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박근혜 대통령의 첫 시정연설 직후 청와대 경호실 경찰관 폭행 논란을 일으킨 민주당 강기정 의원에 대해 좌파언론이 감싸고 나섰다. 강 의원은 특히 과거 여러 차례 국회 폭력 사태로 물의를 빚은 당사자로, 이번 폭력 사태로 과거 전력까지 구설에 오르며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 언론은 강 의원측 입장에서 축소보도하거나 오히려 대통령 측에 책임이 있다는 뉘앙스로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인터넷판 메인 기사로 강 의원과 청와대 경호실 경찰관 사이에 있었던 폭행 논란 사건을 게재했다. 제목은 <‘근혜산성’ 때문에?… 국회 본청 막은 버스 놓고 민주 의원·청 경호지원 요원 몸싸움>이었다. 이번 폭력 사태의 원인이 대통령 경호를 위해 국회 본청 앞에 주차돼 있었던 버스 때문이라는 뉘앙스로, 마치 대통령 측의 잘못, 더 나아가 대통령 측의 과잉 경호에 문제가 있다는 이미지를 준다.
기사는 “사건은 박 대통령 경호를 위해 본관 앞에 세워둔 대형버스 3대에서 비롯됐다”면서 “본관 앞 규탄대회에 참여하려던 민주당 의원들은 이들 버스를 보고 ‘시정연설이 끝나지 않았냐. 차를 빼달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강기정 의원이 버스 문을 발로 찼다. 그러자 경호 지원요원이 ‘누군데 남의 차를 발로 차고 그냥 가느냐’며 강 의원의 뒷덜미를 잡았다.”고 보도했다.
이어서 “민주당 인사들이 ‘누가 국회의원을 잡느냐’고 강력히 항의했고, 경호 지원요원들이 모여들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면서 “서로 밀치는 과정에서 경호 지원요원 한 명이 강 의원 뒤통수에 얼굴을 부딪혀 입술이 터졌다. 상황은 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말리면서 10여분 만에 가까스로 정리됐다”고 전했다.
계속해서 기사는 “어느 정권 시정연설에도 경호차를 차벽처럼 설치하고 오랜 시간 의원들 출입을 막는 경우는 없었다”며 “경호원들이 목을 젖히고 양손을 꺾는 행위를 3분 이상 계속한다는 것은 마치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른 차지철 경호실장 같은 용서할 수 없는 폭력행위”라고 주장한 강 의원의 발언을 전했다.
아울러 박지원 의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청와대 경호실은 그 정권의 민주주의 얼굴”이라며 “명박산성은 서울광장에 쌓았지만 근혜산성은 국회 본청 앞에 쌓았다”고 적은 글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기사는 “22경찰경호대 운전담당 현모 순경이 강 의원으로부터 안면을 가격당해 서울시내 한 병원으로 응급후송돼 봉합 치료를 받았다”며 “강 의원의 폭력행사에 대해 법적 조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청와대 측의 반응, “당시 현 순경은 강 의원이 의원 배지를 달고 있지 않아 국회의원인지 몰랐다”고 설명한 경호실 측의 설명을 전했다.
조선닷컴 등 다른 언론보도와 비교되는 경향의 축소보도, 게다가 청와대 측에 떠넘기기
경향신문은 그러나 강 기정 의원이 버스를 발로 차며 경찰관 측과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욕설을 한 사실, 강 의원이 뒤통수로 경찰관 안면을 가격한 사실을 강 의원 입장에서 기술했다. “서로 밀치는 과정에서 경호 지원요원 한 명이 강 의원 뒤통수에 얼굴을 부딪혀 입술이 터졌다”는 대목은 폭력 사태가 몸 싸움 과정에서 우연히 벌어진 별것 아닌 사건이라는 뉘앙스를 준다.
그러나 조선닷컴의 경우 “강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 45분쯤 국회 본관 앞에 세워진 청와대 경호 버스 3대 중 1대를 발로 차며 ‘너희가 뭔데 여기 차를 대놓은 거야? 당장 차 빼’라고 했다”며 “그러자 운전을 맡은 현모 순경이 내려와 강 의원에게 ‘누군데 차를 발로 차고 그러느냐’면서 지나가려는 강 의원의 윗도리 뒤쪽을 잡았고 5분여간 승강이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현 순경의 얼굴과 강 의원 뒤통수가 부딪쳐 현 순경 입술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민주당 의원들과 다른 청와대 직원 등도 합세하면서 10여분간 막말과 고성이 오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강 의원 측과 경찰관 측의 언행 모두 그대로 전한 것이다. 이러한 당시 상황 스케치는 다른 언론사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경향은 양측의 언행을 생략하는 방법으로 폭력 사태를 축소 보도했고, 강 의원의 ‘차지철’ 박지원 의원의 ‘근혜산성’ 등에 방점을 찍는 보도를 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청와대 측에 돌린 꼴이다. 결과적으로 강기정 의원을 감싼 셈이다.
다른 언론과 달리 “강 의원이 버스를 발로 한 대 찼다”고 보도한 세심한(?) 한겨레
같은 시각(오전 9시께) 한겨레신문 인터넷판은 메인에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비난하는 기사를 전면에 띄웠다. 강기정 의원이 빚은 폭력 사태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검색 결과 한겨레는 <민주당 의원-청와대 경호실 직원 국회 본관 앞서 몸싸움> 제목의 기사로 보도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한겨레 기사는 축소 보도한 뉘앙스가 경향보다 더 강했다.
기사는 “민주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시정연설에 참석한 뒤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특검 도입 등 현안에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하는 항의 집회를 열기 위해 국회 본관 앞 돌계단 위에 주차된 청와대 차량 3대를 빼달라고 요구했다”며 “이에 경호부대 경찰관들은 ‘다른 차들이 먼저 나간 뒤 뺄테니 기다려달라. 지금은 못 뺀다’고 맞서면서 양측간에 실랑이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실랑이 끝에 경호실 차량을 발로 한대 찼으며, 이 모습을 본 버스 안에 있던 경찰이 내려와 강 의원의 목덜미를 잡아당기며 놓아주지 않았다”면서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이에 거세게 항의하면서 양쪽 간에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정성호 민주당 원내 수석부대표 등이 현장을 찾아 몸싸움을 말리면서 오전 10시50분께 상황은 정리됐다”고 기사를 마무리했다.
이 사건을 보도한 언론 대부분이 강기정 의원이 버스를 발로 찼다고 보도했는데 한겨레는 유독 “강 의원이 버스를 발로 한 대 찼다”고 보도한 대목이 눈에 띈다. 한겨레의 기사는 기자 이름이 아닌 온라인뉴스팀으로 기사 작성자가 돼 있었다. 18일 인터넷과 방송을 들썩인 강기정 의원 연루 폭력 사태가 한겨레의 시각에서는 별 것 아닌 사건이었던 것. 한겨레 역시 한껏 축소 보도한 셈이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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