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특수를 누리는 사람들이 있다. 각 후보들의 홍보물을 찍는 인쇄업자들, 여론조사 업체, 광고기획사, 현수막제작업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각 당의 상징적인 색을 넣어 만든 목도리, 장갑들로 짭짭할 재미를 보고 있는 사람들도 그 수혜자 대열에 낄 것이다. 그러나 올 대선에선 유독 발군의 재미를 보는 특수 직종의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정치평론가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특히 우파언론들의 종편 방송은 생겨난 후 첫 대선을 맞아 밤낮으로 대선특집을 내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종횡무진 활약을 하고 있다. 물론 정치평론가로서 이들의 능력과 자질 문제는 별개의 얘기다. 박 모, 이 모 평론가처럼 비교적 균형감 있고 날카롭게 정국을 분석하는 이도 있지만, 고 모, 윤 모, 유 모씨처럼 정치평론가 타이틀을 달고 대선분석을 하기보다는 주로 ‘내 편’의 희망사항만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자질 미달의 정치꾼들과 함께 정치의 희화화에 한 몫 보태는 사람들이다.
정치평론가가 특정 후보들의 전위대가 아니라면, 현실 정치를 바라보는 그들의 관점이나 태도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토론회에 나가 내 생각과 다른 이라고 하여 말꼬리잡기, 꼬투리잡기식으로 물고 늘어지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이나 특정 후보에 극단적으로 감정이입 되어 희망가나 불러대는 이들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건 마찬가지다. 일단 깎아내리고 비아냥대고, 잘 모르는 부분까지도 이러쿵저러쿵 간섭하는 태도는 모두로 하여금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정치평론가 역시 한 사람의 국민이니만큼 주관과 소신대로 정파성을 띨 순 있다. 그러나 방송에서 정치를 논하는 사람들답게 최소한의 격은 갖추어야 한다. 정치토론, 정치분석이 내편 네편 갈라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쓰러뜨리는 싸움터가 아닌 이상 상대를 존중하고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신의 의견을 차분히 내는 태도는 중요하다. 정치평론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요즘 자신들이 실질적으로 토론문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걸 안다면 책임의식을 느껴야 마땅하다.
꼴통보수 인식 바꾸는 양영태 회장의 활약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국격이란 G7에 들어가느냐 아니냐, 국제행사를 유치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아주 사소해 보이는 이런 문화적 토양이 어떠하냐에 따라 국가와 국민 전체의 국격이 어느 수준인지 가늠이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유언론인협회 양영태 회장이 종편 토론에서 보여주는 활약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양 회장은 그 누구보다 분명한 보수우파 인사다. 안보에 관해서는 그 누구보다 열혈 반공주의자다. 그는 반공을 앞세운 대표적 우파단체 중 하나인 국민행동본부에서 부본부장을 맡으며 서정갑 본부장과 함께 우파운동을 하기도 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그는 극단적으로 오른쪽 끝에 있는 맹목적인 소수처럼 북한에 관해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조건 ‘문재인은 빨갱이’ 식의 사고는 하지 않는다. 그는 종편에서 문 후보가 NLL 사수 의지를 밝힌 데 대해 칭찬하고 대통령 후보로서 자격을 갖추었다고 했다. 이정희의 저질공격에 동참하지 않았던 문 후보의 예의바름과 점잖음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가 자신의 존재감을 더욱 드러냈으면 하는 지적도 해 줄줄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필자 개인적으로 보기엔 그가 문 후보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소위 진보진영 평론가들로부터 필요 이상 평가절하 될 경우, 또 얕은 수의 정치공학으로 매도될 경우 어김없이 반론을 제기한다.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부분은 반박하고 감정적으로 꼬투리를 잡는다 싶으면 이성적으로 반론한다. 진영싸움으로 흘러가는 토론에 곧잘 균형을 잡는 것도 그다. 그런 이유로 그는 며칠 전 진보성향의 세칭 평론가라는 사람들로부터 공격당하기도 했다. 편파적이라는 말은 이런 사람들에게 써야 하는 말이다. 토론 자리랍시고 방송에 나와 박 후보지지 유세에 갔더니 노인들이 많더라는 식의 저열한 방법으로 부정적 이미지 덧씌우기나 하는 자를 말한다. 스스로 폐족을 자처할 정도로 국민 지탄을 받은 정치세력이 분명히 문 후보측에 현재도 여전히 어슬렁거리고 있음에도 그걸 지적하니 친노 프레임 덧씌우기라며 왜곡 운운하며 시청자를 기만하는 자를 일컫는다. 토론 맥락을 이해 못하고 ‘박정희 공포’ 운운하며 기분 좋겠냐며 엉뚱한 소리 하는 자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특정 정치세력의 전위부대원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맹목적 진영싸움에 매몰되지 않고 시대정신 읽는 합리적 보수에 대한 새누리당의 무관심
안철수 현상에 대한 평가가 어떻든 안철수로 상징되는 정치개혁, 새정치를 갈망하는 민심의 실체는 분명하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서로 앞을 다투어 안철수가 말한 정치개혁, 쇄신을 공약에 반영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문 후보의 소위 거국 내각이나 박 후보의 국정쇄신정책회의는 더 이상 여야의 극단적 편 가르기 정치가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것을 말한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국민통합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직면한 문제라는 것이다. 과연 이런 시대적 과제에서 정치평론가들이라고 예외일 수 있을까? 전혀 아니다. 상대를 인정하고, 내편이라고 느껴지는 곳이라도 눈치 보지 않으며 비판할 줄 알고, 수가 뻔히 보이는 얕은꾀로 정치공학적 잔머리를 굴리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태도다. 막말로 소위 상대를 ‘떡실신’시키는 말기술이 아무리 좋고, ‘팩트왕’이라고 해도 ‘상대에 대한 존중’을 잊은 자는 이미 구시대인물에 불과하다.
양 회장은 그런 면에서 보수주의자로서 갖춰야 할 품격과 사회의 어른으로서 바람직한 모범이 되고 있다. 시대정신을 볼 줄 알아 ‘꼴통’ 소리 듣지 않으면서도 버릇없는 젊은 진보진영 정치인에게도 토론태도를 지적할 줄 아는 용기가 있다. 남의 일에 무슨 상관이냐는 태도로 방관하는 어른이 아닐뿐더러, 시대의 천박한 흐름을 쫒아 젊은이에 무조건 아첨하는 부끄러운 노인도 아니다. 보수우파 세력이 그저 진영싸움에만 매몰됐을 때 언론을 빙자한 MBC 귀족노조의 부조리한 정치활동에도 눈을 돌려 비판한 사람이 양 회장이다. 단지 친분을 떠나서 이런 어른은 사회의 리더로 특히 시대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다음 정권에서 중요한 사회적, 정치적 어른 역할이 주어져야 하리라 믿는다. 새누리당과 보수세력이 기존 구태의연에서 벗어나 새정치를 할 수 있는 집단이라는 것을 증명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양 회장과 같은 정상적이고 합리적 보수들에게 새누리당이 과연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달려있다.
폴리뷰 편집국장 - 박한명 -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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