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명에서부터 진보를 내세운 통합진보당이 벌인 믿기 어려운 비례대표 경선부정 사건에 온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평소 이 당이 새누리당과 같은 정적에게 자주 써먹던 ‘대국민 사기극’이란 무엇인지 스스로 그 진수를 보여준 셈이다. 특히 속속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진보당 당권파들의 추악한 모습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수습한답시고 국민이 지켜보는 데 진행한 회의에서조차도 자신들이 벌인 엄청난 일에 진심어린 사과를 하기는커녕 변명으로 일관하고 책임을 비당권파들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이 과연 민주정치를 실행할 기초적인 능력이 있는 자들인지 의심케 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통합진보당 진상조사위원회가 ‘총체적 부실·부정선거’로 발표한 조사결과 내용들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전국 투표소 218곳 중 128곳에서 대리·부정 투표가 벌어졌고, 온라인 투표에서도 똑같은 컴퓨터에서 서울, 대구, 전주 등 다른 지역에 사는 40명 이상이 투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IP를 통해 투표에 참여한 당원 90명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니, 전화연결 된 65명 가운데 당원이 아닌 사람이 7명,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람이 12명이나 됐다고 한다. 또 이들 중 11명은 온라인 투표가 아니라 현장투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부정행위의 온갖 행태들이 다 동원된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이 이런데도 당권파라는 사람들은 오히려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을 향해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통합진보당 김승교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진상위 조사결과가 정략적이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비당권파를 비난했다. 이정희 공동대표 역시 "과연 누가 진보정치에 십수년을 몸바치고, 야권연대를 위해 희생한 귀한 당원들을 책상머리에서 부정행위자로 내몰 수 있냐"며 "진상조사위는 모욕을 줄 권한이 없다"고 조사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조직적인 부정선거의 증거가 전국적으로 확인됐는데도 당의 공동대표라는 사람이 모욕 운운한 것이다. 당의 공정선거를 감시해야할 선거관리위원장과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부정선거에 대해 국민 앞에 책임져야 할 대표, 당권파를 지지하는 당원 모두 명백한 증거를 부정하고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계파 싸움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국민을 우습게 알아도 정도가 지나치다.
통합진보당이 말하는 민주주의, 진보의 충격적 실체 국민이 눈으로 보고 확인
통합진보당의 당권파들이 분명히 알아야 할 점은 선거부정 사건을 통해 온 국민이 그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던 민주주의와 진보의 진짜 의미를 깨달았다는 점이다. 입만 열면 외치던 그 숭고한 민주주의가 사실은 이미 결론을 내리고 그 결과에 따라 형식을 끼워 맞추는 북한식 민주주의와 다를 바 없다는 점, 그들이 말하던 진보, 진보정치란 것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선거부정이 들통나서도 당권파의 몸통이라 불리는 비례대표 2번 이석기 당선자가 유시민 공동대표에게 당권을 넘겨줄테니 지분을 달라고 거래를 시도하며 적당히 덮고 넘어가려한 점은 이들이 초등학생만 되어도 아는 민주주의 기본 개념조차 모르는 자들이며, 도덕성이 어느 정도 파탄지경에 이르렀는지 잘 알려주는 일화다. 당권파가 민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는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지켜보는 국민은 그들의 파렴치하고 뻔뻔한 태도에 그저 입이 떡 벌어질 뿐이다.
이런 자들이 휘어잡고 있는 통합진보당의 앞날은 암울하다. 이석기, 김재연이 버티고 이정희 대표가 꼭두각시 노릇을 한다고 해서 암울한 미래를 바꿔놓을 수는 없다. 그 어떤 국민도 통진당이 말하는 민주주의와 진보를 예전처럼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통진당이 민주주의와 진보의 이름으로 행하는 그 모든 정치행위역시 명분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철저히 파괴하고 우롱한 만큼 앞으로 통진당이 정치적 힘을 받을 수도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인만큼 오로지 극소수 지지층만 의식하고 헌법과 국민을 무시하는 통진당의 반민주적 작태는 결국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의 또 다른 축인 참여당계, 진보신당계 등 비당권파의 정치적 운명도 마찬가지다. 바람 앞에 촛불신세와 같다. 유시민 공동대표는 분당가능성에 대해 “전혀 없다”고 했고, "국민이 10%를 넘는 지지를 보여주신 정당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분당한다는 건 민의에 반하는 일이고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주장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국민이 10%를 넘게 지지했던 것은 통진당이 헌법에 따라 민주적 공당으로서 책임있는 정치를 해줄 것으로 믿고 보낸 것이었다. 통진당이 드러난 것처럼 권력을 잡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위헌정당이었다는 실체를 알고 지지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잘못된 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국민을 팔고 그 길을 계속가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궤변이요, 민주주의 파괴세력에 부역하겠다는 논리 밖에 안 된다.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란 바로 그런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이다.
비당권파는 당권파 물리칠 자신 없으면 갈라서야, ‘꼭두각시’ 이정희 주체적 자아 회복해야
단, 유 대표가 통진당을 장악한 현 당권파를 깨끗이 청소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면 얘기가 좀 달라질 수도 있다. 주대환, 손호철, 진중권 등 여러 진보인사들이 증언한 바 있다. 구 민노당시절부터 현 당권파 주축세력들은 선거부정을 밥 먹듯 해왔고, 그런 고질병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은 시대착오적 퇴물정치세력을 교화시킬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유 대표는 악마를 물리치는 퇴마사도 아니요, 악당에 맞서 매번 승리하는 마블코믹스의 영웅도 아니다. 명분도 약한 마당에 당에 남아 적당히 어정쩡하게 이들과 타협하면서 국민을 기만하는 정치를 계속해나간다면 그나마 유시민이란 브랜드에 남은 양심적 이미지를 스스로 갉아먹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심상정 공동대표와 노회찬 대변인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면에선 이 두 사람의 책임은 이정희, 유시민 공동대표보다 훨씬 크다. 현 당권파의 추악한 면을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들은 입을 다물고 선거에서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했다. 당권파들이 설마 그런 짓까진 할 줄 몰랐다고 한다면 그건 무책임한 거짓말이다. 과거부터 습관적이었던 선거부정 행위에 새삼 분개하는 모습을 보면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두 사람은 먼저 국민에게 그들의 충격적인 진실을 차마 고백하지 못했던 점을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현 당권파와 민주주의의 이름을 걸고 싸워야 한다. 단지 당권 다툼이라면 국민이 먼저 두 사람에게 철퇴를 가할 것이다. 두 사람의 정치적 운명은 여기에 달려있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이번 사건을 통해 정치적으로 자살한 것과 마찬가지가 됐다. 총선에서 관악을 여론조사 조작을 하고도 뻔뻔하게 버티는 모습, 이번 비례 대표 경선부정에서 한결 같이 당권파 보호에 나선 모습은 자주적이고 양심적인 진보의 아이콘 이정희가 아니라, 반민주세력의 충성스런 꼭두각시였다. 그런 이 대표의 모습을 통해 국민에게 분노와 절망만을 안겨줬다. 이 대표가 말하던 민주주의와 진보가 실상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닌 이 땅에서 진작에 사라졌어야할 시대착오 세력만을 위한 것이었음을 깨달은 국민이 이 대표를 전과 같이 바라보진 않을 것이다. 이 대표 역시 꼭두각시를 거부하는 주체적 자아와 양심을 회복해 현 당권파와 결별하지 않으면 앞으로 정치 재개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치적으로 살아있어도 산 목숨이 아닌 좀비와 다를 바 없는 자신을 죽이고 진정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는 얘기다.
통합진보당 지지자들도 마찬가지다. 통진당의 실체를 정면에서 바라보고 비판하여 그들이 올바르게 변화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보고 싶은 면만 보고 ‘닥치고 지지’와 같은 일방적 성원만 한다면 오히려 통진당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 땅의 진보정치와 민주주의가 제대로 설 수 있게 하는 책임은 모두 통진당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온갖 잘못과 허물에도 그저 감싸고돌면서도 반대세력만 보면 물어뜯고 헐뜯는 지지자들이 ‘좀비정신’에서 벗어나 변화하지 않으면 통합진보당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점 명심하기 바란다.
폴리뷰 대표필진 - 박한명 - (hanmyoung@empa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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