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진영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가장 주요 이슈는 한미FTA였다. 한미FTA는 한국과 미국 간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안이기 때문에, 친북반미 세력 입장에서는 절대 용납하기 어려운 정책이었다. 반면 우파진영에서는 친북반미 인사로 규정해온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FTA를 추진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치적 음모설까지 제기했다. 한미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친북좌파세력이 결집하여, 대권 승리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과 한미FTA 추진 과정을 생생하게 담은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의 저서 ‘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의 내용을 보면, 한미FTA만큼은 노대통령의 분명한 철학이 담긴 정책이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던 유시민, 손학규 등등이 말을 바꾸며 한미FTA를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모순을 넘어 엽기기적이다.
노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국민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권하고 싶었다. 의욕이 지나쳤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사의 흐름을 타고 과감한 도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FTA 추진의 취지를 밝혔다. 또한 노대통령은 “나는 우리 국민의 역량을 믿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다 이루어낸 우리의 현대사를 볼 때 국민들이 FTA에 내포된 위험과 불확실성을 감당해 갈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믿음이 없었다면 한미FTA를 추진하기로 결심하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대한민국 국민들의 역량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노무현, “개방과 관련된 진보주의자들 주장 사실로 증명되지 않은 것들 많아”
특히 노대통령은 한미FTA를 반대하는 좌파세력에 대해 “개방과 관련된 진보주의자들의 주장은 사실로 증명되지 않은 것이 많았다. 예컨대 1980년대 초반 ‘외채망국론’이 있었다. 나도 그런 강연을 하고 다녔다. 책 읽고, 팸플릿도 읽었다. 논리의 일관성은 있었지만, 우리나라 현실에 꼭 맞는 것은 아니었다. 그분들은 세계무역기구 가입도 반대했다. WTO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면 한국경제는 어떻게 되었을까?”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가입도 그렇다. 나도 야당 시절 안주거리처럼 비판했다. 그런데 OECD 가입 자체가 잘못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며, 좌파진영의 그릇된 분석을 비판했다.
김현종 전 통삽교섭본부장은 이러한 상황을 보다 더 상세히 설명해놓았다. 김현종 전 본부장은 WTO 법무팀에서 근무하던 시절, 노무현 당선자로부터 연락을 받고 귀국하여 FTA를 활발히 추진해야한다는 점을 건의했고, 노대통령은 그의 의견에 동의하여, 외교통상부 차관보로 그를 임명한다. 즉 노대통령은 이미 당선자 신분 때부터 FTA 추진 의지를 밝힌 것이다.
FTA 추진이 난항을 겪을 때마다 노대통령은 “김 본부장, 한미FTA가 되면 물론 좋지만 안 돼도 내가 책임지는 거고, 돼도 내가 책임지는 거요. 본부장은 철저히 장사꾼 논리로 협상하고, 한미동맹 관계나 정치적 요소들은 절대로 의식하지 마세요. 모든 정치적인 책임은 내가 질 겁니다.”라며 격려했다.
김현종 본부장은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역할도 소개했다. 노무현 정부와 미국은 한미FTA 협상 전에 스크린쿼터 축소,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건강보험 약가 현행 제도 유지, 자동차 배기 가스 기준 유예 등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을 해결했다. 친북좌파 진영에서는 이러한 4대 선결조건을 빌미삼아 노대통령을 공격했지만 노대통령은 “4대 문제는 FTA와 관계없이 애초에 김대중 정부시절부터 미국과 해결해야할 사안이었고, 국익을 해치는 일을 한 바 없다”고 항변했다.
그런데 FTA 추진 와중에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약가를 네거티브 방식에서 포지티브 방식으로의 변경을 추진했다. 당연히 미국 측의 항의가 들어왔고, 김 본부장은 약가 변경을 한미FTA 협상 틀 내에서 추진해달라 요청했다. 유장관은 처음에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김 본부장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세부 사항들을 FTA의 틀 내부에서 협상하지 않으면 한미FTA가 깨지는 것인데, 좋습니다. 그럼 이제 할 것은 두 가지가 남았습니다. 첫째, 우선 빨리 대통령께 한미FTA 협상이 의약품으로 인해 결렬되었다는 사실을 보고드려야 합니다. 둘째, 그 이후 결렬된 사실에 대해 납득할 수 있도록 대국민 발표를 해야 합니다”고 유장관을 압박했다. 결국 유장관은 김 본부장의 제안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김 본부장은 “유장관도 노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한 한미FTA를 깨기는 부담스러웠던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유시민은 노무현 정부 내내 한미FTA 전도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유시민은 2007년 3월 26일 워싱턴의 뉴아메리카 재단 강연에서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가 “기본적으로 개방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제도를 바꾸는 측면이 강해 외환위기 당시 못지 않은 효과를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참여당을 창당한 이후인 2010년 11월 11일에도 "자유무역협정(FTA) 자체는 필요하다"며 "미국이 우리보다 센 나라이기 때문이 이익이 없다는 논리로 한미FTA를 반대하는데 그럼 우리보다 약한 중국, 인도와 FTA도 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중국과 인도에 손해를 끼치면서 이익을 보겠다는 것은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여전히 한미FTA 찬성론을 주장했다.
노무현, “미국 오바마 정부의 재협상 요구 응해야” 이명박 정부 성실히 재협상 시행
그러나 정략적 목적으로 민노당, 진보신당 등 한미FTA 반대세력과 총선과 대선에서의 공조를 하려다보니, 유시민은 입장을 조금씩 조금씩 바꿔가기 시작한다. 미국의 오바마 정권 들어 의회 비준을 명분으로 재협상을 하자 유시민은 “2007년 한미FTA 협상 때 미국이 요구했다 거절당한 것들을 이번 재협상으로 모두 다 내줬다"며 "이명박 정권이 마음씨가 나빠서가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 없어서 제대로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바마 정권의 재협상이 유시민에게 말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준 셈.
그러나 미국의 정권이 교체가 되어 재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일찌감치 예견한 인물은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다. 노대통령은 2008년 11월 10일 인터넷 사이트에 “미국이 요구해오는 재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미국 의회는 비준을 거부할 것", "한미 간 협정을 체결한 후에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며 "한미FTA 안에서도 점검해야 보아야 할 것이고 고쳐야할 필요가 있는 것은 고쳐야 할 것"이라 조언했다. 이러한 노 전 대통령의 조언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 재협상하여 한미FTA를 재추진한 셈이다.
노대통령이 재협상을 예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미FTA협상 과정에서 양 측 모두 의회의 비준을 명분으로 줄다리기를 벌였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 측에 양보를 요구하면 “의회 비준이 어렵다”며 막아내고, 한국이 미국 측에 양보를 요구하면 역시 “의회 비준이 어렵다”며 방어했다. 즉 한국과 미국 정부가 협상 타결을 해도, 국회 상황에 따라 의회 비준을 위해 재협상을 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자동차 노조의 절대적 지지지를 통해 당선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은 한미FTA 내용 중 자동차 부분에서 한국이 양보하고, 한국은 다른 영역에서 손해를 보전하는 재협상 자체를 의미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오바마 정부와의 재협상은 그렇게 되었다. 한미FTA 협상 당시 첨예한 쟁점이었던 의약 분야의 보건복지부 수장으로, 이런 상황을 충분히 알 수 있을 유시민은 이를 모른 체 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 노대통령이 한미FTA 반성했다며 거짓 선동까지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가 무리하게 대권주자로 띄우려 하는 서울대 법대의 조국 교수는 아예 거짓으로 선동하며 유시민에 한미FTA 반대에 나설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조국 교수는 노대통령이 “나를 밟고 가라. 나는 노동, 복지에서 실패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대응을 잘못했다. 복지 정책도 좀 더 밀어붙여야 했다.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반성했다며, “친노(親盧) 세력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과 같은 진보 정당이 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이런 노무현 대통령의 유언에는 책임 있는 답을 해야 합니다”, “유시민 씨가 그런 유언을 받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유시민 씨가 안 하면 결코 정리가 안 될 테니까요”라고 유시민의 답변을 촉구했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한미FTA가 잘못된 선택이었다며 반성했다는 기록은 전혀 없다. 조국 교수는 출처도 밝혀놓지 않아 확인할 수 없도록 해놓았다. 노대통령은 마지막 자서전에서 한미FTA에 관해 “지금도 오해하는 분이 있다면 내 말을 믿고 오해를 푸시기 바란다. 내가 대통령으로 있던 대한민국은 굴욕외교를 하는 나라가 아니었다”고 자신했다. 또한 퇴임 이후인 2008년 11월 11일의 게시글에서도 한미FTA 반대론자들에게 "무슨 정책을 이야기하거나 정부를 평가할 때 걸핏하면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를 도깨비 방망이처럼 들이대는 것은 합리적인 태도가 아니다"라며 한미FTA 반대론자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김헌종 본부장은 책에서 한미FTA반대세력의 거짓선동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김현종 본부장은 한미FTA를 비판한 KBS ‘쌈’의 보도에 대해 “정보를 언론에 의존하는 국민들에게 정확한 내용을 제공하는 것이 언론의 표현의 자유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어떤 이슈를 다룬 보도가 왜곡되면 그것을 바로잡는 데 몇 배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본부장은 “내가 국내 반대자들의 의중을 관찰하면서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그들이 FTA로 인한 개방 자체보다 미국과의 우호 관계에 반대한다는 점이었다”고 술회했다. 그 근거로 개방의 폭이 훨씬 큰 한EU FTA 때의 반대시위는 거의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김 본부장은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마지막 라운드 때의 시위 규모는 7,500명, 호텔을 포위한 경찰 병력은 3,000명이었던 반면 한EU FTA 1차 협상 때의 시위대는 한미FTA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소수였고, 경찰병력은 100여명이었다”고 비판했다.
노대통령의 마지막 자서전은 자료를 바탕으로 유시민이 직접 집필했다. 또한 유시민은 한미FTA에서 의약분야라는 중책을 맡았다. 노대통령의 한미FTA에 대한 열정에 대해 유시민 만큼 잘 알 수 있는 인물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시민은 정략만을 위해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꿈은 한미FTA를 무산시키려는 세력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관들고 선거 나선 손학규, 유시민 등의 말바꾸기, 노대통령은 어떻게 생각할까
말바꾸기에서는 그 어떤 영역에서든 손학규 대표가 빠지지 않는다. 15년 간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를 지내다 민주당으로 넘어오다보니, 입장이 안 바뀔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손대표의 한미FTA 관련 말바꾸기는 엽기적 수준이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 대선 경쟁에 뛰어들었던 2007년 1월16일 16일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 다음과 같이 한미FTA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한미FTA를 체결하면 8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데?
- 그런 말은 믿지 않는다. 지금 세계 경제는 개방체제다. 새로운 시대정신은 창조와 개방과 통합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걸 창조하고, 혁신을 해야 하고, 우리를 열어가야 한다. 가둬놓고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겠다면서 극단으로 가면 북한처럼 된다.”
그러다 민주당으로 넘어와서도 “민주당은 한미FTA를 비준하지 못한 데 대해 심각한 반성을 해야 한다”(2008.5.26)며 찬성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민주당 당대표 취임 이후 “한미FTA 비준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2010.11.9)로 바뀐 것. 결국 민주당은 노무현의 정신을 무시하고, 사실 상 당론으로 한미FTA 비준 반대를 확정했다.
천신만고 끝에 친북좌파의 격렬한 반대와 우파의 불신을 뚫고, 경제대국 미국과의 한미FTA를 성사시킨 노무현, 노무현의 관을 들고 선거에 나서는 민주당, 손학규, 유시민 등이 과거의 말을 뒤집고 한미FTA 반대에 나서는 것을 하늘에서 내려다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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