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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 노무현 프레임 고집하는 민통당의 자충수

MBC 보도압박 외에는 전략부재임을 스스로 드러낸 무능

지난 11월 28일 MBC를 ‘압력성 방문’했던 민통당이 당시 보도국 간부들을 만나 그랬단다. “박정희 노무현 프레임은 새누리당 프레임인데 왜 그렇게 보도하느냐”고. 이런 말도 했다고 한다. ‘문재인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이해찬 대표의 연설은 왜 쓰느냐, 선대인 경제연구소장의 연설을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 과정에서 최민희 의원은 항의하는 정치부장에게 “태도가 왜 그러냐”고 마치 나무라는 듯 지적까지 했단다. 당사자가 심한 모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행패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이런 일들이 벌어진 건 전두환 시절 보도지침을 넘어 마치 MBC를 문 후보 캠프의 유세단쯤으로 생각하지 않고서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이다. 언론사를 대놓고 협박하는 짓 아닌가. 오해는 말기 바란다. 캠프의 유세단이니 언론사 협박이니 하는 말들은 앞서 새누리당이 방송사를 단순방문 했을 때 민통당 의원들이 했던 말 그대로를 되돌려준 것일 뿐이니.

이해찬 전 대표의 유세 연설을 보도하지 말라는 민통당의 심정은 이해한다. 안철수 전 대선후보측이 그렇게나 절박하게 요구하던 민통당 정치쇄신 대상의 핵심인물인데다가 안 전 후보가 사퇴하자마자 다시 전면에 나섰으니 안 전 후보를 자극할 수 있다. 쇄신대상이 정치쇄신하겠다는 문재인 후보와 같이 유세를 돌고 있으니 이런 코미디 같은 광경에 안 전 후보와 지지국민이 열 받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안 전 후보가 사퇴하자마자 벌어진 일이다. 안 전 후보측은 뒤통수 맞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국민기만극’ ‘사기쇼’를 MBC가 방송에서 내보냈으니 민통당이 MBC에 불 같이 화를 내는 건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다. MBC가 민통당의 사정을 ‘알아서’ 고려해 이해찬 연설 대신 선대인의 연설을 내보내야 했는데 MBC는 그걸 못한 것이다. 안철수를 자극할 이해찬은 숨기고 대신 안철수 캠프에서 엉뚱하게 문재인을 열심히 지지하던 선대인 연설을 내보내야 하는 것, 바로 이게 민통당이 원하는 자신들 프레임이다.

‘듣보’ 선대인 아닌 정치거물 이해찬 연설 보도는 상식적 보도

그러나 민통당 시각이 아닌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국민 입장에서 보자. 이해찬은 민통당을 장악한 친노세력의 ‘지휘자’격인 사람이다. 전직 국무총리를 지낸 정치거물이다. 이번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로 꼽히는 충청의 대표적 정치인이다. 게다가 안철수가 지속적으로 정치쇄신 대상으로 지목하며 퇴진을 요구했던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안철수 사퇴 후 바로 유세장에 나타났다. 이런 큰 뉴스가 또 어디 있나? 이걸 보도하지 말라? MBC더러 국민을 속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민통당이 이해찬 대신 내보냈어야 했다고 길길이 뛴 ‘듣보’ 선대인이란 사람은 누군가? 우리 국민 중 선대인이란 이 인물을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나? 이 사람이 이해찬 정도의 거물인가?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는 비중 있는 인물인가? 선대인의 연설에 관심 있을 국민이 이해찬의 연설에 관심 가질 국민보다 많기라도 하나? 안철수 캠프에서 문재인을 지지한 이상한 스탠스를 취한 ‘듣보’라는 것 외에 도대체 뭐하나 뉴스가치로서 이해찬보다 나은 게 있나? MBC가 이해찬을 숨기고 선대인을 보도했다면 그게 비정상적인 보도밖에 안 되는 것이다.

민통당이 그렇게 숨기고 싶고 감추고 싶고 피하고 싶은 박정희 대 노무현 프레임은 새누리당이 억지로 설정한 프레임이 아니다. 민통당이 대선 후보로 문재인을 선택한 순간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었던 자연스러운 프레임이다. 박정희의 딸 박근혜와 노무현 정권의 2인자 문재인이 맞붙는 순간 거의 모든 국민이 빠짐없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리게 되는 구도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건 박지원을 보면 김대중이 떠오르고 장세동을 보면 전두환이 떠오르는 이치와 같다. 국민의 머릿속에 각인되다시피 한 이런 연상 작용을 두고 새누리당의 프레임이라고 주장하는 건 억지다. 더군다나 MBC가 그 프레임으로 방송해선 안 된다는 주장은 국민의 공통된 기억과 경험을 작위적으로 조작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민통당은 하다못해 이명박근혜라는 프레임으로 두 사람을 일치시키려고 하지 않나. 국민은 문재인을 보며 노무현의 비서실장 시절을 안 떠올릴 방법이 도저히 없는 것이다.

민통당, 언론사 협박 외에 박정희 대 노무현 구도 타개할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민통당이 MBC를 찾아가 시시콜콜히 보도하라, 보도하지 마라 간섭한 행위는 스스로 박정희 대노무현 구도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고백한 것과 같다. 본래 기억이란 과거의 먼 기억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미화하게 마련이다. 배고프고 고생스럽던 젊은 시기도 훗날 쉽게 성공담의 추억이 되듯 박정희 시절은 유신독재 등의 부정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많은 국민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놀라운 경제성장을 통해 맛본 성취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꿈과 비전을 심어준 긍정적 시대로 많은 국민들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근간의 기억들은 좋은 기억이 많았다 할지라도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먼저 떠오르게 마련이다. 노무현 정권 때 심화된 양극화, 이념갈등, 정치사회적 분열현상 등 이런 기억들은 여전히 상당수 국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를 봐도 국민은 여전히 역대 대통령 중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가장 호감을 느낀다고 답하고 있다. 이게 바로 민통당이 처한 현실이다.

이렇게 불리한 구도를 타파하기 위해 민통당이 한 것이 과연 뭐냐는 얘기다. 그저 MBC를 찾아가 이해찬을 보도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 외에 뭐가 더 있나? 안철수측이 요구한 정치쇄신 약속하나 제대로 못 지키고 안철수가 사퇴하자마자 정계에서 사라져야 할 이해찬을 문재인 옆에 붙이는 것 외에 뭘 더 했냐는 소리다.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이해찬 정계은퇴는 바로 문재인 지지측에서도 요구하는 목소리이니 말이다. 술에 취해 조선동아는 내 손아귀에 있다고 큰 소리쳤던 노무현 정권 실세, 부끄러운 이해찬을 아직 많은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 자를 안철수를 기만하면서까지 문재인 옆에 세우면서, 노무현의 그림자, 노무현의 분신, 노무현의 전사들을 앞세우면서, 국민에게 안 좋은 기억만을 끄집어내게 만들면서 어떻게 노무현을 떠올리지 말라는 소리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민 앞에 바닥이 훤히 보이는 쇼만 할 뿐, 민통당은 MBC를 찾아가 보도하지 말라, 보도해라 하는 것 외에 스스로 아무것도 극복하지 못하는 전략부재의 무능만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박정희 대 노무현 프레임은 누가 억지로 설정한 것이 아니다. 박정희의 딸 박근혜와 노무현의 비서실장 문재인이 대선 후보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구도다. 이번 대선은 박정희와 노무현의 구도가 어느 진영 유불리를 떠나 맞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민통당과 문재인측은 이 불리한 구도를 타개할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작 만만한 MBC나 찾아가 보도 압박이나 넣고 있다. 친노와 안철수 눈치나 보면서 이해찬과 선대인 연설이나 빼라 넣어라 비겁한 짓이나 하고 있다. 누가 노영방송 MBC아니랄까봐, 사장 보기를 발톱의 때만큼도 안 보는 노조와 밀착돼 있지 않다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보도 간섭이나 하고 있다. 민통당에겐 전략이 안 보인다. 그런 주제에 진정성은 언감생심이다. 이해찬이나 내세우면서 박정희 대 노무현 정치구도를 스스로 고집하는 주제에 MBC 보도 탓이나 하고 있는 이상 민통당에겐 현 불리한 정치구도를 깨나갈 아무런 희망이 없다.

폴리뷰 편집국장 - 박한명 -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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