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데다, “대통령이 집착하는 법안이 통과 안되는 게 우리당의 책임처럼 몰고가는 건 안된다”고 발언해,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해서라도 입법이 추진돼야 한다는 여론을 오히려 자극하고 있다.
이 날, 종합편성채널에서도 선거구 획정안 외에도 조속한 법안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일었다. 국회의원 밥그릇 챙기는 선거구 획정안보다 민생현안이 훨씬 중요하냐는 반응이다. 또, 야당이 협상파트너로 나설 상황이 아닌 현 국회 자체가 비상사태에 준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와 관련, 대안경제연구소 김동환 연구소장은 JTBC 아침뉴스 ‘아침&’에 출연,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인 3.1%에 대해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성장률은 실질적인 성장률보다 늘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3.1%는 정부가 내 놓은 성장률 전망치고는 가장 낮은 수치다. 행간을 보면, ‘내년도 우리 경제가 훨씬 어려워질 수 있겠습니다’ 라고 얘기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성장률에 대해 미련을 버리고, 우리 산업의 구조조정 노동시장개혁 등 너무너무 골치 아픈 경제 숙제와 개혁들을 빨리 빨리 정치권이 도와 해결하고 해를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경제가 내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채널 A돌직구쇼 안형환 전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의 국회 상황에 대해 “국회의원이 민생 논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지금 모두 내년 총선에만 집중하고 있을 것”이라는 돌직구를 날렸다.
미디어내일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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