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내 ‘갑질 권력’으로 수차례 비판이 제기된 PD들이 소속된 언론노조 KBS본부(본부노조, 2노조)로 최근 KBS노동조합(1노조) 소속 아나운서들이 대거 전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램 개편 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PD들이 MC 선정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작년 ‘진품명품 MC선정’ 사태 이후 KBS 사측이 언론노조 소속 PD협회 등의 집단반발과 요구에 아나운서실장이 참석하는 MC선정위원회를 폐지하면서 기댈 곳을 잃은 아나운서들의 PD권력 눈치보기가 더욱 극심해지면서, 1노조는 아나운서들의 1노조 이탈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KBS 노동조합이 발행한 최근 노보에 따르면, 1월 대개편을 전후해 KBS 노동조합 소속이던 아나운서 10여 명이 약속이나 한 듯 본부노조로 대거 이동했다. 지난 연말 K, T, C씨가 우선 전적했고 지난달에도 L, C, Y, O, K, Y, J, L씨가 동시에 노조를 옮겼다. 추가로 전적을 고민 중인 아나운서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져 최악의 경우 전적 규모는 20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1노조는 “프로그램의 대대적인 개편을 전후한 민감한 시기에 아나운서들이 이렇게 집단적으로 노조를 옮긴 것은 유래가 없는 일”이라며 “아나운서들이 적지 않은 고민 속에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노조를 옮겼다면 이는 당연히 존중돼야 하지만 혹시 전적의 진정한 원인이 본인의 자유로운 의사 때문이 아니라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결과라 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1노조는 이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조사를 하고 분석한 결과 원인은 MC 선정 권한을 독점한 PD권력에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프로그램을 맡기 위해선 PD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약자’인 아나운서들이 PD들이 속한 본부노조 측으로 대거 이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노보에 따르면 이런 이유로 아나운서 사이에서는 ‘1노조에 있으면 모두 잘린다’는 괴소문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
1노조는 “이번 집단 전적 사태가 MC선정권한을 틀어 쥔 PD들의 적극적인 종용 때문인 지 아니면 아나운서들의 눈치보기 때문이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모두가 그 대목에는 입을 닫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유가 어떻든 이번 사태로 인해 아나운서 직종 가운데 KBS노조와 본부노조 조합원의 비율은 지난해 50 :40에서 30 : 60으로 역전됐다. KBS노조 입장에서는 대단히 뼈아픈 대목이다. 처절하게 반성할 대목”이라고 밝혔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는 “KBS 내 노노간 권력투쟁에서 KBS언론노조의 집요한 작업이 성공을 거두는 형국이다. 아나운서 뿐 아니라 이런 추세로 가다간 교섭대표권 등 중심 권력이 곧 언론노조에게 갈지 모른다”면서 “KBS언론노조가 교섭대표 노조가 되는 순간 KBS에서 노조 투쟁이 극심한 MBC와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건 자명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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