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장의 사적인 정치·이념관을 두고, 야권이 공영방송 관리감독 기구의 수장 자격을 문제삼으며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고 이사장의 이념과 시국관은 국민의 1%의 지지도 받지 못하고 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화석화(化石化)돼 있는 냉전 의식과 공안 의식을 갖고 현재의 세상을 재단하는 사람”이라며 고 이사장을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자로 몰아세웠다.
‘아직도 이런 사람이 있느냐’는 식이다.
방문진 이사회를 구성하는 야당 측 이사들도 같은 논조로 세를 더했다.
이들은 어제(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틀간의 국정감사에서 고 이사장은 시대착오적 이념의 노예임을 만천하에 드러냈으며 이는 공정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공영방송의 수장으로서 심각한 결격사유임을 선언한다”며, “정치적・이념적 편향성이 극에 달한 고영주가 이사장 자리에 있는 한 공영방송 MBC와 구성원들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고 이사장은 지난 8월 방문진 이사장으로 호선에 의해 선출됐으며, 당시에도 이사회 내에서 문 대표를 향한 3년여 전 고 이사장의 ‘공산주의자’ 발언이 야당측 이사들에 의해 제기 된 바 있다.
방문진 이사회 안건이 아님에도 이사회라는 공적 자리에서 사적 견해를 해명하도록 한 야당측 이사들의 태도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사회는 방송 전문성과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적절한 인사를 임명하기 때문에 개인의 소신과 정치성향은 각기 다를 수 있다. 이와 관련, 한균태 방문진 감사는 “여야 각각의 추천을 받아 임명된 이사들도 물론, 각자의 입장은 있지만, 정치적인 발언은 가급적 자제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야당측 이사들의 이러한 집단 행보로 인해, 오히려 방문진 내 정치행위를 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이어왔다. 이 같은 야당측 이사들의 행보가 가능한 것은 또한, 방문진 이사회가 이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야당과 방문진 이사들의 연계된 행보는 고영주 이사장의 ‘화석화’된 의식 때문에 이사장 자격이 없다는 논리다.
시대착오적 정치세력 평가받아온 야당, 한상진 교수 “지금 야당 현저하게 좌편향돼 있다”
그러나 시대착오적이며 화석화된 가치론을 펼쳐 온 것은 야당이라는 평가가 오히려 지금껏 이어온 상황이어서, 야당 의원들의 고 이사장에 대한 발언은 ‘적반하장’격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제 1 야당에 대해 소위 ‘운동권 정당’ 이라는 비판이 야권 안팎에서 제기된 만큼, 이들의 고 이사장에 대한 정치공세 역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주장이다.
방문진 국감에 앞서 여러 인사들이 거론한 ‘운동권 정당’ 비판은 이하의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달 19일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 야당 노선은 현저하게 좌(左)편향돼 있다. 중도개혁 노선으로 확실히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와 함께, “여당은 우측에 있다가 중도 쪽으로 이동을 많이 했는데 야당은 좌측에 있다가 더 좌측으로 갔다”며,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당을 망쳐놓아 국민 대중으로부터 멀어졌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비판에 따르면, 국민의 1%도 고 이사장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야당측의 견해는 결국, 국민 대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발언이라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해진다.
같은 날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은 칼럼을 통해, “그들 역시 미운 자를 닮는다”며, 강한 논조로 야당을 비판했다.
이어, 류 고문은 민주화 이후에 와서는 “저항하는 약자가 아니라 군림하는 기득권자, 독선적 사상검열관, 돈 받아 먹고도 백합 꽃 들고 나서는 후흑(厚黑) 세력으로 타락해 버렸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류 고문은 이를 두고, “증오심, 밀교(密敎)적 신앙, 메시아 의식,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권모술수, 선민(選民)의식, 도덕적 우월의식에 빠져버린 탓”이라며, “민심은 오래 걸리지만 반드시 제대로 된 판정을 내리곤 한다”고 평했다.
강준만 “386세대는 한국정치를 운동권의 관점에서 봐...대부분 몸에 밴 옛 모습 새민련 보고 매번 느낀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 역시 지난 달 24일 프레시안과의 대담을 통해, “386세대는 한국 정치를 지금도 운동권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 본인이 머리로는 '세상이 달라졌으니 바꿔야지'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몸에 밴 옛 모습 그대로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보면서 매번 느낀다”며, 새민련의 현재 모습을 그렸다.
또한, “이데올로기가 없어야만 바꿀 수 있다”며, “정해진 편한 길로 가면서 '이데올로기 마케팅'을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해서는 안 바뀐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옳은 길을 가고 있고, 저놈은 나쁜 놈이고. 그런데 우리는 지고 있고, 운동장은 기울어져 있고’ 비장미다. 술자리에서도 ‘이 썩어 빠진 세상! 너희가 다 해 먹어라’라고 외치며, 상대적인 우월감을 만끽한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와 함께, “모든 이해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람들에게 ‘야권과 진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똑같은 놈들’이라고 말한다. ‘정치하는 놈들은 출세한 놈들’이라고”라며, 비판의 대상과 차별되지 않는 야당의 모습을 지적했다.
결국, 야권은 이번 고영주 이사장 해임 건에 관해서도 “너나 잘하세요”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미디어내일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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