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없는 드라마' 재연되나 촉각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국민의 정부 말기 각종 권력형 게이트로 지지도
가 폭락했던 새천년민주당은 2002년 `국민참여경선'이라는 정치적 실험을 통해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당내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선거인단의 50%를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으로 채움
으로써 국민의 관심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당내 세력이 보잘 것 없었던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극적으로 대선후보로 확정
된 것과 대선승리의 원동력이 됐던 `노풍'(盧風)의 시작은 모두 국민참여경선 제도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2007년 대선을 1년 앞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이 국민참여경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제도를 당론으로 채택한 것도 이 같은 효
과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말 그대로 당내 후보선출권을 100% 일반 국민에게 `개방'하
는 제도다.
우리당은 전국 16개 시도를 순회하면서 지역별로 경선을 실시하는 한편, 전국
각지에 전자투표소까지 설치해 최대 300만명의 일반 국민을 당내 경선과정에 참여시
키겠다는 계획이다.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통해 국민의 관심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뒤 지금껏 한나
라당에 열세인 대선레이스에서 역전의 발판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특히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과 김근태(金槿泰) 의장, 천정배(千正培) 의원 등
당내 인사뿐 아니라 고 건(高 建) 전 국무총리와 정운찬(鄭雲燦) 전 서울대 총장,
박원순(朴元淳) 변호사 등 `제3후보'까지 등장시켜 대선 구도를 흔들어보겠다는 속
내다.
물론 우리당 지지율이 한자릿수까지 폭락한 상황에서 오픈 프라이머리만 실시한
다고 해서 수백만명 규모의 선거인단이 구성되겠느냐는 부정적인 의견도 없지 않다.
또한 기대했던 `제3후보'들이 오픈 프라이머리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엔 오히려
`김 빠진 경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민의 흥미를 반감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범여권후보 가운데 가장 지지율이 높은 고 전 총리의 경우에도 오픈 프
라이머리 자체에는 긍정적이지만, 우리당이 주도하는 오픈 프라이머리에는 참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고, 정 전 총장과 박 변호사는 아예 정치입문도 선언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절박한 입장인 우리당에선 오픈 프라이머리를 `최후의 카
드'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우리당은 지난 11월8일 100% 일반국민에게 경선 투표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근
거규정을 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선거법이 특정 정당의 집권야욕에 정략적으로 이용돼서
는 안 된다"며 오픈 프라이머리에 반대 입장을 밝힌 상태다.
그러나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문
제가 논란이 되는 분위기다.
당내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와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의
입장차이 때문이다.
일단 박 전 대표는 당원과 일반국민이 50%씩 결정권을 가진 현행 대선후보 경선
방식을 오픈 프라이머리로 변경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 전 대표는 2년3개월 동안 당 대표를 지냈기 때문에 이 전 시장에 비해 당 조
직면에서 다소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당 조직에서 앞선 만큼 기존 제도를 바
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 전 시장측은 기존 제도의 변
경을 주장하고 있고, 당내 조직기반이 취약한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도지사측도 오
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 전 시장과 가까운 이재오(李在五) 최고위원은 기존 제도와 오픈
프라이머리의 절충안적 성격을 띤 `전당원+국민+여론조사' 경선 방식을 주장하고 나
섰다.
기존 제도하에서 수만명 정도인 선거인단 규모를 대폭 확대해 100만명 이상으로
늘리고, 여론조사도 병행하자는 것.
이 같은 상황에서 김형오(金炯旿) 원내대표는 최근 "적합한 경선 방식은 유력
후보가 동의할 수 있는 범위에서 국민의 참여를 고조시키고 헌법,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 방식이 돼야 한다"며 당내 경선방식에 대한 논의 필요성을 제기, 한나라당 내
에서도 공식적으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여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
졌다.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게임의 룰'을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
들기 위해 벌이고 있는 팽팽한 신경전은 향후 심각한 당내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가
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kom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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