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제동의 소속사 다음기획 측이 지난해 10월 재보선에 이어, 또 다시 김제동의 캐스팅 문제를 정치화하며 지자체 선거에 개입하고 나섰다. 김제동 측은 지난 4월21일 첫 녹화가 된 Mnet `김제동쇼`가 녹화 한 달이 넘은 시점까지 방송이 되지 않자 "Mnet 측이 예민한 정치적 상황에 대한 고려를 하고 있지 않는가"라고 의구심을 제기하며 프로그램 하차를 지난 6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방송사에서 기획된 파일럿 프로그램이 정규방송으로 편성되지 않는 경우는 허다하나, 진행을 맡은 연예인 측에서 스스로 이를 보도자료로 전 언론사로 돌리는 일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예인 스스로의 이미지에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김제동 소속사 다음기획 측은 지자체 선거를 이틀 앞둔 시점에서 엠넷 측과 상의없이 이를 언론에 널리 알려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엠넷 관계자는 "김제동씨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과 관련해 제작진은 `(김제동씨의 행동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점을 프로그램 진행자 본인이 인지하고 방송에 전념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정치적 외압으로 해석하고 엠넷측이 프로그램 제작 및 편성을 막는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과민한 반응이다"고 해명했다.
프로그램 정규편성 불발, 이례적으로 언론에 알린 김제동 측
또 편성에 관해서 "천안함 사태 등 사회적인 이슈들 탓에 편성 및 녹화 일정이 다소 더뎌진 것은 사실이지만 6월 `김제동쇼` 뿐 아니라 `스캔들2`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등이 동시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며 "편성의 원칙은 프로그램 하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모든 방송을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것"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제동 측이 재차 반박하자 엠넷 측도 재반박 진실게임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 ‘김제동 쇼’ 책임 프로듀서인 김동준 CP는 한 토론 게시판에 “이번 논란의 핵심인 방송지연에 대해 말씀 드리겠다. 김제동에게 6월 채널 개편을 앞두고 있어 그때 맞춰가자고 했다. 김제동은 "알았다. 다만 너무 늦춰지지만 않게 해 달라. (방송이) 7, 8월로 넘어가면 난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며 “구체적 방송시기와 관련해선 편성팀과 협의 중이어서 정확한 날짜를 얘기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고 언급했다.
엠넷의 다른 관계자도 3일 오후 연예매체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천안함 사태 등 안팎으로 시끄러운 일들이 많았던 시기여서 예능 프로그램을 시작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편성이 미뤄졌다”면서 “트위터나 뉴스 보도 등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알렸고, 제작진에서도 김제동 측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안다. 이번에 김제동 측에서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읽어봤는데 당혹스러웠다. 누가 문제라기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왜 이렇게 정치적인 문제로 왜곡되는지 모르겠다” 김제동 측에 불만을 토로했다.
엠넷은 CJ미디어가 운영하는 오락채널으로서 이미 CJ미디어 로고송을 다음기획의 윤도현이 부르는 등, 전혀 정치성과 관계없는 방송채널이다. 김제동 측이 주장하는 대로 김제동의 정치적 행위를 문제삼았다면, 외압이라기 보다는 이미 팬 만큼 안티세력을 형성한 김제동의 시청률 확보 능력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재보선 때 역시 KBS의 ‘스타골든벨’에서 김제동이 하차했을 때 다음기획 측은 “통상적으로 방송국들이 MC교체를 할 때 취해왔던 일반적 관례에서 벗어나 전광석화처럼 전격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석연치 않은 과정 때문에 의혹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치적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다음기획의 전 본부장이면서 성공회대 겸임교수 직함을 쓰는 탁현민씨는 연일 언론에 나가 김제동 정치적 외압설을 제기하여 여론의 의혹을 증폭시켰다. 이에 한나라당에서는 10월 재보선의 패배가 김제동 측의 언론플레이에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KBS 측은 김제동이 방송에 대해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다는 등등의 이유로 하차시켰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김제동의 외압설을 정치권이 그냥 지나칠 리가 없었다. 노무현 재단은 "서거한 전직 국가원수의 공식 추도식 사회를 봤다고 해서 이처럼 야박한 보복을 당하는 것이 어느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김제동의 하차 이유를 정치적 보복으로 규정해버린 것이다. 천정배 의원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감성적인 멘트까지 동원했다.
앞으로 그 어떤 방송사가 다음기획 소속 연예인 캐스팅하겠나
10월 재보선에 이어 야당은 두 번째 김제동 효과를 보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야당 성향 젊은표를 묶는데 김제동 건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자체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민영 상업방송사의 판단을 정치적으로 비화시키며, 김제동을 정치적 인물로 오염시킨 다음기획이 또 다시 지자체 서거를 앞두고 김제동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듯한 행위를 보인 것에 대해서는 김제동은 물론 다음기획 소속 연예인 전체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듯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앞으로 다음기획 소속의 연예인들은 프로그램 하차할 때마다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것이기 때문에, 그 어떤 방송사에서도 다음기획 소속 연예인은 캐스팅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음기획 소속의 김C는 스스로 KBS ‘1박2일’에서 하차했고, 다음기획에서도 이를 밝혔음에도, 언론과 인터넷에서는 이마저도 정권의 압력이라는 설을 퍼뜨렸다. 다음기획의 잦은 정치적 의혹 제기와 당리당략적 행위가 다음기획 소속사의 연예인들에 불이익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벌써 두 번째 정치적 외압설을 제기한 김제동 본인의 문제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제동은 사실 상 친노세력을 지원하는 인물로 인식되고 있는데, 미국이나 유럽의 연예인들처럼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정확히 밟히지 않은 채,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는 걸 즐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의 “문제는 김제동이 단 한 번도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드러내지 않았는데도 대중이 그를 친노 인사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보수적인 가치를 지닌 일부 대중은 김제동의 재치 있는 입담을 듣고 마음껏 웃기 힘들다. 정치적으로 무색무취한 연예인을 원하는 대중도 마찬가지다. 방송사의 고민도 깊어간다. 김제동을 캐스팅하면 친노 인사를 캐스팅하는 셈이 된다. 시청률이 나락으로 떨어져도 쉽게 프로그램을 개편할 수조차 없다. 정치적 외압설이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라며 김제동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즉 김제동은 캐스팅되는 순간에 반노 대중들에게는 프로그램 자체가 친노편향으로 인식되는 반면, 정상적인 이유로 김제동을 하차시킨 방송사는 KBS와 같은 공영 뿐 아니라 엠넷 같은 민영상업 방송도 연예인 탄압의 주범으로 찍혀버리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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