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제작진의 의도가 담기게 마련이다. 가령 광우병의 위험성을 다룬다면 광우병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쇠고기를 먹는 인간에 어떤 영향을 주며 정부의 쇠고기 수입 정책을 따지고 점검하여 시청자로 하여금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도(목적)를 담을 것이다. 방송을 만들면서 제작진이 그 의도를 ‘공공의 선(이익)’에 두느냐 아니면 다른 목적에 두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방향은 결정이 나고, 그 방향에 의해 사회적 영향력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2008년 PD수첩의 광우병 방송을 만들었던 제작진들은 국민의 건강 문제를 걱정한 것이라기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하늘을 찌르는 적개심”으로 방송을 만들었고, 그러다보니 과장과 거짓의 유혹을 벗지 못했으며 알다시피 그 방송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치러야할 대가는 매우 컸다.
만일 제작진의 의도가 말 그대로 순수하게 공공의 선이었다면 같은 주제였더라도 심각한 오류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방송이 우리 공동체 사회에도 생산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만들 때 제작진의 의도가 그만큼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광우병 방송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던져줬다. PD수첩의 광우병 방송은 공공의 선이 아니라 특정 정치·이념진영만을 위한 선을 추구했기 때문에 빚어진 참극이었다. KBS 추적60분이 두고두고 비판을 받아야 할 이유도 비슷하다. 제작진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편에서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쓴 한 사람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려고 국정원을 다뤘다기보다 국정원 자체를 비난하기 위해 소재로 활용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PD수첩 광우병 방송처럼 제작진의 불순한 의도가 깃든 추적60분
필자는 이미 추적60분 제작진이 그 사건을 단정하고 국정원의 간첩 조작 사건이란 이미지를 시청자에게 주기 위해 만든 혐의가 짙다는 지적을 한 적이 있다. 화교 유우성씨가 1심에서 비록 무죄를 받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간첩이 아니라고 믿을만한 확실한 증거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와 그의 여동생이 신뢰할만한 인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을 입증할 근거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혐의 입증의 완벽성을 기해야한다는 뜻으로 재판부가 증거불충분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을 제작진은 마치 국정원이 애초에 의도적으로 유우성씨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씌워 간첩으로 만들고자 한 것처럼 시청자들이 오해하기 쉽게 만들었다. 방송은 국정원의 주장이 허술한 부분만을 따라갔고, 유씨 남매의 납득하기 힘든 행보는 철저히 배제했다.
유씨 남매의 조력자 민변 측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사건이 ‘국정원의 간첩 조작 사건’이라는 주장을 폈고, 방송 역시 그런 민변 인사와 국정원 저격수들을 출연시켜 그들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게다가 이 사건과 아무 관련도 없는 이석기의 내란음모 사건까지 클로징에 담았다. ‘국정원은 무고한 유씨를 간첩으로 조작했다. 이석기 내란음모사건도 국정원의 조작사건 아니냐’는 의미로 시청자들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엄밀히 말해 이것은 여론을 흔들어 유씨 사건뿐 아니라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에까지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비록 KBS 황우섭 심의실장이 이 방송의 의도와 문제의 심각성을 사전에 인지해 결정적인 문제적 장면들이 빠질 수 있었지만, 제작진의 처음 의도대로 방송이 나갔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수준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권력투쟁에서 얻는 게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주어지는 것
언론노조가 방통심의위의 제재결정을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사건이라며 ‘정치심의’ ‘표적심의’ 운운하며 게거품을 무는 것은 시청자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자신들 입맛에 맞는 심의 결과에 대해서는 반색하고, 반대의 경우는 매번 앵무새같은 비난만 쏟아낸다. 매번 한 치도 다름없이 좀비같은 물어뜯기가 반복되는 데 도대체 무슨 설득력이 있겠나. 방송심의규정 11조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언론노조 반박에 대해서도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추적60분의 본질적 문제를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을 다뤘기 때문으로 보지 않는다. 공공의 선을 위해서라면 다룰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추적60분은 11조 규정 중 ‘심층취재는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부분을 정면으로 거슬렀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제작진이 유씨의 무죄증거와 함께 유죄증거도 찾았어야 했다.
국정원 타도가 공공의 이익이 될 수는 없다. 국정원의 실수와 잘못이 있었다면 반드시 밝혀져야 하고 개선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가 정보기관을 아예 타도하자는 식의 주장은 공공의 선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것이다.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정보기관의 문제를 우리나라 특정 진영, 특정한 집단의 주장처럼 아예 말살하자는 식으로 덤비지 않는다. 추적60분 방송의 편파성을 지적했다고 심의 위원들을 ‘국정원 비호세력’이라고 몰아붙이는 것도 비상식적이다. 그런 식의 주장이 언론노조가 비판하는 맹목적 빨갱이 사냥과 도대체 뭐가 다른가. 우리편 아니면 적이라는 식의 투쟁논리 밖에는 도대체 사고의 유연성이라고는 찾기 어려운 이들이 언론인임을 자부하는 대한민국 현실에 어느 누가 개탄하지 않을 수 있겠나.
언론노조, 민언련, 언개련 등등의 추적60분 맹목적 비호야말로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행태다. 특정 이념진영과 정치세력의 주장을 나팔수처럼 앞장서 외치고, 개별적 방송 심의 결과를 가지고 전체를 매도하고, 툭하면 정치공세에, 특정 정파의 선을 마치 공공의 이익인양 포장하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신물을 낸다는 점도 알았으면 한다. 국정원을 다룬 추적60분은 기계적으로 따져 봐도 공정성 등 심의규정을 어겼을 뿐 아니라 방송 전체가 짙게 풍기는 그 의도는 더욱 고약하다. 추적60분과 언론노조 등은 방통심의위의 심의 결정을 비난하기보다 국정원을 때려잡기 위해 간첩사건을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시청자 국민의 의심부터 해소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야 방송사 언론노조가 방송 프로그램을 정치투쟁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언론노조가 정권과 권력과의 투쟁에서 싸워 이길 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언론노조에 드리운 그런 의혹에서 자유로울 때 국민이 선사하는 것이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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