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YTN노조)가 20일로 임기를 마치는 배석규 사장에 대해 연일 때리기에 나섰다.
이제 YTN을 떠나는 사장에 대한 노조의 공격이 유난히 두드러지고 있는 것. 임기 내내 파업과 관련해 조합원 징계로 대립해왔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막판 배 사장 집중 공격에는 의도가 담긴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가 배 사장에 대한 공격과 함께 김백 상무, 류희림 YTN 플러스 사장 등 이른바 노조가 ‘5적’으로 규정한 임원진에 대한 비난 공세의 고삐도 바짝 쥐고 있어 눈길을 끈다.
YTN 노조는 배 사장이 지난 13일 케이블TV 20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수여하는 동탑산업훈장을 받자 성명을 내고 “배석규에게 훈장을?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맹비난했다.
노조는 “배석규 씨가 YTN 사장으로 있는 동안 YTN의 경영 상황은 극도로 나빠지고 경쟁력은 밑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케이블TV 산업 발전에 어떤 기여를 했다는 것인가? YTN의 보도를 망가뜨려 이른바 ‘종편’들과 ‘뉴스Y’를 성장시킨 공로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배석규 사장은) 무엇보다 권력 감시와 견제의 사명을 다하고 국민에 충성해야 할 언론사 사장으로서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라며 “배석규 씨가 받았다는 훈장은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돋보인다’는 이명박 정권의 추악한 평가를 박근혜 정권이 확증해준 것 말고는 의미가 없다”고 비난했다.
특정 임원 ‘아웃’ 목표로 공격하는 YTN 노조?
YTN 노조는 17일엔 류희림 YTN 플러스 사장을 겨냥했다. 류 사장이 사내 앵커 오디션 과정에서 압력을 넣었다며, 그러나 압력으로 특정인을 추가 선정한 것이 아니라는 앵커팀장의 해명에도 류 사장의 요청을 ‘인사 불공정’의 케이스로 거론했다.
노조는 “문제는 자회사 임원 한 사람의 부적절한 행태로 인해 조직 내의 인사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에 불신이 생기고 많은 사람이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이라며 “열악한 상황에서도 나름대로 자긍심을 느끼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 앵커팀 구성원들에게 이같은 상황이 얼마나 힘이 빠지고 상처를 받는 것인지 류희림 씨는 알기나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류희림 씨는 지난 몇 년 간 ‘검찰 티켓로비 의혹’과 ‘지국장 순환근무 관련 사규위반’ 등 갖가지 논란을 일으켜왔던 사람”이라며 “류희림 씨는 더 이상 우리 YTN에 해를 끼치지 말라!”고 비난했다.
노조가 말하는 ‘검찰 티켓로비 의혹’이란 류 사장이 지난 2011년 노종면 전 노조위원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에서 당시 경영기획실장이었던 류 사장이 로비를 하려 YTN 법조팀 기자를 통해 검찰 고위 간부들에게 YTN이 주관하는 음악회 티켓을 전달하려 했다는 노조측 주장이다.
그러나 당시 티켓을 받은 기자는 류 사장에게 티켓을 돌려주었고, 검찰 측에 티켓은 전달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이 사건은 노조를 통해 대대적인 ‘로비 의혹’으로 부풀려졌고 언론노조 측 보도를 통해 확산된 바 있다.
류 사장은 당시 “법조언론인클럽 주최로 김준규 검찰총장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번 공연 초대권을 주면 오겠다’는 이야기가 나와 회사 차원에서 초대권을 보냈던 것으로 청탁, 로비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류 사장이 티켓 봉투에 ‘잘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적은 것에 대해서는 “법조 출입 기자 대부분이 노조원이기 때문에, 노종면 편을 들지 말고 제발 중립적인 입장에서 취재를 제대로 해달라는 입장을 적은 것”이라며 “사소한 명예훼손과 관련한 사건에 무엇 때문에 로비를 하겠냐”고 밝혔다.
류 사장은 노종면 전 노조위원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에서 최종 승소했다. 법원은 1심과 항소심, 대법원 판결이 모두 같았을 정도로 노 전 위원장의 명예훼손 사실은 명확했다. 애초 로비의 필요성을 느낄만한 사건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류 사장의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이 사건은 노종면 전 위원장이 2010년 3월 YTN 정기인사를 앞두고 당시 미디어사업국장이던 류 사장이 보도국장 후보로 거론되자 노조 누리집에 류 사장에 대한 허위비방 글을 올린 사건이었다.
노조가 배석규 체제 주요 임원 때리는 이유 ‘노조 전성시대’ 과거 되돌리기
YTN 노조는 19일에는 “YTN 망친 책임 끝까지 면치 못할 것”이라며 배석규 사장과 김백 상무를 싸잡아 비난했다.
노조는 “이사회는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을 YTN 사장으로 선임하면서 ‘악화된 YTN 경영의 회복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사회의 말대로라면 지금 YTN의 상황은 ‘언론 경험이 전무한 금융전문가’를 긴급히 투입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뜻”이라며 “심각한 경영 악화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바로 배석규 사장과 김백 상무이다. 배석규와 김백 체제하에서 YTN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되짚어, 다시는 비정상적인 경영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고 YTN을 재건하는데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YTN 노조가 이처럼 조준희 사장 내정자의 취임을 앞두고 배석규 사장 체제 경영진을 집중 성토하고 나선 데에는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는 “노조가 배석규 사장 체제가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조준희 사장 내정자에게 계속해서 어필하려는 것”이라며 “조준희 체제에서 전임 사장의 폐해를 없애야 YTN이 잘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조 내정자에게 끊임없이 주입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종의 ‘조준희 길들이기’의 일환으로, 노조가 눈엣가시와 같은 인물들을 없애야 YTN을 예전처럼 노조가 장악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조 내정자가 바보가 아닌 이상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는 너무나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