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변화를 외쳤던 고대영 사장의 첫 인사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로 KBS 내부가 들끓고 있다.

편성규약 개정과 노사관계 재정립 등 험로가 예상되는 개혁과제를 받아든 고 사장이 정작 이 과정을 함께 해나갈 주요 인사들을 대부분 무소신, 기회주의자 평가를 받는 인물들로 채웠다는 평가 때문이다.

고 사장이 첫 인사를 단행한 이후 내부 구성원들은 허탈감과 분노로 격앙된 분위기다.

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은 27일 성명을 발표하고, “무색무취 그리고 무탈. 변화를 싫어하는 일부 공기업 조직에선 얼추 승진할 법한 인사들이나, KBS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개혁적 마인드와 추진력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무탈하게 자리만 지켜온 인물들이 대거 조직의 관리자로 나선다는 건 KBS 조직의 관료화를 가속화하는 결과로 돌아올 것이다. 고대영 사장은 이런 인사들과 함께 취임 일성으로 외친 “생존을 위한 변화”를 시작하겠다는 말인가? 극히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KBS 공영노동조합(위원장 황우섭)은 “많은 기대 속에 첫 인사를 단행한 고대영 사장의 지난 26일자 집행간부 인사와 부사장 임명동의 요청을 보고, 우리는 경악하고 있다.”며 “대부분 국가기간방송으로서 KBS의 역할과 책무에 대해 무소신과 이중 처신 인사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당초 고 사장이 KBS 적폐를 해소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던 구성원들 가운데 일부는 “편성규약 전투에서 사장 믿고 몸 던질 의지가 없어졌다. 일이나 하겠다”며 실망감에 돌아선 이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고 사장이 취임 시 밝힌 개혁의지와 다른 신호로 읽히는 이번 인사에 대한 실망감과 충격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 고대영 사장 후보를 특정해 절대불가 의사를 밝혔던 언론노조KBS본부는 고 사장 이번 인사에 대해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언론노조 기관지격의 미디어비평지 미디어오늘 역시 고 사장 첫 인사에 대해 별다른 비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첫 인사를 다룬 기사 <고대영 KBS 사장 첫 인사 살펴보니…>에서 다른 인사에 대한 별다른 지적 없이 특히 조인석 TV본부장을 비판적으로 소개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미디어오늘은 “조인석 TV본부장은 지난 2011년 다큐멘터리국장으로 재임 당시 8·15 특집으로 준비됐던 ‘이승만 5부작’을 강행하려고 했던 인사다. 조인석 본부장은 그해 8월18일 조선일보 ‘편집자에게’ 코너에 “초대 대통령 이승만 다큐는 당초 기획대로 방송할 것” 칼럼을 기고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조인석 본부장은 또 2011년 9월 열린 공정방송위원회에 참석해 ‘대륙에 떨친 항일 투쟁혼 음악가 정율성’ 편 불방의 책임을 본인의 책임으로 돌렸다. 당시 정율성편은 여당 추천 이사들의 반대로 방송 나흘 전 불방돼 제작진의 비판과 이사회의 부당 개입 논란이 일었다.”고 설명했다.

조인석 TV본부장은 강경 우파 인물이라는 뉘앙스로, 고 사장이 이 같은 인물을 TV본부장에 기용한 것이 문제라는 취지인 셈이다.

고대영 사장 첫인사, 親언론노조 측근이 주도한 인사다?

하지만 KBS 내부에는 조 TV본부장에 대한 전혀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KBS의 한 관계자는 “언론노조에 정율성, 이승만 건으로 들볶이다 안동국장으로 도망간 인물이 졸지에 강경 보수처럼 기사에 묘사됐다.”며 언론노조의 눈치를 보는 약골 인사에 무슨 소리냐며 격앙돼 있는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이번 인사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김대회 정책기획본부장을 제외하곤 언론노조의 눈치를 보는 인사들로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BS 출신의 모 인사도 “이번 고대영 사장의 인사 때문에 난리가 났다.”고 했다. 이 인사는 “지역 안배 차원인지 몰라도 호남인사가 대거 약진했는데 문제는 언론노조와 친하거나 언론노조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라며, 고 사장 첫인사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를 놓고도 “보수가 아직 덜 춥고 덜 배가 고픈 것 같다. 바닥까지 추락해봐야 정신을 차릴 것 같다.”며 “자기 혼자 잘나 그 자리에 올라간 것처럼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고대영 사장 첫 인사인 본부장은 50대 중반(1957~59년생)으로 이뤄져 있으며 서울 출신 2명, 호남권 3명, 영남권 1명으로 이뤄져 있다. 센터장 인선은 1960~61년생으로 각각 대구와 호남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KBS 내부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고대영 사장 측근들이 주도한 인사라는 평가도 내놓는다. 고 사장의 핵심 측근 인사 가운데 언론노조에 특히 친화적인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는데, 그들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처럼 고 사장의 이번 인사를 놓고 논란과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다른 한편에선 국회 KBS 결산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KBS의 한 관계자는 “야당이 KBS 국회결산 때마다 결산은 안 하고 시비를 걸어왔기 때문에 조용히 넘어가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며 “고대영 사장 다음 인사가 관건”이라고 했다.


미디어내일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