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2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차기 대선 재도전 의사를 밝히며 적극적인 정치행보에 나선 것에 대해 일제히 주목하고 나섰다. 문 의원의 조기 재등장 배경과 안철수 의원과의 경쟁 구도 등에 다각적인 분석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앞서 문 의원은 2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권재도전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자신의 저서 ‘1219, 끝이 시작이다’의 주요 내용을 1일 보도 자료를 통해 밝히면서 “지금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저와 경쟁했던 박근혜 후보와는 다른 분 같다”며 “공안정치를 이끄는 무서운 대통령이 됐다. 후보 시절 강조했던 국민통합과 상생도 오히려 더 멀어졌다”고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섰다.
문 의원은 특히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했다. 문 의원은 “당장 2017년 대선에서 불법관권선거를 되풀이하겠다는 것이나 진배없다”면서 “(닉슨 대통령은) 도청공작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이 아니라 '전혀 모르는 일,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거짓말한 책임을 추궁당해 사퇴를 자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의원의 이 같은 광폭 행보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은 내년 지방선거와 야권재편에서 친노 세력의 전면적 재등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으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많은 언론이 문 의원의 ‘조기 등판’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 의원과 친노의 전면 재등장이 민주당의 대여투쟁 방법론에 혼선을 일으킬 가능성도 높고, 끝없이 이어지는 대선정국 피로감을 높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 의원은 자신에 의해 논란이 증폭된 사초실종 사태와 관련해서도 아직까지 책임 있는 사과와 입장을 밝히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대선 재도전 의사를 밝히고 정쟁의 한 가운데로 다시 나선 것이 과연 설득력이 있는 행보인지 언론의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경향신문 “문재인 행보 민주당 내 우려가...”
당장 경향신문은 이날 <“공안 이끄는 무서운 대통령” 회고록서 결기 세운 문재인> 제목의 기사에서 문 의원을 필두로 숨죽였던 친노 세력이 정치 전면에 나서며 야권에 주도권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면서도 곤혹스러운 민주당 입장을 전하며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경향신문은 기사에서 “대여 투쟁에 배수진을 친 민주당으로선 문 의원의 거침없는 행보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단독처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지도부 책임론으로 뒤숭숭한 가운데 허를 찔렸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기사는 “김한길 대표가 ‘대표직을 걸겠다’고 밝히면서 전열을 가다듬는 과정에서 대여 전선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며 “당 핵심 관계자는 ‘솔직히 친노 때문에 지금 당이 흔들리고 있는 측면도 있다’며 ‘회의록 실종 논란 등으로 당이 어려울 때는 모른 체하더니 이제 당이 단합해야 할 때 혼란을 부추기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피력했다.”고 전했다.
동아 “문재인 NLL 발언 책임도 지지 않고 싸가지 없는 행보” 중앙 “문재인 뜬금없는 재도전 친노의 조급함”
동아일보의 김순덕 논설위원은 이날 <남자답지 못한 남자는 껍데기다>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안 의원과 함께 문 의원을 비판했다. 김 위원은 “공교롭게도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안철수가 나선 바로 다음 날 ‘2017년 대선에서 어떤 역할도 회피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대통령선거 재도전을 선언했다. 대선이야 몇 번 재도전하든 개인 자유”라면서 “그러나 ‘대선 후 1년은 공개적 발언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되도록 피했다’고 앞뒤 다른 말을 하는 데는 듣는 이가 고통스럽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은 또 문 의원의 NLL 발언, 사초실종 논란과 관련한 모순된 언행을 지적했다. 김 위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 논란에 ‘원본 공개하라’ ‘국가기록원 찾아보자’는 공개 발언으로 일을 키운 사람이 바로 그다. 심지어 여야 대표가 NLL 논란 중단 선언까지 했는데도 문재인은 ‘NLL 포기 논란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7월 26일)고 불을 질러 검찰 수사로까지 확대시켰다”면서 “‘NLL에 관한 노 전 대통령의 입장이 북한과 같은 것으로 드러나면 제가 사과는 물론 정치를 그만두는 것으로 책임을 지겠다’(6월 30일)더니, 국민적 에너지를 1년 가까이 허비하게 만들고는 이제 와서 ‘대화록 미(未)이관은 참여정부의 불찰이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가볍게 넘기는 건 무책임하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스스로 ‘싸가지 없는 진보는 안 되더라’고 했지만 지금 본인이 딱 그 행태”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중앙일보의 이철호 논설위원 역시 이날 칼럼으로 문 의원의 최근 행보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이 위원은 대권 재도전을 시사하고 나선 문 의원에 대해 “대선이 끝난 뒤 ‘개인적인 꿈을 접는다’고 했던 그다. 혹시 입장 번복에는 친노파의 세력 논리가 작용한 것은 아닐까. 어쩌면 NLL 대화록과 국정원 댓글 사건이 그를 자극했을지도 모른다”면서 “하지만 DJ와 비교하면 시기를 보나, 상황으로 보나 성급한 판단이란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고 적었다.
이 위원은 문 의원의 최근 행보를 보면서 DJ의 정계복귀 모습과도 비교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요즘 ‘응답하라 1994’ 드라마가 인기다. 그해 대학생들의 사랑만 있었던 게 아니다. 전쟁 위기가 닥치고 북한의 김일성이 죽었다. 그런 쓰나미에도 DJ는 조용히 아태평화재단을 만들며 인고(忍苦)의 시간을 낚았다”며 “문 의원의 재도전은 그의 자유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웃돌고 있다. 대선불복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정말 재도전을 꿈꾼다면 차라리 의원직을 내려놓고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가면 어떨까 싶다. 아직 4년이나 남았다. 뜬금없는 재도전 뉴스에 자꾸 친노 진영의 조급함이 어른거린다.”고 했다.
언론은 문 의원의 조기 등판이 사실상 민주당 지도부의 정치력을 흔드는 것으로 대여투쟁의 효과나 여론의 지지 등에서도 효과를 내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한겨레신문이 이 점을 외면하는 가운데 경향신문조차 민주당 내부의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 의원과 친노 세력이 과연 이 같은 언론 지적에도 귀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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