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국정원의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의 실각 소식 공개에 또 다시 시점 의혹을 들고 나왔다. 경향은 이전에도 이석기 사태 관련 압수수색, NLL 회의록 검찰 중간수사 결과 발표 등 국정원과 검찰이 수사한 다양한 사건에서 늘 ‘하필이면 왜 지금’이냐는 식의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물타기 하려는 꿍꿍이가 아니냐는 식이었다.
3일자 <[북 장성택 ’실각’]국정원 또 내부정보 이례적 공개… 개혁 논란 속 ‘존재감’ 과시> 기사를 통해 경향은 먼저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의 실각 소식은 3일 국가정보원의 공개에 앞서 국회를 통해 먼저 알려졌다”며 서두를 시작했다.
경향은 이어 “국회 정보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조원진·민주당 정청래 의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30분쯤 국정원 고위 간부가 예고 없이 두 의원의 방을 찾았다”면서 “이 고위 간부는 여야 간사 방을 차례로 들러 ‘장성택이 실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내용을 구두로 보고했다. 그는 ‘곧 정부 발표가 있을 것’이라면서 자리를 떴다. 보고 시간은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계속해서 “서상기 정보위원장은 경기도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 중이어서 나중에 전화를 통해 대략의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며 “정보위 관계자는 ‘국정원은 통상 뭔가를 발표하기에 앞서 정보위에 보고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은 “여야 간사들이 국정원 발표를 기다리는 사이 ‘장성택 실각설’이 YTN을 통해 속보로 보도됐다”면서 “이와 동시에 국정원은 ‘북한 노동당 행정부장 장성택, 실각 징후’라는 제목의 e메일 자료를 통일부 기자들에게 보냈다. 두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잇달아 브리핑을 열고 보도 내용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선 개혁 도마에 오른 국정원이 또다시 북한 관련 내부 정보를 이례적으로 공개해 존재감을 과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궁지에 몰린 국정원이 북한 관련 중요 동향을 발표함으로써 위기를 타파하려는, 일종의 물타기용으로 장성택 실각 정보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뉘앙스가 짙게 배어나오는 대목이다.
앞서 경향은 지난 8월 29일자 사설에서 국정원이 이석기 등 통합진보당 핵심 간부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내란죄 수사에 나섰다고 발표하자 현 시점에서 몇 가지 짚어볼 대목이 있다면서 “첫째, 시기적으로 왜 하필 지금이냐는 의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지금은 국정원에 대한 초유의 국정조사가 끝난 직후로 국정원 개혁이 최대 화두로 부상한 시점”이라며 “남재준 원장의 국정원이 고비 때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는 등 이슈를 만들어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전환용이라는 의심을 받을 만한 구석이 없지 않다”고 주장했다.
10월 3일 검찰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중간 수사 발표에 대해서도 “그러나 ‘왜 하필 이때 검찰이 중간 수사결과를 내놓았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면서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회의록 삭제를 참여정부 책임으로 돌려 공약 파기 등으로 궁지에 몰린 정권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가 짙다는 것”이라며 또다시 ‘시점 음모론’을 제기한 바 있다.
자유언론인협회 김승근 미디어위원장은 “경향의 ‘왜 지금이냐’는 습관성 의심병이 어디 가겠나”라며 “왜 하필 지금이냐는 눈으로 사안을 바라본다면, 국정원, 검찰이 왜 하필 지금 수사하고 발표하고 체포하는지 의심안할 구석이 어디 있겠나. 세상사를 음모론으로 보면 모두 의심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언론이 사건의 표피가 아닌 내막을, 진실을 파헤치겠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매사 왜 하필이면 지금이냐며 습관적으로 경향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언론의 의무와 양심의 느낌보다는 진실에 다가가겠다는 것보다 정략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고 심하게 말하면 의심병 환자처럼 느껴지기도 하다”며 “경향신문의 습관성 시점 타령이 국민과 독자에게 어떤 느낌을 줄지도 좀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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