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있었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임수경 의원이 이경재 방통위원장에게 MBC와 YTN 등 해고된 언론인 문제 해결을 촉구하면서 했던 발언 가운데에 시선을 끄는 대목이 있다. 임 의원이 “언론인 해직 사태는 일반 노사 분쟁과 다르다” “법원도 곤혹스러운 상황일 것이다. 정치권과 방통위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한 부분이다. 임 의원 주장에 의하면 법원이 지금 언론계 해고자들 문제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는 데 무슨 근거로 하는 말인지 궁금하다. 이날 임 의원과 이경재 방통위원장이 주고받은 얘기 가운데에는 비상식적인 부분이 여럿 있었다.
모 언론매체가 전한 그들의 대화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해직 언론인은 무엇 때문에 발생했나(임수경 의원)” “그 분들 나름대로 공정언론을 위해 일했다(이경재 방통위원장)” “방송 공공성과 공정성 보장을 위한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파악한다면 방통위가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해 앞장서 애써줘야 한다(임 의원).” “그렇게 주장해도 사내 규칙이 있고 위법하게 방송 공정성을 주장했다면 판단은 회사 자체가 하는 것이다. 또 법원에 문제가 넘어가 있다(이 위원장)” “(방송사는) 노동부 산하 기관이 아니고 언론자유와 공공성 보장은 언론 고유의 사명이다. 해직이 장기화되고 있다면 국민 편익을 최고 가치로 두고 (방통위가)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과 방송을 위한 도리일 것(임 의원)” “언론인 해직 사태는 일반 노사 분쟁과 다르다. 법원도 곤혹스러운 상황일 것이다. 정치권과 방통위가 적극 나서야 한다(임 의원)”
임 의원 주장을 요약해보면, 방송사 언론인들은 일반 노사 관계로 따질 수 없는 존재이니만큼 해고자들은 사법적 판단에 상관없이 방통위가 정치적으로 구제해주어야 한다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라면 방송사 언론인들은 회사를 상대로 그 어떤 깡패 짓을 해도 언론자유와 공정성 보장이라는 명분만 그럴듯하게 내세운다면 처벌이나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또 회사의 규칙도 지킬 필요가 없다. 자신들 마음에 들지 않는 사장 퇴출을 위해 별의별 공작을 벌여놓고도 “언론 자유를 위해 싸웠다” 한마디면 모든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 MBC와 YTN에서 일한다는 게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 그것이 회사의 규칙이나 법을 지켜야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당연히 따라야할 의무와 책임을 가볍게 무시해도 될 만큼 대단한 권력이란 말인가? 웃기는 얘기다.
방통위의 방송사 해고자 문제 개입은 부적절한 직권남용
방송사는 노동부 산하 기관이 아니니 방통위가 개입해야 한다는 임 의원 주장도 어처구니없기는 마찬가지다. 방송사 언론인들 해고사태의 핵심은 위법 여부의 문제다. 그들이 대한민국에서 치외법권을 누리는 특수집단이 아닌 이상, 공정 방송 투쟁이라는 거창한 명분만 있다면 그 어떤 짓을 해도 용서를 받을 수 있는 면죄부라도 가진 게 아닌 이상 사규를 어기고 부당한 행위를 한 대가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기다리고 그 결과에 따라야한다. 방송사가 노동부 산하 기관이든 아니든 방통위 소관이든 아니든 그건 문제가 아니다. 자신들만이 옳다는 독선과 주관적 잣대에 의해 ‘공정방송’ 투쟁했다고 방통위가 그들을 구제해줄 아무런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그들의 공정방송 주장엔 국민적 동의가 없다. 국민 다수가 동의하지도 않는 방송을 위해 불법적 투쟁방식으로 싸우다 각종 위법 행위를 저질러 해고된 그들을 왜 정부가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복직시켜줘야 하나?
방통위는 해고자들 문제에 끼어들어 방송사에 이래라 저래라 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 방통위의 개입은 부적절하며 그 자체로 권한남용이다. 임수경 의원 역시 이 문제에 참견하여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은 심각한 월권행위이다. 특히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그 누구보다 준법정신이 투철해야할 국회의원이 명분만 그럴듯하면 과정이나 법은 깡그리 무시해도 좋다는 식으로 막가파식 깽판을 쳤던 극도의 이기주의자들을 싸고도는 태도는 잘못됐다. 언론자유를 위해 싸운 언론인들이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MBC와 YTN 해고자들 그들이 정말 언론자유를 위해 싸웠는지, 그들이 몸담은 진영을 위해, 혹은 그들만의 기득권을 위해 싸웠는지에 대해 많은 국민은 의심한다. 공정방송을 위해 투쟁한다는 시작부터 끝, 그리고 현재까지 많은 국민이 해고자들 처지에 무관심한 이유다.
‘언론자유 투쟁’ 명분만 갖다 붙이면 모두 용납되고 복직할 수 있다는 착각
임수경 의원 생각과 달리 법원은 해고자들 문제로 곤혹스러울 이유가 전혀 없다. 오직 법에 의해 그들의 행위에 대해 판단 내리면 그뿐이다. 명분만 그럴 듯하게 포장해서 정치파업을 일삼고 온갖 막장 행태를 일삼다 그 뒤치다꺼리를 정치권에 떠넘기는 파렴치한 방송사 언론인들의 구태 행위에 이젠 철퇴를 가해야 한다. 지금은 언론자유 투쟁한다면 정치권이 나서 수습해주고 국민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박수쳐주는 시대가 아니다. 민주화 시대에 들어와서 언론인들이 외치는 언론자유나 공정방송이 그 전에 외치던 것과 의미가 사뭇 달라졌다는 것도 많은 국민이 깨달았다. 시대가 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들 기득권을 수호할 방어논리로 여전히 과거식 구호와 사고의 틀을 고집하는 언론인 그들만 시대착오에 젖어있을 뿐이다.
임수경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의 많은 의원들은 방송사에서 해고된 자들 문제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 국민이 피해를 입던 말든 회사가 망하든 말든 깽판 친 것도 다 공정방송과 언론자유에 대한 소신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 소신에 대한 대가도 그들이 오롯이 받을 수 있게끔 해주어야 한다. 뉴스타파와 같은 매체들이 같은 편을 위해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압박하든 방통위원장을 압박하든 그것이 해고자들의 잘못을 정당화시키지는 못한다. 해고자 복직 문제는 사법적 판단에 따라 순리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정치권이 정치적으로 타협할 문제가 아니다. 설사 정치권이 억지로 나서려 해도 국민의 공감과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방송사 해고자들 문제엔 그게 없다. 그들이 벌인 막장 행태를 보며 국민이 발견한 건 지독한 이기심과 독선, 욕심이라는 걸 임수경 등 민주당 의원들은 몰라도 너무 모른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hanmyoung@empas.com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