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인사이드’가 지난 5일 방송에서 다룬 '‘종북 논란’ 부추기는 언론'이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하는 등 보수진영의 종북 비판을 근거 없는 ‘일방적 종북몰이’라는 뉘앙스로 보도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 방송은 또 조선일보를 비롯해 문화일보 등의 보수신문과 TV조선, 채널A 등의 종편채널을 그러한 종북몰이에 무분별하게 앞장서고 있는 언론, 새누리당을 종북몰이 정치세력, 본지 변희재 대표, 이석우 평론가 등을 종북몰이 논객으로 이미지화하는 구성으로 편향된 시각으로 보도했다.
미디어인사이드는 이날 방송에서 먼저 “우리 사회에서 이념논쟁만큼 다른 쟁점을 덮어버리는 폭발력을 갖는 이슈도 별로 없다. 반세기 넘게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 때문일 것”이라며 “하지만 그럴수록 언론이 정확하고 객관적인 용어를 사용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이 되도록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오늘은 먼저, 최근 ‘종북’ 논란에서 나타나고 있는 우리 언론의 태도를 구경하 기자와 짚어보겠다”고 시작했다.
이어서 구경하 기자는 “신문 기사를 분석해봤더니 ‘종북’에 관한 기사는 총선이 있던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다”며 “일부 신문은 매일 1건 꼴로 종북 관련 기사를 실은 것으로 나타날 정도”라고 말했다.
바로 이어서 방송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미사 장면을 보여주면서 전주교구 박창신 원로신부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고, 뒤이어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이 “정의구현사제단의 일부는 ‘종북구현사제단’에 가깝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발언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신부님들에 대해서까지도 종북몰이를 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 발언 장면을 보여줬다.
그러나 방송은 박창신 신부의 문제의 발언은 논란이 되고 있다고 했을 뿐, 소개하지도 않았다. 박 신부의 발언이 왜 종북논란에 휩싸였는지 설명을 생략한 채 곧바로 새누리당의 비판발언과 문재인 의원의 박 신부 옹호발언을 내보낸 것이다.
제작진은 박창신 신부 논란을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다는 것으로 전제했는지 몰라도, 시청자에게 문제의 발단이 된 발언을 소개하지도 않은 채 김태흠 원내대변인과 문재인 의원의 모습과 발언을 보여준 것은 해당 논란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시청자들에게는 새누리당은 종교인을 종북몰이로 탄압하는 세력, 문 의원은 그런 탄압을 비판하는 양심세력이란 이미지와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다.
보수의 ‘종북 비판’ 나온 배경 설명 빼놓고 보수가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
미디어인사이드 이날 <‘종북 논란’ 부추기는 언론> 방송은 시종일관 이러한 화면구성과 기자의 리포트, 인터뷰 내용으로 진행됐다.
계속된 리포트에서도 “올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피의사건,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청구가 이어지면서 ‘종북’ 관련 발언과 인용 보도는 2년째 쉼없이 나오고 있다”면서, 국정원 여직원이 “북한과 종북 세력의 선전·선동에 대해서 대응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라고 발언하는 내용에 이어 통진당 오병윤 의원이 “기회만 되면 종북을 떠드는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고 발언하는 화면을 내보냈다.
방송은 또 ‘종북’이 명확한 정의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정치권을 중심으로 지칭하는 대상을 확대해 사용하면서 논란도 일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종북’이란 단어가 처음 통합진보당 전신인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제기된 사실을 전하면서 “이후 ‘종북’은 주요 정치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지칭 대상이 점점 확장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발표에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가 종북으로 지목됐고”라는 리포트에 이어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김무성 의원이 “국론 분열을 야기하고 국제사회 망신을 자초한 종북단체까지 감싸고 돌 것인지...”라고 했던 발언을 내보냈다.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정부 조사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고 유엔 안보리에 그러한 내용을 담은 서신을 보냈던 참여연대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던 김무성 의원이 당시 참여연대를 근거없는 종북몰이 했다는 비판의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참여연대가 천안함 폭침 사태에서 보였던 행태와 이 단체가 왜 종북적이라는 비판과 오해를 받았는지에 대해 아무런 배경 설명 없이 김 의원이 무작정 종북몰이한 것처럼 비춰진다.
미디어인사이드는 이처럼 화면구성과 리포트에서 종북논란이 일게 된 근본 배경이나 원인과 같은 것은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정치권과 언론이 ‘종북’을 빈번히 사용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전제로 처음부터 끝까지 종북 의혹이나 종북 비판을 하는 보수진영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특히 인터뷰 대상자로 좌파진영 손호철(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과 이기형(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만 등장시켰을 뿐, 언론의 종북 보도를 이들과 다른 시각으로 보는 반대측 인사들은 출연시키지 않았다.
미디어인사이드, 이정희 부부 소송 변 대표 법원 판결도 ‘종북’ 발언으로 사실 왜곡
미디어인사이드 이날 방송이 더 심각했던 건 본지 변희재 대표의 이정희 부부와의 소송 문제에서 사실을 왜곡한 부분이다.
방송은 “최근 법원에서는 근거 없이 특정인을 ‘종북’으로 지목하거나, 이런 주장을 인용한 보도에 대해 책임을 묻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며 “지난해 3월 한 인터넷 매체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를 종북·주사파로 지칭하는 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말하는 한 인터넷 매체 대표가 바로 변희재 대표를 가리킨다.
방송은 이정희 부부에 관한 변 대표 트위터 글을 보여주면서 “새누리당은 이어 이 대표가 김일성 초상화를 걸어놓고 묵념하는 세력에 속해있다는 성명을 냈다”며 “이를 인용하거나 이정희 대표 부부의 정치 성향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이 대표 부부는 처음 글을 올린 논객과 정치인,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 부부의 손을 들어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 대표는 “재판부에서 종북이란 부분은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종북은 다양하게 쓸 수 있다고 했다. 단지 내가 주사파라고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 문제 삼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이정희 부부의 변 대표 소송과 관련해 보도한 아주경제는 변 대표가 이정희 부부에 종북 발언을 해 배상판결을 받았다고 보도했다가, 사실과 다른 보도로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정정,반론 보도 명령을 받기도 했다. 법원은 변 대표가 단순히 종북 발언을 해서가 아니라 주사파 관련해서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배상판결을 내렸다는 게 정확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미디어인사이드가 변 대표에게 사실을 확인하지도 않고, 변 대표를 ‘종북몰이’에 눈이 먼 보수논객으로 사실상 매도한 셈이다.
이처럼 미디어인사이드 제작진은 5일 방송 ‘‘종북 논란’ 부추기는 언론’에서 ‘종북 비판은 잘못됐다’는 선입관과 의도를 가지고 내내 보수진영을 ‘종북몰이’의 주체 세력으로 사실상 낙인찍고 비판에 몰두했다. 그러나 단 한 군데서도 종북 비판이 왜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균형잡힌 미디어비평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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