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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민주당이 몰락했느냐면...’ 경향 이대근 칼럼이 눈에 띄는 이유

진영논리 넘어선 시각으로 민주당의 자기모순 세 가지 지적한 좌파언론인의 충고

경향신문의 이대근 논설위원이 모처럼 민주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박근혜 말고 안철수와 싸워라'란 제목의 최근 칼럼을 통해서다.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추진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면서 현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낮은 지지율과 안철수 신당 얘기만 나와도 흔들리는 허약한 저질체력에 시달리는 이유가 민주당이 안고 있는 근본적 모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 위원이 칼럼에서 민주당이 달라져야한다고 지적한 부분은 대략 세 가지다. 첫째 여당야당 처지가 바뀔 때마다 180도 달라지는 말바꾸기, 둘째 포지티브 아닌 네가티브 경쟁에 매몰돼 ‘묻지마 반대’에 빠진 오류, 셋째 안철수 신당과의 경쟁을 통한 근본적 변화 등이다.

이 위원은 칼럼 첫 단락에서는 민주당이 박근혜 정권과 싸움이 되지 않는 이유를 현 정부가 ‘폭주 기관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당은 박근혜 정권이라는 폭주 기관차를 멈춰 세울 능력이 없다. 박근혜는 이명박이 아니다”라며 “불리하다고 속도를 늦추지도 방향을 바꾸지도 않는다. 여론의 힘에 위축되지도 않는다”고 적었다. 그 이유에 대해 “새누리당이 기득권의 결집체이기 때문에 기득권을 나눌 능력이 있는 한 정권에 불평하지 않고 뭉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이 정부여당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이지만 역으로 보면 새누리당의 능력을 인정한 대목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여지가 있다. 이 위원은 새누리당을 기득권의 결집체라고 표현했지만, 기득권을 나누는 집단이라고도 했기 때문.

그러면서 이 위원은 “박근혜 정권의 폭주가 아니더라도 민주당이 박근혜 정권을 버거워할 만한 다른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개혁, 한미FTA, 제주해군기지 등 모두 본래 민주당 정책, 새누리 공격해봤자...”

그 예로 그는 “국정원 개혁의 예를 들어보자. 국정원 개혁은 새누리당과 갈등을 빚는 현안이기 전에 민주당 자신의 문제였다”며 “노무현 정권 때 국정원 불법 도청 사건으로 국정원 개혁 요구가 높아지자 열린우리당은 해외정보처를 신설하고 국내 정보는 분리해 총리실로 이전하고 수사권은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개혁을 중단하고 오히려 국내 정보 수집 강화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개혁했다면 대선개입도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제와서 ‘나는 못했지만 너는 해야 한다’며 근본개혁을 요구하는 게 말로는 할 수 있겠지만 실행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대근 논설위원은 “철도 분리, 제주 해군기지,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 새누리당과 맞선 주요 쟁점들도 본래 민주당 정책이었다”며 힐난했다.

이 위원은 “반대니 재검토니 하며 새누리당을 공격해봤자 민주당 자신의 상처에 소금 뿌리고 과거 실패만 부각시킬 뿐”이라며 “이렇게 민주당의 과거는 새누리당의 오늘과 겹쳐진다. 그 때문에 새누리당은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도, 민주당의 얼굴로 민주당과 상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본래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시 여당에 대해 한나라당과 다르지 않은 보수주의 세력이란 비판을 해온 당사자다. 그런 좌파적 시각에서 보면 한미FTA 등 자신들 정권에서 추진해온 핵심 정책에 대해 입장을 정반대로 뒤집고 갈짓자 행보를 보이는 민주당의 행태 역시 비판 대상의 하나에 불과할 수 있다.

이 위원은 이어 “새누리당 상대가 힘겨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안철수 신당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있는 것도 아니다. 안철수가 신당 추진기구를 띄우자마자 민주당은 휘청했다”며 “신당 추진기구가 무슨 비전을 제시하거나 제대로 세력을 갖추고 등장해서가 아니다. 뿌리 뽑힌 민주당이 바람도 없는데 저 혼자 흔들린 것이다. 갈대도 이렇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레 놀란 민주당, 안철수를 공격해보지만 안철수를 때릴수록 낡은 것과 새것의 대결 구도만 부각된다”며 “안철수 신당은 민주당의 잃어버린 반쪽, 민주당의 그림자다. 밟는다고 밟히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민주당과 문재인, 야당 때 말을 바꾸기보다 고백과 반성으로 털어내야”

이처럼 민주당의 적나라한 모순 행보 비판을 이어가던 이대근 논설위원은 민주당이 그런 모순에서 벗어나야만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앞에서는 박근혜 정권이 산악처럼 버티고 아래에서는 민주당의 과거가 발목을 잡고 뒤에서는 안철수 신당이 찌르고 있다.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 소리가 들린다. 당장 이 3중의 포위망을 벗어나야 한다”며 “첫째, ‘과거’ 탈출이다. 집권 때와 야당 때 말을 바꾸고서는 다시 잘해보겠다는 건 아무 소용없다. 그 말 아무도 안 믿는다. 문재인처럼 변명하기보다 고백과 반성으로 털어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어 “둘째, ‘반대하는 정당’ 탈피다. 무엇을 반대한다는 의사 표시를 통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하겠다는 실천의지로 지지를 동원해야 한다”며 “그 방향이 맞든 그르든 실체가 있든 없든 박근혜 정권은 경제부흥을 한다고, 안철수는 새 정치 하겠다고 한다. 민주당도 이젠 뭔가 하겠다는 게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 때 민영화·대운하·세종시 수정을 막는, 뛰어난 ‘반MB 업적’이 있었는데 왜 집권에 실패했겠는가. 박근혜 정권 쫓다가 또 날이 샌다”고 의미심장하게 꼬집었다.

이 위원은 안철수 신당과의 경쟁이 곧 민주당 자신과의 경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셋째, 안철수 신당과의 정면승부다. ‘과거’와 신당 모두 민주당의 부산물이자 민주당의 일부다. 말하자면 그것들과의 싸움은 민주당 자신과의 싸움”이라며 “그건 자기를 바꾸는 문제다. 그래서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구조대원(민주당)이 자기 도움 받은 이(국민)와 결혼할 수 있을지는 구조사실 아닌 매력여부”

그는 “박근혜 정권과 싸우는 건 쉽다. 현재의 민주당으로도 상대할 수 있고 박근혜 정권에 밀려도 제1야당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며 “그러나 신당과의 대결은 새로운 존재로 변화하든가, 사라지든가 양자택일의 생사를 건 승부다. 여기에서 이겨야 한다. 그게 박근혜 정권과의 대결보다 더 중요하고 더 우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힘의 관계는 상대적이다. 박근혜 정권이 강해 보이는 건 민주당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민주당이 안철수와의 싸움에서 강해지면 박근혜 정권과 다시 마주 설 기회도 올 것이다. 구조대원이 자기 도움을 받은 이와 결혼할 수 있을지는 구조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결혼할만큼 매력적인가에 달려 있다”고 적었다. 민주당이 구조대원으로서의 능력에 만족할 게 아니라 결혼상대로서 능력이 있는지를 보여줄 때 수권정당이 될 수 있다는 충고인 셈이다.

이대근 논설위원의 이 같은 칼럼은 냉철한 현실인식보다 감정과 진영논리가 앞선 야권 언론인들이 매일같이 쏟아내는 글들 가운데서 보기 드물게 민주당의 현실과 한계점을 비교적 잘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과연 이러한 충고와 지적을 받아들여 변화에 나설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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