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유미. 익숙한 이름일 거다. KAL기 폭파사건을 극화한 영화 ‘마유미’는 폭파범 김현희가 당시 위장한 일본인 이름 ‘하치야 마유미’에서 제목을 땄다. 누구든 과거 이 영화를 보며 북한의 악랄함에 놀라 안보와 호국의지를 다졌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1987년 11월 29일 오후 2시경. 바그다드를 출발해 한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858편 보잉 707기가 돌연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중동에서 귀국하던 해외근로자 95명과 승무원 20명이 타고 있었다.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인이었다.
사건이 발생하고 15일이 지난 12월 13일 양곤 동남쪽 해상에서 KAL기 구명보트 등 부유물 7점이 발견된다. 비행 중 폭발에 의해 추락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수사결과 KAL기는 일본인으로 위장한 2명의 북한대남공작원임이 밝혀졌다. 바로 김현희와 김승일이다. 이들은 김일성의 친필지령을 받고 기내에 시한폭탄 및 술로 위장한 액체폭발물을 두고 내려 KAL기를 폭파했다.
사건의 진상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자 미국은 즉각 북한을 테러국가로 규정해 각종 제재를 가했고 일본도 북한공무원의 입국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결국 북한은 이 사건으로 국제사회의 질타를 받으며 큰 불이익을 받아야 했다.
당시 사건은 대선을 코앞에 두고 발생한 일이었다. 혼란한 정국을 틈타 발생한 도발로서 우리의 혼을 쏙 빼놓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우리는 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기대감과 자신감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이 사건은 한껏 고조된 분위기를 다 깨놓는 사건이었으며, 한국으로 몰리는 세계인의 발걸음을 돌리게 만들려는 수작이었다.
실제로 당시 폭파범 조사결과 ‘88서울올림픽 참가신청 방해를 위해 대한항공여객기를 폭파하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김정일의 친필 지령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이유이든 백명이 넘는 동족을 공중분해 시킨 북한의 악랄함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통일과 민족을 외치고 있는 북한이 실상은 이런 끔찍한 동족 테러를 일으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을 절대 신뢰할 수 없는 이유다.
미처 자살하지 못하고 체포된 폭파범 김현희는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을뻔한 민족테러사건의 산 증인이 됐다.
북한의 발뺌을 막고자 정부는 김현희를 살려두고 수십년간 정보기관을 통해 보호해 왔다. 북한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하고, 국제사회를 향해 증언을 해 줄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일부 세력이 김현희와 KAL기폭파사건이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일이 발생했지만, 김현희를 살려뒀기 때문에 다시 증언하고 재확인할 수 있었다.
어쨌든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처음으로 맞는 대통령 선거다. 또한번 강력한 도발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시 혼란한 정국을 맞이했고 북한의 도발이 어떤 식이 될지 모르는 판국이다. 우리가 일사분란하고 통일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그 도발에 대응하지 못하고 우리는 당하고 수습하지도 못하는 꼴이 되는 거다.
경제적으로도 악재를 맞게 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불거질 것이고, 한국에 대한 외국투자가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고, 낮은 신용등급은 다시 외국인의 국내투자 발길을 돌리게 할 것이다.
그것이 국내 고용을 크게 떨어뜨리고, 시장을 위축되게 만들며 더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림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외국인 관광객 천만 시대를 맞았지만 그들의 발길도 뚝 끊어질 것이다. 포탄이 떨어지거나, 비행기가 폭파되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불바다를 만들겠다면서 코앞에서 총구를 겨누고 있는 상대가 있는데 어찌 맘 편히 관광을 올 수 있을까.
사실상 안보가 군사적 차원에서 우리 영토와 국민을 지키는 것 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외교적으로도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KAL기 조작이나 천안함 조작 등의 선동성 의혹제기에 흔들리면 안된다. 국론분열은 북한이 바라는 바이며, 우리 안보에 큰 허점을 만든다. 사태가 발생했을 때 단합된 모습으로 추진해야 즉각적이고 단호한 행동을 취할 수 있다.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을 보라. 북한은 상식적인 집단이 아니다. 국제사회의 룰 따윈 없다. 북한이 KAL기 폭파사건에 버금가는 도발을 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은 그 누구가 할 수 있겠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해 세계를 불안하게 하는 게 북한의 전략이라면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그 행동에 예측 가능한 대응을 해야 한다.
보복이 두려워 다시는 덤비지 못할 정도의 강력한 응징. 일관적이고 계속되는 방침을 고수해야만 한다.
그래야 북한은 자신들의 도발에 어떤 책임이 따르는 지를 알 수 있을테고 우리의 혼란이나 어수선한 정국을 이용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일관적이고 강력한 응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확고한 안보관이 필수다. 그 안보관을 중심으로 한 정책 추진과 성원이 우리 군을 더 강하게 하고 북한의 도발로부터 한국을 지켜낼 수 있는 가장 강한 힘이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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