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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웃을 ‘공정방송협의’ 이야기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꿈꾸는 언론노조의 공정방송 주장 실체는 ‘좌편향 방송’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부분이 있다. 자신이 쓰는 단어의 뜻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쓰는 것과 같은 줄 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단어라도 너와 내가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나는 이러이러한 의미로 그 단어를 썼지만 다른 누군가는 나와는 정반대의 의미로 그 단어를 사용한다. 가령 ‘공정하다’와 같은 말을 보면, 네이버 국어사전에 이 형용사의 뜻은 ‘공평하고 올바르다’로 나와 있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바르다’라는 의미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런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공정하다는 말은 입장에 따라 하늘과 땅만큼이나 그 의미에 큰 차이를 보일 때가 있다. ‘어느 한쪽 일방으로 치우친 독선’이 공정하다는 껍질을 뒤집어쓰고 그 단어의 본주인 노릇을 한다는 의미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언론노조 측과 이야기를 나눌 때 특히 이 부분을 신경써야한다. 교묘한 말장난을 일삼는 언론노조에 사람들이 쉽게 현혹되기 때문이다. 며칠 전 있었던 방문진 국감에서 MBC 노조위원장의 답변에 조해진 의원이 그 부분을 포착하지 못한 것도 다 그런 이유다. 조 의원은 김종국 사장이 단체협약 자체를 거부한 것인지, 아니면 단체협약은 하되 노조와 공정방송협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인지 그 뜻을 정확히 지적하기는 했지만 노조위원장의 답변 속 말장난을 미처 깨닫진 못했다. 언론에 보도된 두 사람의 대화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조 의원은 “(언론노조) 탈퇴하지 않으면 노조와 단체협상 자체를 할 수 없다고 한 것인지, 아니면 탈퇴하지 않으면 공정방송 협의를 할 수 없다고 한 것인가”라고 묻자, 이성주 위원장은 “언론노조 탈퇴하지 않는 이상 단협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공정방송 협상을 논의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이성주 위원장은 “재차 물었는데도 (김종국 사장은) 비슷한 취지로 얘기했고 다른 방송사들을 거론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조해진 의원은 “언론노조가 강령이나 규약에서 공개적으로 정치활동을 특정 정파에 치우친 활동을 천명해, 언론노조 소속 노조를 믿을 수 없어 보도공정성을 논의할 수 없다는 발언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단협 자체를 할 수 없다는 발언은 적절하지 않고 노동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감에서 국민을 기만한 MBC 노조와 야당

언론노조의 주장을 ‘보도지원’하는 여러 매체들은 김종국 사장이 마치 단체협약 자체를 거부한 것처럼 허위기사를 쏟아냈지만, 그들의 기사를 봐도 김 사장이 단협 자체를 거부했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다만 강령에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기치로 내건 언론노조와 공정방송협의를 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김 사장의 뜻만 확인될 뿐이다. 김 사장이 진심으로 MBC의 문제를 인식하고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일부 사람들이 말하듯 연임을 위한 쇼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어쨌거나 MBC 노조위원장은 ‘단협 자체를 거부한 것이냐, 아니면 공정방송 협의를 할 수 없다고 한 것이냐’는 핵심을 찌르는 질문에 “언론노조 탈퇴하지 않는 이상 단협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공정방송 협상을 논의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단체협약 문제와 공정방송 두 가지를 교묘히 섞은 기만적 어법으로, 김 사장에게 언론노조 탈퇴를 종용했다는 혐의를 뒤집어씌운 근거로 작용한 꼴이었다.

언론노조 측을 지원하는 야당의 주장도 지능적이긴 마찬가지였다. 뉴스1이 보도한 기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했다는 발언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야당 의원들은 김 사장을 상대로 "상급노조의 탈퇴를 전제로 단협에 임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며 "민주노총 정치위원회에 진보적인 정치활동을 지원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언론노조에 이미 공정한 보도를 원칙으로 한다는 강령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빌미로 단협을 못하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따졌다. 또 야당 의원들은 "정확한 법적 근거 없이 특정 조건을 단협의 전제조건으로 내는 것은 맞지 않다"며 "정확한 유권해석이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야당의 주장은 거짓말이다. 진보적 정치활동을 지원한다는 규정은 민주노총 정치위원회 뿐 아니라 언론노조 강령에도 분명히 나와 있기 때문이다. 언론노조 홈페이지에는 언론노조 강령과 규약·규정이 올라와 있다. 강령에는 “우리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기치로 비민주적 법-사회제도의 개혁과 인간의 존엄성 보장, 자유-평등 실현의 한길에 힘차게 나선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 이렇듯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기치로 내건 언론노조는 또 다른 강령으로 “우리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깊이 인식하고 공정보도를 가로막는 권력과 자본의 횡포에 맞서 편집-편성권 쟁취를 위한 민주언론 수호투쟁에 나선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공정보도가 일반 국민, 보통 시민들이 생각하는 공정보도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언론노조가 쓰는 ‘공정’이란 단어가 대다수 사람들이 생각하는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바르다’의 의미가 아니라는 것쯤은 초등학생도 알 수 있다는 얘기다.

강령과 규약에 ‘민주노총 및 진보정치세력과 연대한 노동자 정치세력화’ 명시한 언론노조

언론노조 홈페이지에는 이런 내용도 나온다. 언론노조 규정 제2조에 ‘정치위원회’에 대한 부분도 분명히 나와 있다. 이에 따르면 “정치위원회는 조합의 강령과 규약, 정치방침에 따라 조합의 정치 활동 역량을 강화하고 민주노총과 제 민주단체 및 진보정치세력과 연대하여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사업을 추진한다.”고 명시돼 있다. 언론노조가 민주노총을 비롯한 단체들뿐 아니라 소위 ‘민주·진보’를 표방한 야당 정치세력과 연대하여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꾀한다는 목표를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히고 있다. 언론노조는 이런 방침 하에 1.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및 진보정당 활동 관련 교육선전 2. 노동자 정치활동 역량의 조직화 3. 정치방침 수립 및 정책개발 4. 각종 정치 행사 주관 및 참여 조직화 5. 각종 정치사업 관련 회의와 활동 참여 6. 정치위원회 조직화 및 회의 준비 7. 기타 정치 사업 등을 추진한다고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이런 강령과 규정·규약을 가지고 있는 공영방송 MBC·KBS와 YTN 등의 언론노조 지부가 사측과 ‘공정방송협의’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언론노조 각 방송사 지부는 언론노조의 정치위원회와 강령 등에 따라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꿈꾸며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민주노총 뿐 아니라 소위 진보세력의 꼭두각시처럼 움직이고 있다. 이런 방송사 언론노조가 무슨 권리로 ‘공정방송’에 대한 협의를 사측과 한단 말인가? 우리나라 방송법은 방송의 정치중립을 분명히 명시해놓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KBS본부, YTN본부 등이 자신들 강령과 규약을 가지고 방송사와 공정방송 단협을 맺는 것은 이러한 방송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언론노조 MBC본부와 ‘공정방송협의’를 한다는 건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

방문진 이사인 차기환 변호사는 “공정방송협의가 반드시 단체협약에 들어가야 한다는 법률 규정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명백한 법률 규정도 없는데 지금껏 방송사가 언론노조의 이러한 강령과 규약 등을 무시하고 단체협약을 맺어왔던 것으로 밖에 설명이 안 된다. 언론노조의 압력과 파업 협박에 못이긴 MBC, KBS 등이 그동안 방송법 위반임을 알고도 이들과 공정방송협의를 해온 것으로 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과 법위반은 시정돼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언론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하든 말든, 언론노조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꿈꾸며 정치위원회를 두는 언론노조 자체의 강령과 규약·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언론노조 각 방송사 지부가 사측과 공정방송협의를 단체협약에 포함시켜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부적절할 뿐 아니라 방송법 위반으로 불법에 해당된다.

특히 김종국 사장 발언으로 논란이 된 MBC노조(언론노조 MBC본부)는 규약 제2장 조직에 “제 7조(구성) 본부는 전국의 문화방송사에 근무하는 노동자로서 조합과 본부의 선언, 강령, 규약에 찬동하고 소정의 가입절차를 마친 자를 조합원으로 한다”고 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조합’은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을 뜻하는 것으로, MBC노조는 언론노조 강령과 규약 찬동을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MBC노조가, 노조와의 단체협약에 공정방송협의를 포함시키는 것은 불가하다고 말하는 사장을 부당노동행위 운운하며 비난하고 고소하는 것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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