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문재인 의원의 ‘호남총리론’의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진보좌파 언론은 지역주의를 자극한 문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대신 박근혜 정부 공격하는 문 의원의 날 선 발언만 부각하고 있다.
특히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경우 28일 홈페이지 검색 결과 현재까지 문 의원의 ‘호남총리론’을 자체 기사화하거나 비판적으로 보도한 기사가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두 신문이 특정 후보의 결정적 말실수를 보도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해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라는 오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두 신문이 존재감 없는 야당과 당권 도전에 나선 세 후보의 구태를 기계적으로 비판하고는 있지만 속내는 특정 후보에게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한겨레신문은 ‘문재인’이란 키워드로 검색해 본 결과 26일부터 28일까지 다음과 같은 기사들이 검색됐다. <문재인 “청·내각 경제팀 모두 바꿔라”>, <박 대통령 지지율 35.6%…한달 전보다 8%p 급락>, <“비서관 3인방 문고리에 금칠 해준 꼴”…새정치민주연합 ‘인사참사’ 규정>, <“맥주는 맛있게, 통신비는 부담없이, 차 수리비는 저렴하게”…민생정책 경쟁 나선 새정치>, <문재인 “박 대통령, 국민보다 ‘문고리 3인방’ 중시”>
경향신문 검색 결과는 다음과 같다. <문재인 “우리가 세금을 막아드리겠다” 박지원 “해도해도 너무한 박근혜 정부”>, <문재인 “박근혜 대통령 사과하라”…최경환 경제팀 경질도 요구>, <문재인 “박 대통령, 국민보다 김기춘 실장과 문고리 3인방 더 중요”>, <차기대선후보 지지도, 문재인 1위, 박원순 2위>, <문재인 “연말정산 대란, 최경환 책임져야”>
두 신문 모두 주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하는 문재인 의원의 주장과 목소리를 전달하는 기사였다. 정국을 들끓게 한 ‘호남총리론’에 관해서는 비판 기사뿐 아니라 옹호 기사, 중립적 기사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는 “문 의원의 ‘호남총리론’ 발언은 말실수라고 그냥 넘기기에 그 발언에 담고 있는 의미가 간단하지 않다”면서 “노무현 정부에서도 부산에 가서 ‘부산정권’ 운운하더니 이번엔 호남에 가서는 ‘호남총리’ 발언이 나왔다. 필요할 때마다 지역주의를 자극하고 선동하는 구태 정치를 몸소 실천하면서 어떻게 새정치연합의 미래를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의원이 정치인으로 미성숙하고 철학도 의심스러운 마당에 소위 진보라는 언론들이 잘못된 발언조차 감추기 급급하고 감싸려 하면서 진보의 미래 백날 고민해봐야 소용없다”며 “눈앞의 잘못도 직시하지 못하면서 무슨 진보인가”라고 일갈했다.
한편, 이에 앞서 문재인 의원은 26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완구 총리 후보자 지명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을 나누는 두 국민 정치로 통합에 실패한 것이다.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인사 문제”라며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반대쪽 50%를 포용할 인사가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호남 인사를 (총리로 지명)해야 하는데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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