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만 사라지면 여수MBC 직원이 다시는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파업참가자와 노조원들만 돌아오면 MBC는 정상이 될 것이다, 고로 김재철만 사라지면 된다’ ‘김재철만 사라지면...’ 요즘 민주통합당이 MBC 관련해 내놓는 논평마다 붙는 단서는 ‘김재철만 사라지면’이다. 김재철 사장이 사라지면 MBC는 말 그대로 완벽한 회사가 될 거란 소리다. 정말로 그런가. 필자 뿐 아니라 많은 국민, 심지어 언론에 의해 ‘MBC판 히틀러’가 된 김 사장을 욕하기 바쁜 많은 네티즌도 민통당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김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에도 MBC는 숱한 방송 사고를 냈다. 파업참가자와 노조원들이 ‘그 자리’에 있을 때에도 조작왜곡 논란은 끊이지 않았고, 여수MBC 직원처럼 황당한 실수도 여러 번 있었다. 단적으로, 노조가 가장 열렬히 환영했던 노조위원장 출신 최문순 사장 시절의 숱한 사건사고와 방송 사고만 생각해봐도 김재철만 물러가면 MBC는 만사오케이라는 식의 민통당 주장은 수긍할 수 없다.
민주통합당이 이번 MBC 방송 사고에 대처하는 태도는 그래서 유치하기 짝이 없다. MBC 김재철 사장 전담마크맨인 윤관석 의원이 "CG담당 여직원의 실수라 하지만 궁색한 변명"이라고 핀잔을 줬지만, 사실 민통당 윤 의원의 비난이야말로 궁색하다. "이는 보복성 인사의 결과다. 김재철 사장이 파업참가자와 노조원들 대신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을 배치하면서 예견된 상황이었다" "김 사장의 무능과 막가파식 경영이 열심히 고군분투하는 현장 직원들을 짓밟고 있다"여수MBC 여직원의 실수와 MBC의 인사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제자리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문지애, 오상진, 김완태, 왕종명, 김수진 등 노조원이 다시 마이크와 펜을 쥔다면 여수MBC 여직원의 실수는 다신 없을 거란 얘긴가. 정치파업이나 일삼다 속된 말로 ‘짤린’ 정영하, 이용마가 복직한다면 여수MBC 여직원이 문재인 의원 사진을 가지고 ‘실수’하는 일은 없을 거란 얘긴가.
윤관석 의원의 ‘김재철 탓’이란 생트집.
필자는 이번 해프닝을 MBC측의 해명대로 실수로 본다. 여수MBC 여직원이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해놓은 문재인 의원의 사진을 별 다른 생각 없이 썼다가 빚어진 해프닝쯤으로 본다. 해당 리포트의 음영 사진을 무심코 보아 넘긴 본사 직원의 실수로 생각한다. 하지만 윤관석 의원의 말도 안 되는 비난을 논리적으로 따진다면, 이 사건은 단순 실수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김재철 사장이 파업참가자와 노조원들을 원래 하던 분야가 아닌 다른 직무분야로 배치했다고 보복인사라며 불만을 품은 세력, 김 사장이 사장직에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세력의 조직적인 공작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여수 MBC 여직원의 실수를 가지고 “보복성 인사의 결과”라고 몰아갈 일이 뭐가 있는가. 윤 의원은 실수를 실수로 보지 않고 김재철 사장의 보복인사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를 대기 바란다. 게다가 윤 의원은 여수MBC 여직원 등을 ‘전문성 없는 사람’으로 매도했다. 필자와 많은 국민은 여수 MBC 여직원의 직무에 대한 전문성 여부를 알지 못한다. 이참에 이 부분에 대한 근거도 정확히 밝혀주기 바란다.
"이번 사태는 실수라 보기 어렵다. 상습적으로 야당의 대표 정치인들을 모욕하고 폄훼하고 나쁜 이미지를 심으려는 고도의 정치적 술수"라는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의 주장이나, "이쯤 되면 이것은 방송사고,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 의도를 가진 편집이거나 실력" "왜 하필 야당의 유명 인사들에 대해서만 실수가 계속되는지 궁금할 따름"이라는 이언주 원내대변인의 주장도 마찬가지로 심각히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만약 MBC 일련의 방송 사고들이 실수가 아닌 의도적 편집이나 실력이라면, 그것도 하필이면 현 MBC 경영진을 곤란하게 할 사고들이 주로 난다면 민통당 의원들의 주장처럼 정치적 술수가 작용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MBC 김재철 사장체제가 욕을 먹어서 유리한 집단과 세력, 김재철 사장이 퇴진해야 이득을 보는 세력의 정치적 음모가 개입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김재철 책임론’ 논리적으로 따지면 민주당과 노조의 공작으로 귀결
자 필자의 이런 주장들은 어떤가. 민주통합당 의원들의 ‘김재철 책임론’의 비난 근거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따져보니 오히려 민통당과 노조진영의 음모라는 측면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은가. 실제로 폴리뷰 소훈영 기자의 네티즌 반응 기사처럼 MBC 노조진영의 자작극이 아니냐는 식으로 의심하는 네티즌들도 여럿 있었다. 김재철 사장을 쫓아내기 위해 비난 여론을 만들기 위해서 일부러 방송 사고를 내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의혹에는 민통당은 뭐라고 답하겠나. 황당한 이야기라고 일축하지 않겠나. 성숙한 사람이라면 역지사지하고 양심있는 사람이라면 이중잣대를 들이대선 안 된다는 주장을 여러 번 펼친 적이 있다. 현실적으로 진영논리에서 벗어나긴 힘들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은 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MBC에 대한 민통당의 사고와 태도는 ‘MBC는 우리 것’외에는 아무 논리도, 합리적 사고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최근 MBC 프로그램 중 ‘아빠 어디가’란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아빠들과 순진한 다섯 아이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줘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뭐든지 떼쓰면 해결된다는 생각을 하던 아이가 낯선 환경에서 아빠와 함께 생활하면서 배우고 깨닫고 남을 배려하고 철이 들어가는 모습들이 큰 감동을 준다. 성숙한 성인들이 모인 민주통합당과 MBC 노조는 ‘아빠 어디가’ 속 아이들이 보여주는 정도의 어른스러움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떼쓰기와 막무가내 논리로 오직 미운 놈 하나 내쫓겠다는 불타는 의지하나 외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실망스러운 일이다. 윤관석 의원 등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이참에 국회 판 ‘아빠 어디가’ 하나 만들어서 제발 철 좀 들기 바란다. 새누리당 일부 철부지 의원들도 함께 하면 좋을 것이다. 혹시 아나 국민이 흐뭇해하는 국민 프로그램, 국민 의원 하나 탄생할지.
폴리뷰 편집국장 - 박한명 - (hanmyoung@empas.com)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