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특위 등 여야의 합의가 사실상 국정원 해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수진영의 반발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한겨레신문이 단도리에 나섰다. 새누리당이 보수진영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개혁안을 대폭 양보했지만, 개혁특위 구성안부터 시작해 민주당에 끌려다니면서 야권이 만든 국정원 개혁 반대 프레임에 갇힌 형국이다.
‘국정원의 댓글과 트위터글로 인한 총체적 불법선거’라는 무차별 공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국정원 개혁에 관한 전권을 야당에 안겨주고도 개혁특위 등을 둘러싼 여야 협상에서 ‘국정원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이란 부정적 이미지는 이미지대로 덮어쓰게 된 셈이다.
한겨레신문은 당장 6일자 사설에서 <새누리, ‘국정원 개혁저지특위’ 만들 셈인가>라는 제목으로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 등의 안을 받지 않으면 새누리당이 국정원 개혁을 저지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들고 나온 것이다.
한겨레는 “정치권이 국정원 개혁을 이루려면 일단 개혁을 향한 최소한의 의지는 공유해야 한다. 국정원이 개혁에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개혁 의지 공유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진다”면서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의 태도를 보면 개혁에 대한 열정은 고사하고 개혁특위를 아예 ‘개혁저지특위’로 여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관여를 막는다는 미명 아래 수족을 끊어 대공전선의 혼란이나 약화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황우여 대표) ‘국가 안보가 저해되거나 대공수사가 축소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최경환 원내대표)는 등 어떻게 하면 개혁의 수위를 낮출까에만 골몰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국정원 개혁의 요체는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21세기 정보환경에 걸맞은 선진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게 하는 일”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국정원 궤도 이탈의 근본 원인인 국내 정보수집 기능을 폐지하고 대공수사권을 검경으로 이관하는 것 등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기능 폐지와 대공수사권을 검경에 넘기는 것 등은 사실상 국정원의 손발을 자르는 것으로 실제로 국정원 개혁 아닌 무력화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21세기 정보환경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국경과 시대를 초월하는 마당에 국정원의 선진 정보기관화를 주장하면서 국내 정보수집 기능 등을 폐지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한겨레는 또 “새누리당이 검토하고 있는 특위 위원들도 국정원 개혁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 대다수”라며 “그동안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국정원을 옹호하고 변명하기 바빴던 사람들, 국정원 출신으로 국정원의 조직 이익 보호에 앞장선 의원 등이 이름에 오르내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래서는 개혁특위는 파열음만 내다 제대로 된 개혁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막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며 “그것이 새누리당이 내심 원하고 있는 것이라면 참으로 통탄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이 국정원 개혁특위에 합의해주며 사실상 전권을 내준 것이라고 지지층의 강한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한겨레신문은 오히려 새누리당을 국정원 개혁 반대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국정원 개혁특위 정국에서 새누리당이 사사건건 밀릴 가능성이 크고 안보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기능 폐지 및 대공수사권 이관 등도 현실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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