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 유출 파동과 연말정산 논란 등 잇단 악재에 정부여당이 곤경에 처하자 좌파언론이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 하락을 속속 보도하는 가운데 청와대의 인사 난맥상, 연말정산과 관련한 정부의 허술한 대응을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야당의 최고 잔치라고 할 수 있는 전당대회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이 심각한 수준에다 야권 재편론을 놓고 분당 등 앞날을 모르는 처지임에도 이들과 연대했던 좌파언론이 여권 악재에만 박수치는 식의 보도로는 야권 재건에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의 여권을 향한 날카로운 공격은 빛이 났다. 한겨레는 특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경향은 정부여당 전체에 화력을 집중한 모양새다. 한겨레신문 닷컴 메인 상단은 심각한 지지율 하락으로 인한 박 대통령 위기 상황에 신이 난 모양새다.
한겨레의 이 같은 속내는 제목에서도 훤히 드러난다. 이날 아침 메인 톱기사 제목은 <아직 절반도 못 왔는데..."5년차 대통령 같다"-박 대통령 찍은 뒤 '지지철회' vs '지지 고수' 격정 토론 "자기 고집대로만 해...엄청난 실수를 하고 있다" 비판-"불통공주? 뒤집으면 원칙과 소신 있다는 얘기다" 반박> 였다. 마치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재촉하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관련 기사의 제목들도 한결 같다. <박대통령 지지율은 빠지지 않는다, 무너질뿐>, <역전된 새누리당과 대통령 지지도, 봄날은 갔습니다>, <박 대통령 '콘크리트 지지층' 균열 조짐>, <박 대통령 "소폭 개각 통해 새롭게 출발">, <대통령님, 비수도권은 포기하겠다는 건가요?> 였다.
경향신문은 대통령 개인 보단 정부여당 전체로 화살을 돌렸다. 특히 연말정산과 관련해 세금부담이 늘어난 유리지갑 봉급쟁이들의 원성에 기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 있다. 이날 아침 경향신문 온라인판 메인 톱기사는 <새누리. 정부 연말정산 '백기투항' 다자녀.독신 등 공제 확대-민심 악화에 긴급 당청협의, 올해부터 소급적용>이었다.
관련 기사로는 <연말정산 서비스 오류..."15.16일 신고자 다시해야">, <'싱글세' 등 반발 하루 만에...구체 계획도 없이 미봉책>, <오바마 '부자 증세'로 중산층 경제론> <국세청, 통일교 재단 전격 세무조사> 등이었다.
“상대편 실수와 약점에만 관심 있는 좌파언론, 허약한 야당 만드는 원인”
이처럼 오늘자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의 온라인판 기사 편집을 보면 여권의 자충수에 대한 두 신문의 기조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음이 드러난다. 두 신문 모두 정부여당 악재를 집중 파고 있지만 경향신문이 그래도 정책에 집중한 반면 한겨레는 “그것 봐라”는 식의 감정이 녹아있는 편집을 알 수 있다.
정부여당 비판과 감시는 언론의 책무이지만 단순히 여권 악재에 환호하는 것으로는 정부여당 뿐 아니라 야권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는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잘못가고 있는 점, 실책을 비판하는 건 너무나 쉽다. 그건 소위 조중동 보수언론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라며 “야권지라 할 수 있는 신문들이 그 맛에만 빠져있는 건 야권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럴 때 오히려 새정치민주연합의 무능, 전당대회에 대한 심각한 무관심, 극소수이긴 하나 종북 세력과의 단절 문제 이런 것들을 집중 보도해 건강한 야당, 수권정당으로 환골탈태하는 데 집중하는 발상의 전환이 아쉽다”며 “야당이 날이 갈수록 허약해지는 데엔 소위 진보진영의 언론들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도 하나의 원인과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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