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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도 이외수도 잘 몰랐던 MBC

그 누구도 자신들을 건드려선 안 된다는 이들의 오만함이 빚은 해프닝


이외수씨가 천안함 폭침을 소설이라 생각하는 건 그의 자유다. 그 누구도 그의 머릿속까지 이래라 저래라 할 순 없는 일이다. 허위의 주장을 유포한다면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어쨌든 그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 자체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떠든다는 건 부질없는 짓이다. 그 뿐 아니라 천안함 폭침은 정부의 조작이라고 믿는 사람도 더 있다. 그들에게는 그 어떤 증거를 들이대도 조작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은폐시도일 뿐이다. 정부의 발표가 거짓이라고 믿고 싶은 사람들은 천안함 어뢰추진체 내부에 어쩌다 붙은 빨간 끈도 붉은 멍게로 보이는 법이다. 이들에게는 북한이 공작원을 시켜 우리 여객기를 폭파하고 탑승객이 몰살해도 정부의 음모이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도 음모의 연장선에 있는 사건이다.

이외수씨가 생각이 있든 없든, 개념 충만한 진실한 소설가이든 얄팍한 소셜테이너이든 그게 핵심은 아니다. 문제는 ‘공영방송 언론인’이라 자부한다는 MBC와 제작진들의 무신경과 오만함이다. 국방부는 이씨를 강사로 섭외한 것은 군이 아닌 MBC였다고 했다. 다른 이유였지만 국방부는 강연자 교체를 요구했고, MBC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한다. 천안함과 무관한 내용도 제작진이 국방부 요구를 거절한 이유 중 하나가 됐다고 한다. 문제의 프로그램 일밤 ‘진짜사나이’ 제작진 권석, 김민종, 최민근 PD 등은 2010년 MBC 파업 때 “PD의 창조성을 억누르는 모든 제약과 외압을 거부한다”며 MBC를 장악하려는 권력의 음모를 막아내겠다는 MBC PD협회 결의문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다. ‘PD수첩’ ‘무한도전’에 대한 부당한 외압이 있다며 정권과 회사 경영진을 비난하면서 말이다.

이외수를 다른 강사로 교체하기엔 시간이 촉박했다는 핑계보다도 애초 2함대에 대한 이들의 무신경이 필자에겐 더 놀랍다. 그곳에 북한의 공격으로 두 동강이 난 천안함의 선체와 당시 상흔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는 것 아닌가. 만일 알았다면 더 큰 문제다. 천안함 폭침의 충격과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천안함 46용사의 가족과 국민이 그렇게 많은데도 자신들 예능프로그램에 이외수 한 명 출연시키자고 그걸 무시했으니 말이다. 트위터 대통령이란 별명까지 얻은 이씨가 트위터에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 다국적 전문가들의 최종 판단과 정부의 발표도 무시하고 “천안함 소설” 운운했던 사실을 모르고 섭외했다면 그것도 문제다. 결국 이외수라는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출연시킨 꼴이 되는 게 아닌가.

공영방송사 PD와 기자들, 제작 자율성을 핑계로 굳은살 된 오만함 반성하는 계기돼야

이외수의 2함대 강연 파문을 보면서 아무도 자신들의 영역을 건드리지 말라던 이들의 오만함이 빚은 사고라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그저 유명세가 있다고 자신들도 사실 잘 모르는 인물을 섭외하고 대충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이 공영방송사의 대단한 구성원입네, 언론인입네 한다면 우스운 일이다. PD의 창조성과 자율성을 구실로 자신들은 그 어떤 간섭도 받아선 안 된다는 오만한 생각이 결국 이번 사건을 낳은 꼴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공영방송사의 PD와 기자로서 공영성을 이유로 권력과 회사를 공격하려면 자신들도 걸 맞는 공영의식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이외수의 2함대 강연을 추진했던 MBC 제작진들은 그로 인해 사회에 어떤 파장이 일고 영향을 끼칠지 별다른 문제의식도 느끼지 못했던 자신들의 둔한 감각과 무신경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굳은살이 되어 박힌 오만한 사고는 창의성이 빛을 발하기보다 매너리즘에 젖을 확률이 높고 보장된 자율성은 무면허 운전자처럼 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 비단 이번 사태의 당사자들 뿐 아니라 MBC PD들과 기자들, 이웃집 KBS의 PD와 기자들은 이번 기회에 자신들부터 돌아봐야 한다. 특히 제작 자율성을 구실로 회사의 기본적 방침조차 따르길 거부하고 프로그램의 질적, 사회적 완성도를 따지는 간단한 심의를 거치는 것조차 모두 외압이고 간섭이라고 게거품을 무는 이들은 과연 자신들이 완벽한 사람들인지 자문해보길 바란다.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선 그 누구도 끼어들어선 안 되는 성역처럼 취급되어야 하고, 자신들은 그 어떤 실수도 하지 않는 절대선인지 스스로 의심해보길 바란다. 천안함 폭침이나 김현희를 의심하기보다 스스로의 무지와 불완전성을 의심하고 반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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