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KBS사장 후보 인사청문회가 처음 진행됐다. 국회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KBS 이사회가 선출한 고대영 후보에 대해 오전 10시부터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이 날, 야당 의원들은 지난 국정감사와 마찬가지로 언론노조 KBS본부(이하 본부노조) 등이 사내에 배포한 노보 기사를 적극 활용했다. 노조 측이 고대영 후보에 대해 제기한 의혹들을 야당 의원들이 그대로 국회에서 고 후보에 질의해, 고 후보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대답했지만, 사실상 본부노조 등이 의혹을 제기하고 이에 답변을 한 셈이다.
사내에서 형성된 경영진과 노동조합의 대립구도는 상호 견제를 통한 두 당사자, 즉, 노사의 합리적 발전이 그 이상향이다. 그러나 이처럼 방송국 언론노조 등이 야당 의원들과 상호 연계된 구조는 사실상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정치구조를 형성하는 것이어서 실질적으로 KBS경영진과 야당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날,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 의원들은 고대영 후보에 대한 KBS사내 불신임투표율과 청와대 배후설을 주장하며 고 후보를 압박했다. 청와대 배후설은 이번 KBS사장 공모에서 탈락한 모 후보가 폭로한 것으로, 공영방송 사장의 최종승인자인 대통령이 앞서 고 후보를 지목해 이사회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다.
새민련 문병호의원은 “전국언론노동조합이나 KBS기자협회 등 언론단체들이 후보 임명에 반대했다. 후보가 불공정의 표본이라는 지적과 함께 공정한 방송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2012년 보도 본부장 때 KBS 양대 노조 투표에서 84.4%가 불신임했는데, 이는 후보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실보도와 민주당 도청 사건의 책임자이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고대영 후보 “불신임 투표, 표결 요건도 갖춰지지 않은 걸 대외적으로 공표, 후배지만 부끄럽다”
고 후보는 KBS 보도국장•보도본부장 시절 노조 불신임 투표결과와 관련, “당시 KBS는 전환기에 있었고, KBS의 뉴스 포맷 및 취재관행을 바꾸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며, “어느 조직이든 변화와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 반대가 많다. 그 당시 제가 변화를 시킨 게 KBS뉴스가 아직도 영향력과 신뢰도 1위의 토대가 됐을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또, “표결 요건도 갖춰지지 않는 투표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것은 제 후배들이지만 부끄럽다. 저는 이해 못 하겠다”면서 당시 노조를 비판했다.
고 후보는 “조직에서 이 자리까지 올라오는 동안 저를 믿고 따르는 후배도 많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사장이 될 경우 보다 행동을 신중히 하겠다”고 말했다.
불신임 투표 결과를 두고 야당 의원들 이 같은 공세를 펼친 것에 대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청문회에서 “고 후보는 KBS 직책을 두루 거치면서 내부 사정에 가장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해 고 후보의 자질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같은 당 민병주의원도 “그동안 불신임 투표로 신임 받은 본부장이 한 명도 없었는데 그래도 업무를 잘 수행했다면 (불신임투표가) 리더십과 연계될 지 의문”이라 반문하며 불신임 투표의 신뢰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고 후보는 야당 측의 청와대 배후설 의혹에 대해서도 “제가 (청와대에) 빚진 게 별로 없다”며, 청와대 로비나 접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최민희 의원이 “KBS 사장에 응모할 때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과 통화했느냐. 누구와 의논했나”라고추궁하자, 고 후보는 “(김수석과 통화는) 없었다. 누구와 의논한 것은 없고, 제가 3번째로 KBS 사장에 응모했다”고답했다.
그러나 최 의원은 “강동순 후보의 말에 따르면 청와대 김성우 수석이 이인호 KBS 이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그래서 ‘고대영 사장으로 해라’ 이렇게 요청 내지는 지시를 했다”고 본부노조 노보 내용을 그대로 읊었다.
이어, “1차 투표에서 강동순과 고대영 후보가 5표 씩을 받았다. 2차 투표에서는 (고후보가) 7표의 몰표를 받았다. 의혹을 받을 부분”이라 목소리를 높이며 거듭 청와대 배후설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최 의원은 길환영 전 사장이 고 후보를 부사장으로 지명했으나 이사회 부결로 좌절됐던 사실을 언급하며, “내부에서 고대영 후보에 대해서는 리더십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그런데 누구를 믿고 사장에 입후보 했을까. 이 부분이 강동순 후보의 말에 무게가 실리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인호 KBS 이사장과 강동순 전 KBS 감사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야당 측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투쟁 등으로 국회 일정을 보이콧 하면서 관련 증인이나 참고인을 제때 신청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회의 도청은 없었다... 자존심 상하지만 저희 기자 수사 받았고 무혐의로 끝났다”
한편, 이 날 인사 청문회에서는 지난 2011년 KBS 기자가 당시 KBS 수신료 인상을 논의하던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를 도청했다는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고 후보에게 “옛날 민주당 도청 배후로 지목됐었는데 도청을 했느냐”고 질의했다. 또, “KBS 기자가 당의 회의를 도청할 필요가 있느냐”며, “의혹 배후로 지목된 것에 대해 상당히 황당하다 생각 않느냐”고 물었다.
고 후보는 “도청은 제가 알기로 없었다”며 “이미 검찰, 경찰에서 해당 지목을 받았던 기자가 수사를 받고 무혐의로 끝났다”고 설명했다.
고 후보는 “제가 그 당시 보도책임자인 것은 맞지만 저희 기자가 한 일이 없다고 봤다”며 “안했다는 걸 증명할 방법이 없어 자존심 상하지만 수사를 받았고 결론은 아무 혐의가 없다고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새민련 우상호 의원은 “한마디면 끝날 문제를 민주당이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생중계로 중계해 유감…경찰수사에서도 도청에 준하는 녹취가 이뤄진 것은 분명하나 그 기자인지 특정할 수 없어 무죄가 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전병헌 의원도 “당시 수사 과정에서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휴대폰과 컴퓨터를 수사 당국에서 제시하라 했는데 분실했다고 해놓고 증거물품으로 제시도 안했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스스로 수사를 요청한 것처럼 말하고, 철저 수사가 이뤄진 것처럼 말하는데 사실이 아니라면 위증죄로 고발될 수 있다”며 고 후보에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공영방송 사장 후보자를 상대로 이뤄진 첫 인사청문회는 오후 6시를 넘겨서야 마무리됐다.
미디어내일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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