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NLL을 포기하자!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국민이라면 도저히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에 흥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NLL 문제를 가지고 싸울 바엔 아예 포기하자는 주장을 소위 진보 지식인이라는 작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 포격 도발로 우리 영토를 파괴하고 우리 국민을 무참히 살해한 일이 벌어진 그 다음 달 12월 우리나라 진보언론이라는 곳에 이런 충격적인 주장이 실렸던 것이다.
이 글에 등장한 비유도 어처구니가 없다. 저자는 미국 LA에서 한인유학생들이 호칭문제를 놓고 싸우다가 한 명이 죽었다는 사건을 들었다. 남과 북이 별것 아닌 NLL로 서해바다서 대결하는 것은 한인10대들이 별 것 아닌 형,동생 호칭문제로 싸우다 한 명이 사망한 사건처럼 허무하고 의미 없는 짓이란 주장이다. 과연 그런가? 한인10대간의 호칭 싸움과 영토문제가 같은가? 북한에 맞을게 두려우니, 혹은 북한을 때릴게 두려우니 차라리 서해바다 NLL을 북한에 넘겨주는 게 낫다? 아예 38선을 포기하자고 하지?
세계 어느 나라가 자국 영토 문제를 이렇게 틴에이저들의 감정싸움처럼 쉽게 생각하던가? 남북한은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그런 논리로 북한에 NLL을 양보하면 북한은 거기에 만족할거 같은가? 우리 어민들이 받을 피해는 생각해봤나? NLL 포기 주장은 깡패가 시비를 걸어온다고 싸우지 말고 있는 것 다 상납하자는 말에 불과하다. 순순히 내주면 그 깡패는 다음부턴 절대 건드리지 않게 되나? 이렇게 비겁한 주장이 어디 있는가! 김씨 조선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평화라는 것이야말로 종북주의자의 지난 김·노 정권동안 지겹게 들어왔던 노예근성이 아니냐는 말이다.
유치한 비유를 들어 NLL을 포기하자는 주장이 워낙 비상식적이고 속된 말로 국민을 ‘맨붕’하게 만든 탓에 나는 이 칼럼을 쓴 경향신문 출신의 안치용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 소장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사실상 영토선 역할을 해온 NLL을 포기하자는 말이 이렇게 쉽게 나올 정도라면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의 애국관이야 뻔하다. 세계의 모든 국민은 왜 전쟁에서 목숨을 걸고 고지를 사수하려하나? 왜 이 나라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선배들은 피땀을 흘렸나? 이런 수고와 희생의 의미를 안다면 감히 NLL을 포기하자는 주장은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땅과 국민에 대한 애정은 물론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것이다.
‘편파’ ‘왜곡’의 진수, 꼴통진보의 대한민국 대통령史 ‘바보야, 문제는 권력집단이야’
북한과 싸우느니 NLL포기하자는 주장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작자니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경제발전을 이루고 사회기틀을 다진 전직 대통령들을 모욕하고 쓰레기 취급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안치용 소장이 최근 펴낸 ‘바보야, 문제는 권력집단이야’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전직 대통령들에 침을 뱉는 책이다. 이승만 대통령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하나 같이 부정적 일색이다. 이 책만 보면 역대 대통령들은 친일파와 매국노, 탐욕의 화신들로 국민의 고혈만을 빨아온 흡혈귀같은 존재들이다. 안치용의 머리엔 전쟁의 페허에서 G20 국가가 된 대한민국의 위상 따위는 없는 것 같다.
그런 와중에서도 이 책은 소위 진보 전직 대통령들은 우호적으로 평가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선 “소수정권의 한계를 넘지 못하다”고 동정적 표현을 쓰면서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김종필까지 모욕하고 있다. “김종필의 세력은 김대중이 정권을 잡는 데 도움을 주었지만 김종필계의 여전한 ‘수구적 보수’성향은 보수진영 내에서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김대중계의 ‘오래된 보수’행보를 방해하게 된다(p163)”고 쓰고 있다. 김종필이 DJ정권 발목을 잡았다는 식이다.
물론 DJ정부가 IMF 외환위기를 넘기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쓰고 알짜기업을 외국에 넘긴 사실은 간단히 적으며 비판은 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정권에서 사실도 아닌 민영화 괴담으로 자칭 진보세력이 얼마나 정권을 뒤흔들었나를 생각해보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비판 강도가 약하다. 외환위기를 넘긴다는 명분으로 국내유수의 알짜기업들을 외국에 팔아치우고 그 과정에서 상상도 못할 국부가 유출됐다. 나라를 걱정하는 순진한 국민들로부터 금가락지, 돌반지를 받는 방송을 내보내면서 기만하고 실제로는 저런 식으로 터무니없는 일들을 벌여온 김대중이었다.
박정희를 ‘이념과 철학이 부재한 단순 권력욕자’로 그린 안치용
박정희 대통령을 기술한 부분은 정말이지 최악이다. 기본적으로 안치용은 박 전 대통령의 애국심을 부정한다. 박 전 대통령의 최대 공으로 평가되는 경제개발도 민주적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한 것을 경제를 통해 정통성을 사기 위한 것으로 매도하고 있고, 경제개발계획은 장면정부가 세워놓은 것을 재탕한 것에 불과하고 그 마저도 당시 시대상 운이 좋아 경제개발에 성공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해외 외자조달을 하는 과정에서도 과정이나 배분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서민의 이익을 빼앗아 기업가들에게 넘겨줘 현재 재벌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할 말이 없는 수준의 인식이다. 박정희가 막 정권을 잡았던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은 1천 달러 겨우 넘는 수준에 불과했다. 2010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못 사는 최빈국 중 하나인 서아프리카 토고나 시에라리온의 1인당 국민소득이 900달러고, 통계청이 발표한 북한 1인당 국민소득은 1074달러에 불과하다. 그 당시 산업기반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나라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에 집중 투자하는 집약적 개발은 피할 수 없었던 일이다. 자본을 골고루 나눠 다 같이 잘살자? 그런 이상론이 통하던 시대였던가? 머리에 아무 개념이 없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주장을 할 수가 있나?
장면정부의 경제개발계획 재탕이라는 주장도 그렇다. 계획서만 있으면 누구나 다 성공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같은 계획서를 가지고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왜 실패하나? 도대체가 말이 안 되는 무식한 소리다. 박정희에 대한 안치용의 시각은 한마디로 ‘권력에 눈먼 자’다. 박정희와 김형욱의 관계를 설명하는 대목을 보면 이렇게 나와 있다. “‘혁명동지’ 박정희와 김형욱의 우정의 역사는 박정희 정권의 특성을 웅변한다. 이념과 철학이 부재한 단순 권력욕의 추구와 권력을 매개로 한 의리는 언제든지 상호 배신으로 귀결할 수 있다는 만고불변의 진리 말이다.”
‘이념과 철학이 부재한 단순 권력욕의 추구’ 이게 바로 안치용의 박정희에 대한 시각이다. 권력욕에 찌든 부패한 독재자가 권력욕을 추구하다 국가경제를 반석위에 올려놓는 기초를 닦았던 사례가 세계 역사에서 있었던가? 경제개발의 성공이 독재자의 권력욕 추구 과정에서 우연히 나왔다는 시각은 도대체 어느 나라 경제교과서에 나온 이론인가? 그런 독재자를 다수의 국민이 존경하는 건 또 어떻게 설명할 건가? 세뇌당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박정희가 이룬 업적을 연구하는 세계의 국가와 경제학자들은 그럼 사이코패스라도 된단 말인가? 어처구니가 없다.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들에 침 뱉는 배설 수준의 쓰레기
이념과 철학이 도대체 뭔가? 수천년 가난에 찌들고 나태하고 무기력하게 패배의식에 젖어 살던 국민에게 ‘할 수 있다’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 이런 정신을 불어 넣은 박정희만큼 이념과 철학이 투철한 사람이 그 당시에 또 어디 있었나? 그때까지도 보릿고개에 배를 곯는 국민에게 가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신념을 심어준 것만큼 가치 있는 이념과 철학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 험난한 시절 국민에게 박정희가 심어준 그 가치보다 안치용이 그토록 숭배하는 민주주의가 과연 그 이상의 무얼 줄 수 있었는지 한번 말해보라!
이런 사고방식을 지닌 자니 건국대통령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해 “쪽팔리는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진즉 사형을 당했어야 했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쪽팔리는’ 대통령은 이승만과 박정희뿐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건재한 채 골프다 뭐다 하며 노익장을 과시하는 전두환은 헌정파괴나 친일문제보다 더한 만행을 저질렀다. 전두환은 진즉에 사형을 당했거나 적어도 아직 감방에서 지내는 게 마땅한 1980년 5.18 광주학살 원흉이다.(p209)”
안치용의 ‘바보야, 문제는 권력집단이야’는 아무리 좋게 평가해줘도 혹한에도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장작 불쏘시개용으로나 던져줌직한 쓰레기에 불과하다. 그 정도로 쓰기에 딱 알맞다. 이 책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지도, 최소한의 균형감각도, 역사인식도 아무것도 없는 그저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앞장섰던 전직 대통령들 얼굴에 침이나 뱉는 천박한 배설에 불과하다. 이런 책을 대통령 선거 한 달 전에 펴내는 속셈이야 가히 짐작할만하지 않은가.
북한과 다투지 말고 차라리 NLL을 포기하자는 유치한 발상을 할 줄 아는 자가 대한민국을 만든 주인공들을 모독하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안치용의 이 책은 우리 사회 자칭 진보라는 사람들의 천박한 인식과 편견, 왜곡된 역사인식, 국가부정을 보여준다. 현실감 없는 몽상가들이 보여줄 수 있는 이상론과 나약함, 무개념의 총체적 집약이라 할 수 있는 금방 나온 따끈따끈한 이 책이야말로 시대착오 꼴통진보들과 함께 박물관에나 집어넣어야 할 유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폴리뷰 편집국장 - 박한명 -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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