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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발목 잡은 ‘NPS 게이트’

NPS 시스템 도입의 어이없는 실패, 보도NPS준비센터에 총체적 책임 물어야


[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폴리뷰 편집국장] 상암동 시대를 맞이해 글로벌미디어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운 MBC에서 최근 들려오는 소식들은 한마디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글로벌화는커녕 아직도 구석기시대를 사는 것만 같은 후진적 모습 때문이다. 그 가운데 핵심이 바로 NPS 시스템 구축 실패 문제다. 일단 뉴스 생산과 편집 보도까지 이루어지는 그 일련의 과정이 녹화원본을 편집해 내보내는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그런데 그 원인이 NPS 시스템 도입 실패 때문이라는 점이 충격적이다. NPS 시스템이란 쉽게 말해 뉴스를 제작하고 송출하는 전 과정을 테이프를 쓰지 않고 고화질 HD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하여 신속성을 높인 뉴스제작 전송 시스템을 뜻한다. 디지털시대에 발맞춘 시스템 도입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MBC는 그동안 타방송사와 달리 녹화원본 테이프를 편집해 재생, 송출하던 오래된 방식을 고수하다 상암동으로 이전하면서야 뒤늦게 NPS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위해 88억 4천만 원을 쏟아 부었단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말 그대로 무용지물이었다. MBC는 계약사인 S사에게 선급금 56억원을 건네 공사를 맡겼지만 홍보 내용과 달리 치명적인 기술적 문제가 발생해 전혀 쓸모가 없었던 것이다. MBC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여의도 시절 쓰던 구시스템을 다시 구축할 수밖에 없었고, 이렇게 예전 구석기시절로 되돌아가는 데 또 23억원의 비용을 쏟아 부을 수밖에 없었다. 대략 이 내용이 MBC노동조합이 성명에서 밝힌 것들이다. MBC가 민사소송 등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지만 지금 MBC에서는 기자들이 누구 말대로 ‘최신식 사옥에서 테이프를 들고 뛰는’ 어처구니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정말로 궁금한 건 이렇게 회사가 과장 광고에 속아 100억원에 달하는 돈을 낭비했는데도 언론노조나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PD저널 등 친노조 매체들이 왜, 무슨 이유로 침묵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안 그래도 사측이 효율과 수익만을 따진다고 매일같이 비판 기사를 내면서도 유독 왜 이 문제엔 입을 닫고 있을까. 언론노조 측 입장에선 회사를 비판하기 위한 그야말로 좋은 ‘거리’가 아니냐는 얘기다.

MBC에 막대한 손해 끼친 ‘보도NPS준비센터’ 언론노조 노조원 김연국, 현영준 기자 등

이들이 침묵하는 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MBC 노동조합의 성명이 나간 후 게시판에는 이 사업을 주도한 보도NPS준비센터의 반박과 해명을 담은 글이 올라왔다. 취재에 나섰던 필자는 그 전문을 입수했고, NPS 구축 사업의 경위와 계약업체의 계약위반 및 MBC의 대응 내용, 추진 과정의 투명성 등에 관해 일일이 해명한 내용을 읽어봤다. 소감부터 말하면 어이없는 궤변에 황당할 뿐이었다. ‘업체 선정과 사업추진 과정이 투명했으며, 과도한 비용 낭비라고 비판하지만 이미 계약해지를 통보해 원금과 손해배상까지 청구한 상태라 손해가 아니며, 모든 일은 유관부서 및 경영진과 공조했기 때문에 우리의 책임은 없다’는 게 보도NPS준비센터의 입장인 것이다. 한마디로 모든 책임을 업체와 회사로 떠넘기는 비겁하기 짝이 없는 내용으로 일관했다. 세상 어떤 기업과 공조직에서도 핵심 사업을 주도했던 담당자들이 이렇게 모든 책임을 남 탓으로 돌리는 걸 필자는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어떻게든 책임에서 요리조리 빠져나갈 궁리나 하는 보도NPS준비센터 담당자들이 바로 언론노조 측 김연국, 현영준 등 기자라는 사실을 알고 그때서야 수긍이 갔다.

언론노조나 미디어오늘 등이 ‘NPS 게이트’로 불리는 이 사건에 침묵하는 이유에 대해선 누구나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침묵은 ‘NPS 게이트’의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도 정확히 말해준다. MBC에 100억원대 손해를 입힌 이 사건이 만약 안광한 사장 이하 경영진의 주도로 이뤄졌다면 언론노조가 가장 먼저 이슈화에 나섰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황당한 건 업체와 계약을 해지해 원금과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니 문제없다는 뻔뻔한 태도다. 들인 돈을 회수할 수 있으니 문제없다? 그러니 과도한 비용 낭비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문제없으니 괜찮다는 논리는 도대체 어디서 써먹는 논리인가? 만약 들인 비용 회수가 어려웠다면 어쩔 뻔 했나? 게다가 돈을 돌려받기까지 그 기간의 이자만 따져도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지금도 현장에서 테이프를 들고 뛰어다니는 MBC 기자들의 수고는 어떻게 보상할 것이며, 시스템 구축 실패로 인한 MBC의 불명예는 또 어떻게 주워 담을 것인가?

‘NPS 게이트’ 논란 당사자들의 비겁한 태도, 반드시 규명해 책임 물어야

가장 실망스러운 건 자신들의 책임은 하나도 인정하지 않고 보도 NPS 구축 사업 실패의 책임을 오로지 남에게, 외부 탓으로 돌리는 태도다.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쳐놓고도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나오는 보도NPS준비센터 김연국, 현영준 기자들은 지난 2012년 반년 간의 파업 동안 누구보다 앞장서 사장더러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거품을 물던 당사자들이다. 보도에 대한 책임, MBC 신뢰성 하락의 책임 등 온갖 책임을 지라며 배임과 횡령죄로 사장을 고발하고 사퇴를 요구했던 이들이다. MBC가 몇 몇 기자를 해고하자 “미련 없이 MBC를 떠나겠다”며 실명을 내걸었던 용감무쌍한 당사자들이다. 당시 사장은 김연국, 현영준 등 기자들의 노력으로 결국 ‘해고’됐다. ‘NPS 게이트’로 불리는 이번 사건이야말로 계약 등 사업담당자들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사안이다. 정말로 책임져야 할 사안에 대해선 온갖 핑계와 남탓을 들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고 사장 퇴출과 같은 정치공작에나 열중하는 기자들을 도대체 국민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필자는 MBC가 그리 허술한 조직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회사가 엄격히 따져 승인한 사업이 진행 중 오류가 나고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건 사업 담당자들이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계약서를 보지 못해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NPS 구축 사업을 관리하는 담당자들이 제대로 된 관리만 했더라도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손해 입은 부분은 민사소송으로 돌려받을 테니 걱정말라”는 무책임한 사람들,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도 뭐가 문제냐는 태도의 양심불량의 기자들이 언론노조가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MBC의 기자들이고 대한민국 공영방송 대표 기자들 가운데 한 사람들로 꼽힌다는 건 한심한 일이다. 이런 자들이 그렇게 평소 열심히 남을 향해 도덕을 떠들고 양심을 부르짖었다니 기가 찰 노릇 아닌가. 오랜 파업의 후유증을 이제 막 벗고 다시 날개를 펴려는 MBC의 발목을 잡은 NPS 구축 사업 실패에 대해 MBC는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소송으로 돈만 받아내면 장땡 아니냐는 식으로, 문제의식 없이 뻔뻔한 태도를 가진 이들에게 책임을 진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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