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릿 대처 전 총리는 강성노조로 인해 병색이 짙던 영국을 치유한 상징적 인물로 세계의 자유주의자들과 국가로부터 찬사를 받는 인물이다. 그가 얼마 전 세상을 뜨자 우리나라도 크고 작은 세미나 등을 통해 그의 업적을 재조명하기 바쁜 모습이었다. 국가 재정건정성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데도 엄청난 규모의 국채발행을 해가면서까지 이런 복지 저런 복지 부자나 가난뱅이나 다 가리지 않고 해주겠다는 인심 후한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서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이들에겐 특히나 울림이 클 것이다. 진주의료원 존폐 문제를 놓고 노조와 대립각을 세운 홍준표 경남지사의 모습이 일부 국민에 인상적으로 비춰지는 것도 이런 상황적 현실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진주의료원 문제는 별개로 홍준표 경남지사의 일관성 없는 모습은 큰 문제다. 어떤 경우에는 홍 지사가 개인감정에 치우쳐 국가와 행정을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오락가락 한다. 대표적으로 홍 지사의 MBC에 대한 시각을 들 수 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과 경남도지사 선거전후 한 발언은 과연 같은 사람이 한 발언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차이가 크다. 홍 지사는 작년 말 MBC 노조가 파업을 접고도 안팎에서 온갖 막장짓으로 폭주하고 있을 때 “박근혜 당선인이 손석희 교수같은 사람을 MBC 사장을 시키는 역발상을 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내뱉었다. 손석희를 MBC 사장을 시켜야 한다는 그의 논리는 이것이었다. “48%를 지지했던, 우리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 2030세대 이분들을 포용을 하려면 박근혜 당선자가 대통합 역발상을 해야 될 것” “통상적인 국정준비로는 이 사람들 마음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고 예를 들면 손석희 교수 같은 사람을 MBC사장을 시킨다든지”
노조 감싸는 손석희를 MBC 사장감이라고 치켜세운 홍준표의 오락가락
손석희를 MBC 사장 시키면 대통합이 된다는 생각은 도대체 어떤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인지 어이가 없다. 손석희가 야권의 상징적인 인물도 아니고 그저 인기 좀 있는 방송인에 불과할 뿐더러 이 사람은 MBC 노조를 일방적으로 싸고도는 인물이다. 그건 홍 지사가 잘 알 것이다. 원내대표 시절인 2009년 1월 홍 지사는 손석희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다. 방송법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MBC노조가 노조방송이라고 홍 지사가 지적하자 손석희는 “MBC가 노조방송이라는 데 대해서 노조는 결코 동의하지 않는 것 같다”며 노조를 감쌌고 “MBC도 반성할 부분이 많다” “지난 대선 때나 광우병 보도했던 PD수첩은 반성해야 한다”는 홍 지사 지적에도 “공영방송으로서 반성을 해야 되는 부분이 있다면 반성을 하겠지만, 그런 문제는 논란 속에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서 손석희는 방송법을 반대하는 MBC노조측의 주장을 시종일관 대변했다.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해야 한다는 자신의 말대로, 그렇다면 손석희는 노조에게 반성을 촉구한 적이 있었나? 대법원은 MBC 광우병 보도에서 '우리 국민이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크다’는 내용은 허위보도니 정정하라고 판결했다. 필자가 알기로 자신이 하는 라디오방송에서 온갖 주제를 다 다루면서도 손석희는 노조가 만든 광우병 보도가 허위보도였음을 지적하는 시간 한 번 제대로 마련한 적이 없다. 만일 사실이 아니라면 노조든 손석희 측이든 알려주기 바란다. 그가 정말로 양심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내뱉은 말대로 노조에 반성을 요구하고 사과하라는 얘길 했어야 했다. 2009년도 당시엔 논란 속에 있다는 핑계로 반성을 거부했더라도 대법원 판결까지 난 후라면 자신의 말처럼 MBC의 광우병 보도에 대해 본인부터 반성하고 사과하고 MBC 측의 반성을 주문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손석희는 홍 지사가 MBC 사장감으로까지 치켜세우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 아닌가.
MBC노조를 비판하지 못하는 손석희를 사장감으로 치켜세우고, 되지도 않는 논리로 그를 사장에 앉혀야 한다고 주장한 홍준표 지사는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손석희를 사장감으로 추천했는가. MBC가 노조방송이라고 비판할 땐 언제고 노조가 무슨 짓을 하든 비판하지 않고 옹호하는 손석희를 사장감이라고 치켜세우는 건 또 뭔가. MBC 문제에 대한 홍 지사의 오락가락한 태도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경남지사 선거를 앞둔 2012년 11월 그는 또 손석희의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이번엔 “문화방송이 요즘 문제 많다”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 작년 초부터 말까지 파업을 일으키고 파업을 접고도 온갖 문제를 일으키던 노조에 대해선 비판 한마디 안하면서 회사를 겨냥해 “문제가 많다”고 좌파진영과 노조에 아부를 떠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그러니 한겨레 등 좌파언론이 반색하며 보도한 것이 아닌가. 정치인 특유의 수사라고 봐준다 해도 MBC에 대한 홍 지사의 태도는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하고는 거리가 먼 것이다.
김용철, 김충일과 같은 기회주의 세력에 포위된 MBC, 홍준표식 사고는 치명적 악영향
홍 지사는 원내대표 시절 MBC에 대해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MBC도 변화하고 개혁해야 된다”고 주문했던 사람이다. 진주의료원 개혁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현재 모습과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모든 논리를 허무는 ‘손석희 MBC 사장’ 주장을 펼치기도 하는 사람이다. 선거 앞에선 MBC가 문제가 있다고 전혀 엉뚱한 소리도 하는 사람이다. MBC 노조를 비판했던 홍준표의 모습이 진짜인가, 아니면 손석희를 사장으로 추천하는 홍준표의 모습이 진짜인가. 손석희에 대한 개인적 호의가 있다고 해도 공영방송 사장으로 부적격인 사람을 사장으로 앉히라는 주장을 하는 건 홍 지사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이런 식이라면 홍준표 지사의 개혁적 언행에 대해 어떻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낼 수 있겠나.
MBC 문제에 있어서 홍준표식 오락가락 태도는 정부여당이 절대적으로 지양해야 한다. 평소 자신의 주장과 상반되는 인물을 설득력 있는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사장으로 앉혀야 한다며 황당한 얘기를 한다거나 정작 중요한 시점에 가선 노조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MBC 뿐 아니라 공영방송 개혁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손석희에 대해 홍 지사가 개인적 친밀성을 느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하는 중대한 문제에 대해 깃털처럼 가볍게 입을 놀려서도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MBC내에는 기회주의자들이 설치고 있고 방문진에는 김용철, 김충일 이사와 같은 기회주의자들이 눈을 번뜩이고 있다. 방심하면 언제든지 등 뒤에 칼이 꼽힐 수 있는 살벌한 공영방송 개혁 문제에 있어 이런 세력들이 버티고 있는데도 정부여당의 인물이라는 사람이 철없는 언행으로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다른 사안은 몰라도 적어도 MBC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홍준표식 오락가락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폴리뷰 편집국장 - 박한명 -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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