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PD저널 등 친언론노조 매체들이 세월호 침몰이란 비극적 사고가 일어난 지 100일째를 맞이해 방송사들의 세월호 특집방송 비평 기사를 내놨다. 하지만 여전히 비평 논조는 ‘세월호 강박’을 강요하는 모양새다.
미디어스는 25일 <세월호 참사 100일… 정부 띄운 MBC, 팽목항 간 JTBC>란 제하의 기사에서 MBC에 대해선 비판, JTBC에 대해서 칭찬으로 일관했다. 기사는 “100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MBC와 JTBC는 ‘세월호 참사’를 매우 일관된 태도로 보도해 왔다. MBC는 최대한 줄였고, JTBC는 최대한 늘렸다”면서 “MBC의 세월호 관련 보도가 반짝 빛나던 때는 있었다. 청해진해운의 실 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된 22일 뉴스에서 MBC <뉴스데스크>는 32개 중 20개의 리포트를 ‘유병언’에 쏟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면 4월 17일 이후, JTBC의 오프닝은 언제나 ‘세월호’였다”며 “타 언론사 취재진이 빠지기 시작했을 무렵에도 JTBC는 팽목항을 지켰고, 유가족들의 소식과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점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했다.”고 언급했다.
계속해서 기사는 “참사 100일째, MBC와 JTBC는 메인뉴스를 통해 그동안의 일관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며 “세월호 보도 축소에 급급한 MBC는 지상파 3사 중 유일하게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톱으로 올렸고, JTBC는 아예 방송시간을 1시간 앞당겨 ‘특집방송’을 했다.”고 MBC와 JTBC의 세월호 보도를 비교했다. 세월호 보도에 올인하듯 하는 JTBC를 한껏 칭찬한 것이다.
반면 MBC에 대해서는 비판을 이어갔다. 기사는 “24일 MBC <뉴스데스크>는 다른 날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KBS, JTBC 등이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세월호 특집으로 관련 아이템을 늘리거나 확대 편성한 것과는 달랐다”면서 “첫 뉴스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등장, <"내수활성화에 41조 원 투입" 정부, 경기부양 고강도 대책>, <정부, 쌓아둔 기업 돈 풀게 한다 "임금·배당 높이면 세금 감면">,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대출·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리포트가 연이어 나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MBC 내부에서도 세월호 보도 기피현상에 대해 비판이 나온다면서 MBC언론노조의 보고서를 인용한 뒤 팽목항에서 손석희 앵커가 2시간여 동안 직접 진행한 JTBC
경제 활성화 초점 맞추면 대통령만 바라본 뉴스라는 ‘황당’한 주장
PD저널의 논조도 다르지 않았다. 이 매체는 25일 <세월호 100일에도 대통령만 바라본 MBC>란 제하의 기사를 게재하고 ‘MBC에 대한 비난, JTBC 칭찬’으로 채웠다. 제목에서부터 MBC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묻어났다. 그렇다면 MBC보도가 제목이 풍기는 뉘앙스처럼 대통령만 바라본 것일까?
기사는 “KBS와 SBS도 첫 소식을 포함한 열 개 안팎의 리포트를 통해 세월호 침몰 이후 100일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치유되지 않은 아픔과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짚었지만, MBC는 대통령을 먼저 바라봤다.”면서 MBC 보도가 세월호 소식을 상세히 다루지 않는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기사는 “내수 활성화에 41조원을 투입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부 발표와 함께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며 규제 철폐를 강조한 내용을 첫 소식으로 전한 것”이라며 “MBC <뉴스데스크>는 첫 리포트에 이어 <정부, 쌓아둔 기업 돈 풀게 한다 “임금·배당 높이면 세금 감면”>,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대출·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의 리포트도 연달아 배치했다.”고 전했다.
계속해서 기사는 “세월호 참사 100일째 날에 MBC <뉴스데스크>가 보인 ‘남다른’ 보도 행태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와 묘하게 겹친다.”며 “세월호 참사 100일째였던 이날 박 대통령은 일절 관련 언급을 하지 않고 경제 활성화 행보에만 집중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이 되도록 10명의 실종자들이 여전히 차디찬 바닷속에 있고, 유가족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함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단식을 벌이고 도보 순례에 나섰지만, 대통령은 아무 말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사는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말“이라며 ‘각자도생’에 급급하며 정치를 남의 일처럼 외면하다가 어린 학생들을 포함한 수백명의 사람들이 침몰한 세월호 속에서 목숨을 잃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바라보면서 괴로워했지만, 현재까지도 아무런 의문을 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자괴감이 오래전 철학자의 말을 새삼 떠올리게 한 건 아닐까.”라고 썼다.
미디어스와 PD저널이 장문의 기사를 통해 세월호와 관련해 MBC 보도가 미흡하다며 비판했지만 정작 시청자들은 이 두 매체가 세월호 보도가 상세하고 넘친다며 칭찬한 JTBC의 뉴스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에 올인한 JTBC, 그러나 시청률은 부진, 외면한 시청자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4일 오후 8시부터 방송된 JTBC 특집 <뉴스9> 시청률은 1.914%(유료방송가구 집계)로 집계됐다. 같은 시간대 방송된 다른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채널A <라이벌 매치 압도적 7> 0.794% <특집 채널A종합뉴스> 2.767%, TV조선 <낭만과 거리가 있는 토크쇼 낭만논객> 1.732% <뉴스쇼 판> 3.221%, MBN <뉴스8> 2.557% <신세계>1.659%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에도 방송 시간을 한 시간 앞당겼던 JTBC의 이날 <뉴스9> 시청률은 2.085%였고, 오후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방송된 <특집 토론 세월호 특별법 어떻게 풀 것인가>는 2.31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2일 오후 9시부터 방송된 <뉴스9> 시청률 3.856%보다 하락한 수치다.
비슷한 시간대에 유병언 특집으로 진행된 다른 종편 프로그램에도 밀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오후 9시 30부터 방송된 유병언 특집 <채널A종합뉴스>는 3.277%, TV조선 <뉴스쇼 판>은 3.575%의 시청률을 나타냈다.
장기간 이어온 세월호 관련 소식과 정치권의 세월호 공방 탓에 온.오프라인에서는 ‘세월호 피로감’마저 나타나고 있는 마당에 친언론노조 매체들은 이렇듯 여전히 ‘세월호 슬픔’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자유언론인협회 김승근 미디어위원장은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국내 경제에도 큰 타격이 됐고, 그 후유증 때문에 어려운 마당에 언론이 여전히 세월호 눈물에만 매달려야 한다는 식은 강박에 불과하다”며 “침체된 경제 살리는 게 공영방송으로서 할 일이고 국민을 바라보는 것이지 그게 왜 대통령을 바라보는 것인가. 그런 시각이야말로 국민 다수를 생각하지 않은 정략적이고 편협한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박철희 기자 ulkeuni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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