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공정방송노동조합(위원장 이윤재)이 안식년제와 임금피크제의 부당성에 대해 회사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윤재 위원장은 4일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우리 공정방송노동조합은 안식년제와 임금피크제의 중첩 적용에 대한 불합리성을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며 “우리들의 합리적인 주장과 요구에도 어찌된 영문인지 회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는 동안 이웃 공영방송사의 임금협상이 타결되었다고 한다.”며 “인상률의 고저나 다소를 떠나 자괴감부터 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해에 MBC 경영진의 임금만 8% 인상됐다”며 “작년 MBC 직원들은 한 푼도 올려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회사는 약 300억 가까운 경영 적자라고 한다. 올해도 경영환경은 지난해보다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데에 거의 이견이 없다.”면서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경영진은 사원들에게 ‘고통전담’을 요구할 태세”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영진은 이미 그 어떤 명분도 다 잃어버렸다. 우리 조합원들의 품격은 고사하고 밥그릇조차 제대로 지켜줄지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감도 주지 못했다.”면서 “이제부터라도 난국을 타개할 비전을 제시하고 소통하는 경영진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고 덧붙였다.
이보연 기자 boyeon2439@hanmail.net
<이윤재 위원장 글 전문>
공정방송노동조합 위원장 이윤재입니다.
우리 공정방송노동조합은 안식년제와 임금피크제의 중첩 적용에 대한 불합리성을 수차례 지적한 바 있습니다. 우리들의 합리적인 주장과 요구에도 어찌된 영문인지 회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그러는 동안 이웃 공영방송사의 임금협상이 타결되었다고 합니다. 인상률의 고저나 다소를 떠나 자괴감부터 듭니다. 임금인상이라는 말 자체만으로도 말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는 임금인상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고도 먼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더욱이 ‘노사 간에 소통채널이 열려있다고 경영진이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제가 입사했던 80년대 중반만 해도 MBC에서는 사실 임금투쟁이니, 봉급인상이니 하는 말들은 공공연한 금기어인 듯 했습니다. 파업의 대의명분도 주로 공정방송이이나 편파방송 등과 같은 것이 아젠다였으며, 임금인상은 늘 부차적인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일반 기업체들처럼 임금인상에 관심을 갖는다면 혹시 천박하게 비쳐질까 두려워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지난해에 MBC 경영진의 임금만 8% 인상됐습니다. 미국의 경영자 가운데는 일반직원 평균 연봉의 400배 이상을 가져가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격차는 점점 커지는 추세라고 합니다. 이에 견주어보면 MBC 경영진에 대한 그까짓 8% 인상이 뭐 대수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거기까지는 그럴듯한 말입니다.
하지만 민낯을 벗겨놓고 보면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작년에 MBC 직원들은 한 푼도 올려 받지 못했습니다. 몇 년 동안 동결되었는지 알고 있는 직원들도 별로 없을 것입니다.
지난해 회사는 약 300억 가까운 경영 적자라고 합니다. 올해도 경영환경은 지난해보다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데에 거의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경영진은 사원들에게 ‘고통전담’을 요구할 태세입니다. 경영진은 이미 그 어떤 명분도 다 잃어버렸습니다. 우리 조합원들의 품격은 고사하고 밥그릇조차 제대로 지켜줄지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감도 주지 못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난국을 타개할 비전을 제시하고 소통하는 경영진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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