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미디어오늘 기자를 고소한 사건을 계기로 알게 된 몇 가지 사실이 있다. 한 가지는 미디어오늘이 MBC로부터 출입정지를 당한 상태라는 점, 또 한 가지는 MBC 보도국장실과 같이 각종 정보와 기밀이 모인 핵심 부서를 노조 사무실 뒷문을 통해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수많은 언론매체들이 MBC에 취재 협조와 방문 허가를 얻어야 구경이라도 할 수 있는 곳을 미디어오늘 소속 기자는 너무도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그것도 출입 금지 상태에서 말이다. 이 사실은 여러 의미를 던져준다. 취재원을 만나기 위해 사전 취재 요청을 하고 약속을 잡는 등의 ‘절차’를 가볍게 무시할 만큼 미디어오늘 기자들이 평소 MBC를 제 안방처럼 여겼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취재의 기본도 잊을 리가 없다.
두 번째는 노조 사무실 ‘뒷문’의 용도다. 노조 사무실이 어떤 곳에 위치하고 어떤 구조로 돼 있는지 본적이 없으니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분명한 건 뒷문이 개구멍처럼 사용됐다는 점이다. 보통 멀쩡한 출입문을 놔두고 개구멍을 이용할 때란 알다시피 떳떳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미디어오늘 기자가 취재원에게 전화 한통 하지 않고 노조 뒷문을 개구멍처럼 이용해 몰래 잠입해 들어간 것부터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MBC 뉴스가 개판이라고 노조 민실위가 보고서를 냈는데 그거 어떻게 생각하시느냐, 기껏 이 한마디 물어보려고 개구멍 통한 잠입까지 감행했다고 생각하려니 석연치가 않은 것이다. 전화 한통이면 끝날 일을 왜 그 소란까지 피워가며 저질렀을까. 혹시 옥신각신 하는 과정에서 열 받을 보도국장의 실수나 허점을 노린 건 아니었을까. 흥분해서 욕설이나 ‘터치’하지 않고 여비서를 통해 내보냈다니 김장겸 국장도 그런 위기의식을 느꼈던 건 아니었을까.
그동안 MBC의 기밀이나 각종 정보들 부적절한 유출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노조가 빠지지 않고 거론되고 있다. 회사의 법인카드 내역이 밖으로 유출되고, 지난 대선 정국에선 방송도 되지 않은 문재인 후보 기사를 민주당 대선 캠프가 미리 알고 있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이번 사건에서도 노조 사무실 ‘뒷문’이 연루가 됐다. 노조의 협조나 묵인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상식적인 판단이다. 솔직히 이 뒷문이 그동안 단순한 뒷문이 아닌 어떤 용도의 개구멍으로 사용됐을지는 노조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닌가. MBC에 대해 불만을 품은 자들이 또 무슨 꿍꿍이로 사장실을 쳐들어가고, 보도국장실, 보도본부장실을 쳐들어갈지 모른다. 그 개구멍을 이용해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런 불길한 조짐은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이라는 사람이 대놓고 “광주 MBC가 불탄 1980년을 잊었나”라고 대놓고 협박하고 있지 않은가.
언론자유와 국민 알권리를 빌미로 저질러온 MBC 비윤리적 취재관행 반성 계기 삼아야
불만이 있다고 국회에서 최루탄을 터뜨리고, 방송국을 불태워버리겠다고 협박하는 사람들이 지금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외치는 사람들이다. 민주사회 언론인이라면 취재원의 인권을 우선하고 의사를 먼저 존중해야하는 게 기본인데도 언론자유를 자신들의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면서 범죄행위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국정조사 기관보고를 방송사가 중계하지 않는다고 트집을 잡고 무산시키면서 방송 편집권을 간섭하는 자들이 방송의 독립을 주장한다. 정권의 언론장악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언론노조의 방송사 장악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KBS 야당 이사들이 국장 직선제 도입을 위해 정관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수작을 부리는 게 바로 노조의 방송장악 시도의 한 단면이다.
민언련이란 단체는 미디어오늘 기자가 고소당하자 “인면수심의 반언론적 작태”라고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말도 했다. “취재를 위해 방문한 기자를 무단침입과 업무방해로 형사고발까지 한 것은 언론사가 법을 악용해 스스로 언론자유를 부정하고 훼손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MBC는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앞으로 MBC 기자들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사전허가 없이 취재대상의 공간에 발을 들일 때 그 취재대상이 기자를 가택침입과 업무방해로 고발한다면 MBC는 뭐라 할 것이냐”
민언련 이 단체 말 한번 정말 잘했다. 언론자유라는 게 남을 괴롭힐 권리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MBC는 언론자유를 핑계로 국민을 괴롭히고 주거공간을 무단으로 침입하고 때로는 협박하는 식으로 언론권력을 남용해왔다. 그에 대한 것과 함께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워 언론노조의 알권리만 챙겨온 것은 아닌지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취재 대상을 존중하지 않고 거짓말로 속이고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 언론자유 핑계를 대왔던 부도덕성도 반성해야 한다. 피해를 입은 사람이 부적절한 방식으로 취재행위를 한 기자를 고소한다면 MBC는 그런 기자와 PD들을 데리고 있는 방송사로서 총책임을 져야한다. MBC는 이번 고소건을 국민의 알권리를 팔아 정치적, 상업적 잇속이나 챙기는 행태나,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고질적 언론권력 남용의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hanmyoung@empas.com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