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쇄신방향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박근혜 위원장이 말한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형상화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박 위원장은 다만 설 이전에 공천기준을 확정하겠다는 말,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당 쇄신 내용은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불체포특권 포기, 현역 의원들의 퇴직 후 연금특혜 포기, 세비축소 등 비대위 출범 초기 들고 나왔던 쇄신안들도 현재 어떻게 논의가 되고 있는지 국민에게 전혀 알리지 않고 있다. 단지 비대위 출범에 대한 국민적 시선을 끌기 위해 일종의 ‘낚시’ 성격으로, ‘립서비스’로만 그치는 게 아닐까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다.
비대위 출범 초기 한나라당을 천지개벽할 수준으로 바꾸겠다고 기세등등하던 비대위원들은 박 위원장의 자제 요구 한마디에 이젠 아예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박 위원장이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에서 비대위원들을 통해 한나라당이 어떻게 쇄신해나가는 지 그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국민 입장에선 답답할 노릇이다. 그리고는 몇 몇 비대위원들이 좌충우돌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박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를 아예 비공개로 돌리고 말았다. 비대위 구성 자체의 문제를 제기하면 “시간이 없다” “비대위를 흔들지 마라”며 아예 원천봉쇄하고 있다.
한나라당 비대위는 오직 박 위원장의 뜻에 따라 구성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며, 사상 전례가 없이 한나라당 전권을 쥔 권력기구이다. 비상시기라는 이유로, 시끄럽다는 이유로, 비대위가 어떤 논의들을 진행 하고 있는지 알리지 않고, 또 이에 대한 비판 자체를 막아버린다면 이건 당헌당규와 원칙대로 굴러가는 민주적 정당이 아니라 독재자가 이끄는 반민주적 정당에 불과하다. 지난 대선에서 야당과의 압도적인 표차로 한나라당을 지지해 준 국민의 뜻을 짓밟는 태도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낸 국민은 대한민국의 제1당이 쇄신을 명목으로 반민주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이쯤되면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박 위원장의 ‘국민’이 도대체 누굴 말하는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비대위원들의 언행이 잘됐든 잘못됐든 발언 자체를 막아버리는 것은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며, 비대위원의 입을 막고, 본인 역시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비대위의 쇄신 방향과 구체적 내용을 당연히 알아야 할 국민의 권리를 묵살하는 태도다. 과정이야 어떻든 한나라당 쇄신 결과만 잘 되면 장땡 아니냐는 식의 태도는 민주주의 정당에선 있을 수 없는 모습이다. 게다가 현재 박 위원장이 간간히 언론에 흘리는 표피적인 쇄신 내용도 돈봉투 살포와 같은 부정부패정치, 귀족정치, 뿌리 깊은 웰빙체질, 계파정치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고 실력 있는 민주정당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국민적 요망과 거리가 멀다.
박 위원장이 언론에 주로 흘리고 있는 인적 쇄신, 물갈이론도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국회의원 선거가 있을 때마다 인적 쇄신과 이를 통한 물갈이론은 자연스럽게 등장했었다. 그리곤 그 시기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 물갈이 된 인물들로부터 부정부패 사건이 터져나오고 당의 비민주적 운영 행태를 놓고 갈등과 알력이 불거지곤 했었다. 박 위원장이 강조한바와 같이 정말로 구태와의 단절을 시도하려면 정기적으로 되풀이하는 그 같은 문제들만 건드릴 것이 아니라, 돈봉투 사건와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당 대표 선거 등에서 불법적 선거자금이 동원되지 않도록, 당 운영에 막대한 돈이 들어가지 않도록 당의 구조를 어떻게 근본적으로 바꿀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고, 또 당 대표에 집중되는 권력을 어떻게 민주적으로 효과적으로 분산할 것인지 이런 사안들을 비대위는 논의의 첫 대상으로 삼았어야 했다.
‘재창당 수준의 쇄신’ 은 없고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외치는 ‘예수 박근혜’만 보여
그런데도 이런 논의보다는 공천문제와 인적 물갈이, 정책쇄신 따위만을 언급하고 있으니, 반대파들 죽이기가 아니냐는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만일 비대위가 설 전에 내놓겠다는 공천 원칙에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면 어떡할 것인가? 박 위원장의 공천 기준에 걸려 탈락한 정치인들이 나오고,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정치인과 비판하는 국민들이 나온다면 어떡할 텐가? 박 위원장 말대로 공정한 공천 기준에 반해 탈락시켰으니 무조건 ‘닥치고 수용’하라고 할 것인가? 박 위원장의 공천 기준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원칙이 될 수 있다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박 위원장은 자신이 이끄는 비대위가 내놓을 공천 기준이 절대 원칙에 가깝다고 자신할 수 있나? 그 어느 누구도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는 문제다. 그렇기에 이런 문제는 당 내부적으로, 또 국민에게도 문을 활짝 열고 소통하면서 최선의 합의를 도출해 나가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비대위와 몇 몇이 밀실에서 논의하고 결정할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정책 쇄신 문제도 그렇다. 박 위원장은 한나라당의 쇄신의 핵심은 정책쇄신이라고 평소 주장해왔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간단한 예만 봐도 전혀 정책 쇄신에 대한 신념을 확인할 수가 없다. 정부의 KTX 민영화 정책을 좌파들이 주도하는 트위터 여론만 보고 단 10여분만에 ‘반대’로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반대한 사실 자체가 문제라는 게 아니다. 수조원의 만성적자에 시달리면서도 매표직의 평균 연봉이 무려 6천만원에 가까울 정도로 국민 세금만 잡아먹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문제들은 조금이라도 고려하고 10분만에 단칼에 민영화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냐는 얘기다.
대북정책도 그렇다. 유연한 대북정책을 하겠다는 말 외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없다. 당 정강정책에서 국민에게 인기가 없다는 이유로 ‘보수’를 빼겠다고 달려들었다가,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바로 거둬들이는 그런 모습에서 무슨 철학이고 신념이고 원칙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인가? 여기에는 당원도, 지지세력도, 국민도 없이 오직 ‘박근혜’ 뜻에 따라 변칙적으로 변화하는 포퓰리즘만 있을 뿐이다.
한나라당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쇄신안에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를 외치는 ‘예수 박근혜’만 있다면 한나라당의 미래는 뻔하다. 박 위원장은 예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비판에 재갈을 물린 채, 저 하늘 위 구름 위에서 ‘너희는 내가 내놓는 쇄신만 따르면 된다’식의 절대선처럼 호령하는 모습은 국민이 바라고 기대하던 모습이 결코 아니다. 박근혜 위원장이 말하는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이란 게 ‘예수가 강림한 한나라당’의 모습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폴리뷰 대표필진 - 박한명 <무명논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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