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노무현 재단 송년 행사에서 나온 유시민 전 장관의 “‘장성택·이석기’ 같은 사건” 발언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좌파언론은 오히려 북한의 장성택 처형 사건을 박근혜 정부 비판에 활용하는 모양새다.
북한 김정은의 잔혹성과 체제불안을 증명하는 결정적 사건을 접하고서도 이에 대한 비판보다 박근혜 정부와의 유사점을 찾아 정부 비판 공세를 높이는 분위기가 좌파진영 내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겨레신문은 이런 경향을 주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연재하고 있는 곽병찬 대기자의 ‘문재인 잡으려다 대통령 코 베겠습니다’ 칼럼과 김종국 논설위원의 ‘어디가 남이고 어디가 북인가’ 칼럼이 대표적으로 꼽힐 만 하다.
곽병찬 대기자는 칼럼에서 “엊그제 휴전선 너머 북쪽에선 참으로 끔찍한 처형이 있었습니다”며 “할아버지 때부터 있어온 관행이라고 하지만, 체포에서 재판, 처형까지의 사진과 소식이 낱낱이 공개되다보니 잔혹성의 체감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특별군사법정에 선 장성택 사진은 숨을 멎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건 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라고 먼저 장성택 처형을 접한 소감을 털어놨다.
이어 곽 기자는 “38년 전입니다”라면서 “스위스의 국제법학자협회는 1975년 4월9일을 ‘사법 역사상 암흑의 날’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바로 그날 지구 반대편 대한민국에선 8명에 대한 사형 집행이 있었습니다.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해 사형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되고 20시간 만에 이루어진, 인혁당 재건위 사건 연루자들에 대한 처형이었죠. 당시 1·2심 재판이 진행됐던 비상군법회의를 지켜보던 제임스 시노트 신부는 법정에서 “정의를 모독하는 당치 않은 수작” “공산주의 재판보다 더 나쁘다”고 비난했습니다. ‘신성한 재판정’ 운운하며 침묵을 요구하자 ‘여기는 그저 오물만 쌓인 곳’이라고 절규했습니다.” 라고 적었다.
곽 기자는 아울러 “인혁당 재건위와 민청학련 사건을 함께 조작한 박정희 정권은 한 해 전 김대중씨를 일본에서 납치해 현해탄에 수장하려다 실패합니다”라며 박정희 정권이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수장 사건을 일으켰다고 언급했다.
김정은의 장성택 처형->박정희 정권 사건-> 박근혜 정권 문재인 죽이기로 논리 연결
장성택 처형 사건의 끔찍함과 잔혹성을 먼저 언급하면서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여러 사건을 거론했던 곽 기자는 급기야 문재인 의원까지 연결 지었다.
곽 기자는 “지난해 12월19일 대통령선거 이후 지금까지 1년간 이 정권이 집요하게 한 일 하나가 있습니다. 다른 건 우왕좌왕, 갈팡질팡이었지만 이 문제만큼은 일로매진이었습니다”라며 “문재인 죽이기였죠”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문 의원을 향해 “주먹질하다가, 꿈틀거리기만 하면 ‘불복’이다 뭐다 하며 또 밟았죠. 대통령 후보였다는 죄로 그는 밟히면 꿈틀거리는 지렁이만도 못한 처지였습니다.”라며 정치적 죽이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곽 기자는 “새누리당은 문제만 생기면 배후로 문 의원을 지목해 저주했습니다.”라며 최근 장하나·양승조 발언 파문 등 모든 사안 뒤에는 ‘문재인 죽이기’가 버티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침 북쪽에선 온갖 장성택 규탄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공포로써 김정은 체제를 절대화하려는 겁니다.”라며 “마침 남쪽에서도 희한한 관변 규탄대회가 곳곳에서 열렸으니 참으로 공교롭습니다. 그러나 남쪽은 민주사회입니다. 앞선 경험에서처럼 그런 무리와 억지는 오히려 대통령의 코를 벨 것 같아 걱정입니다. 앞선 불행에서 교훈을 받으시기 바랍니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처럼 곽병찬 한겨레신문 대기자는 고모부인 장성택을 잔인하게 처형한 김정은의 공포정치를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로 연결 짓고, 박근혜 정부의 ‘문재인 죽이기’ 주장으로 결론지은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문재인 죽이기와 김정은의 정치적 위협이 됐던 장성택 처형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한 셈이다. 유시민 전 장관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곽병찬 기자보다 더 단순하고 노골적인 비교질 한 김종국 논설위원
한편, 김종국 논설위원도 ‘어디가 남이고 어디가 북인가’ 칼럼을 통해 곽병찬 대기자의 논리적 전개법보다 더 단순한 행태의 ‘북한의 김정은, 남한의 박근혜’식 글쓰기를 보여줬다.
그는 “북한은 장성택을 ‘천하의 만고역적’으로 규정하면서 ‘오만불손한 행동’을 집중 비난했다. 남한의 새누리당은 ‘대통령 사퇴 촉구’와 ‘아버지 전철’을 이야기한 민주당의 장하나·양승조 의원에 대해 “반역을 자행하고 있다”고 벌떼처럼 들고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성택의 사형 집행이 육체적 생명의 강제적 지움이라면 국회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은 정치적 살해행위”라며 “그리고 이런 살해행위 추진을 지켜보는 권력 주변 인사들의 반응 역시 대동소이하다. 장성택이 체포되는 순간에 포착된 조선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참석자들의 얼어붙은 표정과, 새누리당 국회의원 155명 전원이 단 한 명의 이탈자도 없이 장하나·양승조 의원의 의원직 제명에 동참한 데는 기본적인 유사성이 흐른다”고 적었다.
김 위원은 또 “북한 김일성 일가의 세습 독재체제 유지의 핵심에 국가안전보위부가 있다면, 남한 ‘보수정권 세습’의 핵심에는 국가정보원이 있다. 한쪽이 유일체제 유지를 위해 장성택 숙청에 앞장섰다면 다른 한쪽은 보수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민주적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면서 “그리고 이제 장성택 처형이라는 북한 상황을 빌미 삼아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국정원의 무력화는 절대 있을 수 없다”며 조직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남과 북의 권력자와 정보기관이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형국”이라고 황당한 비교에까지 나아갔다.
친노강경파 진영을 사실상 대변하는 한겨레신문의 평소와 다른 북한 정권에 대한 이와 같은 비판 분위기는 박근혜 정부 비난을 위한 비교 소재로 동원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정 정파지 특유의 정략보도 정수를 맛보는 듯하다. 아울러 이러한 칼럼들은 유시민 전 장관의 발언이 단순한 개인 차원의 소감이 아닌 친노의 정서를 광범위하게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도 방증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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