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나라는 국민의 안전이 메르스로 인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이는 정부 당국의 미흡한 초기 대처능력으로 그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된 것이다. 이러한 국가 비상사태와도 같은 상황 속에서도 정치권은 정쟁에 몰두하여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켜왔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메르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국가적 혼란 속에 대한민국 체육을 이끌고 있는 양대 산맥인 국내 엘리트 스포츠를 총괄하는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을 관장하는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이라는 대명제를 놓고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체육계는 통합의 대전제는 찬성하면서도 통합준비위원회의 인원 구성 비율과 통합의 시기라는 각론에서 이견을 보이며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져가고 있으며, 또한 정부와도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안민석 의원은 2014년 11월 6일 4자간 플라자합의 정신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서상기 의원은 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못 달고 출전하더라도 정부의 일정대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싸움의 판이 커져가는 형국이다.
지난 3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을 담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 두 단체의 통합이 많은 이들에게 논의의 최대 화두이자 사회적 대세로 자리 잡았다. 간단히 말해 통합은 이 두 단체가 유기적이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체질을 개선하여 생활체육·학교체육·전문체육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선진화한 스포츠체계를 구축하자는 당위성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과거 대한체육회는 25년 만에 본연의 생활체육의 기능이 환원되는 것이고, 국민생활체육회는 풀뿌리체육, 저변체육이 더욱 탄력을 받고 실질적인 생활체육의 기틀을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다. 앞서 5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체육단체 통합에 따른 설명회를 개최하며 독일, 영국 그리고 호주의 사례를 들었다. 결국 이들의 사례는 우리의 지향점이다. 당장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이들도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정착이 된 것이고, 사회적으로 충분한 환경과 함께 제도적으로 잘 뒷받침되었다. 또한 사회적 인식이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들 선진국과 같을 수 없다. 당장에 시설이나 인구만 해도 일대일 비교는 불가하다. 결국 우리 환경에 맞는 신토불이식 한국형 체육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논의하고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 산더미같이 많다. 지난 3월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은 미완성 상태로 통합체육회의 명칭도 정하지 못했고, 더구나 경기단체와 생활체육종목단체, 지역 체육회와 지역 생활체육회의 통합은 반영되지 않았다.
통합의 큰 과제가 정부의 일방적 정책으로 하향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원칙이 무너지고 또 다른 원칙이 세워지는 구조에서 혼란은 고스란히 하부조직이 안게 된다. 모든 조직에는 나름의 체계와 구조, 계통이 있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는 법적으로도 통합이 보장되어 있지만 그 하부조직은 관심의 대상조차 아니라는 것이다. 지방체육이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선수를 발굴하고 재원을 투입하여 키워놓는 것은 지방인데 그에 맞는 대우가 없다는 것이다. 경기단체도 마찬가지다.
대한체육회는 정부의 일정대로라면 IOC로부터 NOC 인준을 받지 못해 당장 내년 리우올림픽에 국가대표가 태극마크를 못 달고 출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의 개입이 배제된 자율성도 요구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대한체육회가 이러한 문제점들을 대의원이나 국민에게 알려주어 이해와 지지를 얻어내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것이다. 결국 이 부분은 대한체육회가 통합의 주도권과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는 술수로 인식되는 모양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제100회 전국체육대회를 기점으로 전국체전의 체질개선을 이유로 쿼터제를 바탕으로 한 올림픽종목과 비올림픽종목의 양분화를 초래했다. 통합의 과제 앞에 이 논의는 잠시 덮어두었다. 가뜩이나 상대적으로 대한체육회에 비해 열악한 근무환경과 급여 등으로 이질감이 팽배한 경기단체에서는 이익 대변은 커녕 필요할 때만 경기단체에 손을 내민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당장 집안에서 지지를 얻는데도 한계가 노출되었다.
정부의 태도도 비난의 단초가 될 수 있다. 과거부터 통합은 있어온 얘기지만 지금과 같이 활발하지는 않았다. 정부가 공일 들이는 이유는 이해가 가고, 통합에도 대찬성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비록 그들이 매너리즘에 빠지고, 등잔 밑도 못 볼 때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한체육회에서 주장하는 문제점들이 결코 무시될 만한 것은 아니다. 대명제 앞에 문제점이라고 얘기하는 부분은 검토와 해결방안 제시가 우선이다. 큰 불도 결국 작은 불씨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문제를 포함해서 당초 합의안에 서명한 당사자 중 하나인 안민석 의원도 반대하는 시기 또한 쟁점사항이 되고 있다. 결국 불충분한 상태로 밀고나가는 정부도 이러한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통합의 이유도 명분도 기대효과도 좋지만 통합이 흡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통이 불 보듯 뻔한 통합이다. 대화는 필수다. 미래세대를 위한 작업이다. 소명의식이 필요하다. 정부3.0은 개방, 공유, 소통, 협력의 키워드로 정리된다. 지금의 과정이 과연 그러한가를 반문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긍정으로 답할지는 의문일 것이다. 아울러 정부의 역할 또한 단지 두 개의 조직을 하나로 붙여놓는 것에 그치면 안 된다. 성장의 환경과 조건도 마련해주어야 한다. 이번 한 번이 아닌 지속과제이다.
솔직해져 보자. 안 그래도 사람들은 통합이 기싸움과 기득권 확보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두 단체 모두 선진체육구조 등을 위해 통합에는 찬성한다. 그런데 대한체육회는 통합되면 엘리트체육이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지방체육은 더욱 고사위기에 내몰릴 것이라고 걱정한다. 국민생활체육회는 통계조차 잡지 못하는 동호인을 넘어 국민이라는 든든한 배경으로 선거용 표밭이었다. 게다가 생활체육진흥법 제정으로 법적지위까지 확보했다. 시대적 흐름 또한 생활체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들에게 통합은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일 수 있다.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과제 앞에 과연 누가 초연함으로 보살과도 같이 너그러이 모든 것을 내려놓겠는가.
현실적이 되어 보자. 단체가 통합되면 각종 체육시설이 더 많이 건설되고, 더 많은 국민이 전국 어디서나 질 높은 스포츠복지 혜택을 받게 될까? 공부하지 않는 학생선수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하지 않는 일반 학생이 운동에 열의를 보일까? 생활체육의 저변이 엘리트체육의 환경과 만나 저변확대의 숙제가 해결될까? 생활체육에 두각을 나타내는 동호인이 엘리트선수로 전향할까? 지금보다 질적으로 우수하고 폭넓은 선수층이 생겨날까?
대답이 Yes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밑바탕이 통합일 뿐이다. 결국에는 그렇게 될 것이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하지만, 단체 통합이 이런 장밋빛 미래를 보증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이러는 가운데 스포츠 패러다임은 변하고 있다. 앞으로도 변할 것이다. 전통스포츠는 그 자체로 역사이자 보물이며 국민건강의 기틀이다. 하지만 시대적 흐름과 트렌트 그리고 과학을 반영한 스포츠도 융성할 것이다. 이미 우리가 즐기고 있는 것도 있다. 동네축구와 학교에서의 체육활동 그리고 올림픽에서의 눈부신 역할, 퓨전스포츠의 발생. 이런 것들은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통합을 지향해야 한다.
해가 높을수록 그늘도 짙게 마련이다. 그 그늘이 무엇이고 어디인지를 헤아릴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통합이 요술램프가 아니기 때문이다.
통합체육회 출범에 앞서 그 동안 2009년 대한체육회 회장선거, 2012년 생활체육회 회장선거에 출마했던 경험을 통해 통합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제 대통합이라는 대명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국민을 위한 통합이라는 대전제를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스스로가 서로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체육계의 미래를 위한 통합을 이뤄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통합이 지연되는 모양새로 비쳐지면, 국민들로부터 한국 체육의 발전은 뒤로한 채 자기 밥그릇을 챙기려고만 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또한 기득권 확보를 위한 갈등이 깊어지는 만큼 정부에 의한 하향식 통합이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이는 향후 통합체육회의 자율성을 크게 침해할 것이므로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과제이다. 각 단체의 의사를 존중하고 민주적인 상향식 통합을 진행하여 체육계와 국민들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우리나라 체육의 미래 100년을 위해서라도 각 단체와 국민들이 공감하는 진정한 통합을 이뤄 낼 수 있도록 지나친 개입은 지양하여 자율성을 보장하고 안정적인 통합을 위한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통합을 이끌어 낸다면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결합되어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통합체육회는 자율적인 운영 보장과 재정 자립화를 이뤄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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