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장 퇴진 이후 MBC를 둘러싼 좌우 진영에서 눈뜨고 봐주기 힘든 한심한 장면들이 이어지고 있다. 좌측에선 김 사장만 쳐내면 제 세상이 올 것처럼 쾌재를 불러대는 분위기 속에서 모 신문방송학과 교수란 작자처럼 “김재철, 어떻게 대가를 치를 것인가”라며 유치한 보복을 다짐하고 있는가 하면, 우측에선 ‘자리’라는 먹잇감을 본 자들이 위선을 떨어대며 개떼처럼 달려들고 있다. 작년과 올해까지 노조가 피의 카니발을 즐길 때 손가락 하나 꿈쩍 않던 보수언론 등도 방문진 해임을 놓고 청와대 뜻 운운이나 하면서 MBC 문제에 숟가락을 걸치고, 어부지리나 노리고 있으니 어떻게 한숨이 나오지 않겠나. 노조가 김재철 전 사장과 관련해 수많은 허위사실과 왜곡선동으로 여론을 기만하면서 무용가 J씨나 ‘트로이컷’ 보안프로그램 개발사 같이 피해자들이 속출하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사실과 진실을 외면했던 이들이 말이다.
“욕심 많은 인간은 한 줌의 권력에 사로잡혀 수백 명의 자기 식구들에게 눈물과 고통을 안기는 악행을 마다하지 않는다.”라며 제 일기장에나 끄적거릴만한 감상문을 써대며 오버질하는 좌측 인사들이야 그렇다 치자. MBC 노조가 무서워서 혹은 귀찮아서 엮이기 싫어서 방관한 자들이, 혹은 제 이익과 상관없다고 한술 더 떠 김 사장 체제를 씹어대던 이들이 이제 와 공정방송을 떠들고 MBC 바로 세우기를 떠든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김 사장이 노조원들을 징계한 것이 마치 노동자 탄압, 부당한 언론탄압이라도 되는 양 지나치다고 비판하는 보수언론의 위선적 양비론을 대할 때면 욕지기가 나올 정도다. 그래서 어떤 인물이 MBC 사장이 돼야 한단 말인가? 김재철 사장이 노조의 광란을 어떻게 처리했었어야 옳았단 뜻인가.
제 업무와 상관없는 부처로 발령 났던 노조원들 다 제자리에 돌려놓고, 징계당한 노조원 징계 풀고, 억울한 해고자들 다 복직시켜 보상까지 두둑하게 해주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MBC 노조를 그 자리에 고이 돌려놨어야 보수언론이 잘했다고 칭찬이라도 해 줄 수 있단 말인가. 이명박 정권하의 그 어떤 사장도 노조의 악의적인 ‘낙하산’이란 낙인을 피할 길이 없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들은 왜 노조와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시끄럽게 구느냐고 김 사장 해임에 묵은 똥 싼 듯 시원해하는 눈치다. 그나마 동아일보의 경우 “김 사장의 위반 사항이 1988년 방문진 설립 이후 첫 사장 해임 결정을 내릴 만큼 중대한지는 의문이 든다.”며 “노조 세력의 눈치를 보는 사장이 나올 경우 왜곡방송, 편파방송이 다시 등장할 소지가 있다.”, “MBC는 노조가 방송사 운영을 사실상 주도하는 노영(勞營)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 사장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점은 인정할 만하다.”고 언급했다.
MBC 김재철 퇴진 사태에 어부지리나 챙기려는 한심한 보수진영
본인의 자존심이든 오기 때문이든 중요한 사실은 김 전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순간까지 노조의 악의적 공세에 굴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 사장을 퇴진시키기 위해 야당과 노조진영이 온갖 모욕을 주고 악의적 공세를 펴도 물러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 사장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 점만큼은 이전 사장과 분명히 다른 점이었고, 좌파진영을 등에 업고 MBC 사장 대하기를 동네 똥개만도 못하게 취급하던 노조에게도 불법정치파업이란 잘못에 대한 대가를 받게 한 거의 유일한 사장이었다는 점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식으로 노조가 MBC의 주인인 양 국민을 기만하고 동정심을 자극하는 저열한 여론선동을 그토록 오래 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이 무너지지 않은 것은 김 사장의 이 같은 뚝심 때문이었다. 그걸 지켜본 국민이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김 전 사장은 이미 노조 공격에 치명상을 입고 진작 자리에서 쫓겨났을 것이다.
김재철을 악당으로 만든 노조의 온갖 의혹 제기와 소송에서 검·경이 김 사장 측 손을 들어준 것은 “한 점 부끄러운 게 없다”고 했던 김 사장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도 한다. 이처럼 명백한 증거들이 다 나왔는데도 인정하기는커녕 앓던 이가 하나 빠진 것처럼 여기는 언론이나 이 틈을 노리고 자리하나 차지하겠다고 하이에나 떼처럼 달려들어 정치적 플레이에 열중하는 자들을 보면 MBC 개혁이 결코 쉽지 않은 길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언제부터 MBC 문제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다고 MBC와 김재철 전 사장 문제를 시청률 올리는 소재로 활용하는 종편의 작태도 마찬가지다. 보수진영의 이런 꼴불견들은 정의가 무엇인지 관심도 없고 오직 제 이익이나 자리다툼, 어부지리나 챙기는 보수라는 한심한 이미지만 심어줄 따름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회사에 막대한 손해 끼친 노조에 찍소리 못하는 언론이 김재철 퇴직금은 생트집
좌파진영의 꼴불견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는 수준이다. 김재철 사장이 제 할 일 다 하고 정당하게 퇴직금을 받아가는 것이 죄인가? 그것이 잘못인가? 본인들이 미운 놈이라면 돈 한 푼 받아서는 안 된다는 뜻인가? 내가 미운 놈이 정당하게 퇴직금을 받아가는 것은 ‘꿀꺽’이고 내가 좋아하는 노조‘님’들이 불법 파업에 놀고먹어도 1억 연봉 받아가는 것은 당연한 건가? 세상에 이런 되먹지 못한 논리가 어디 있나? 불법 파업과 자해공갈성 공격으로 자신들이 몸담은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노조가 김 사장이 퇴직금을 받아가는 것을 비난할 자격이 있나. 좌파언론의 눈엔 노조가 회사에 끼친 손실은 김재철을 쫓아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김 사장이 퇴직금을 받아가는 것은 세상에 둘도 없는 불의인가? 기가 찰 노릇이다.
아무리 낯짝이 두꺼워도 사람이라면, 언론이라면 최소한의 염치를 알고 균형은 잡을 줄 알아야 한다. 김 전 사장 퇴직금 수령을 놓고 언론이 뽑아내는 기사는 화풀이 외에 그 어떤 정당한 논리도 찾아보기 어렵다. 미운 놈이 퇴직금을 받아간다니 미워 죽겠고 배가 아파 때린다는 배설로 밖에 안 보인다. 미운 놈은 정당한 대가라도 돈 한 푼주지 말아야 한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떤 머리에서 나올 수 있나.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외치고, 노동의 대가를 떠드는 작자들이 할 소린가. 내가 예뻐하는 놈은 더 많이 주고 미운 놈은 주지 말아야 한다는 소린가. 김재철을 끝까지 파렴치한 사람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릴 것처럼 써갈겨 대는 언론들의 편파성에 할 말이 없다.
MBC 김재철 사장 퇴진 이후 벌어지는 좌우 진영의 꼴불견을 보면 MBC 개혁은 정말로 요원하다는 생각만 든다. 외눈박이에 미운 놈 끝까지 때리겠다는 유치한 복수심에 불타는 3류 언론과 중간에서 불구경이나 하다 숟가락 얹는 구경꾼들, 해먹겠다고 달려드는 하이에나 떼들 등등 이런 꼴사나운 모습들이 공영방송을 둘러싸고 되풀이되는 한 MBC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위험한 전장을 누비던 종군기자 출신 특유의 뚝심과 기자정신으로 MBC를 끝까지 지키고자 애썼던 이진숙 본부장과 같은 사람이 사장으로 와도 힘들다. MBC는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MBC가 바로 서기 위해 당장 좌우 사냥꾼들로부터 떼어놓는 것이 시급하다. 그게 MBC 개혁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폴리뷰 편집국장 - 박한명 -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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