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들어 처음이라 할 수 있는 부동산대책이 21일 확정ㆍ발표됐다. ‘주택공급 기반강화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으로 발표된 이번 부동산대책은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폐지, 분양가상한제 개선, 아파트 후분양제 보완, 수도권 전매제한 기간 완화 및 수도권내 공공택지 2개 지구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주된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고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여건을 조성하려는 목표하에 이번 대책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점차 안정되고 있는 집값 상승을 부추기거나 실수요자 내집마련을 더 어렵게 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www.DrApt.com)는 MB정부의 8.21대책의 내용과 이 대책의 효과 내지 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보기로 한다.
수도권 전매제한 기간 완화
[내용] 현재 수도권은 공공택지의 경우 전용면적 85㎡ 이하의 중소형은 10년, 85㎡를 초과하는 중대형은 7년 동안 전매가 금지되고, 민간택지의 경우에는 중소형은 7년, 중대형은 5년간 전매가 금지되고 있다.
이 전매금지기간을 공공택지의 경우 과밀억제권역과 기타지역으로 나누어 중소형은 7년(과밀억제권역), 5년(기타 지역)으로, 중대형은 5년, 3년으로 완화하고, 민간택지의 경우는 과밀억제권역 중소형은 5년, 중대형은 3년으로, 기타지역은 공급면적에 관계없이 투기과열지구에 해당하면 3년, 비투기과열지구는 1년으로 완화했다.
[영향] 그간 전매제한 기간이 워낙 길다보니 청약을 기피하게 되는 현상이 빚어졌는데, 전매제한 기간이 단축되면 청약자들의 보유기간에 대한 부담이 그만큼 줄게 되고 청약 인기는 이전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약 인기 상승에 따라 침체되었던 분양시장 활성화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세력까지 가세해 청약경쟁률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는바, 그렇게 되면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 기회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자금흐름을 근본적으로 막고 있는 대출규제 완화 등이 뒤따라 주지 않는 한 수요층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어 주택수요를 확대하고 신규주택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목표가 그대로 달성되기는 어렵다.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폐지
[내용]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조합설립인가 후 등기시까지)는 2003년 9.5대책 때 마련된 것으로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을 차단하기 위해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조합 설립인가를 받은 뒤에는 조합원 자격을 사고 팔 수 없도록 하는 규제이다.
정부가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를 폐지한 것은 지위양도시 양도세가 부과되고, 거래활성화로 인한 가격상승시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으로 이익환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단기차익 실현이 어려워 주택투기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영향] 조합원 지위양도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는 등의 보완 장치가 있다고 해도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을 차단하기는 역부족이다. 현재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를 폐지하는 것은 투기세력 등장으로 재건축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파트 후분양제 폐지 및 보완
[내용] 아파트 후분양제는 당초 주택 구매자들이 ‘상품’인 주택을 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2007년 도입 예정이었으나 2006년부터 집값이 급등하면서 1년 뒤늦은 올해부터 시행한 것으로 올해부터 내년까지는 40% 이상, 2010년부터 2년간은 60% 이상, 2012년 부터는 80% 이상 지어진 상태에서 분양하도록 로드맵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러한 후분양제를 재건축 일반공급분에 대해서는 후분양제를 전면 폐지하고, 공공아파트는 “원칙적 후분양, 필요시 선분양”이라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고 민간아파트에 대해서는 자율적으로 선택해서 시행하도록 하였다. 사실상 후분양제를 폐지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후분양제를 사실상 폐지하기로 한 것은 후분양제 시행으로 주택 분양시기가 늦어져 공급지연으로 집값 불안이 야기될 수 있고, 이미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분양가 상승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후분양제의 실효성이 저하되었으며,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분양가격이 오히려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논리를 들고 있다.
[영향] 후분양제의 사실상 폐지는 지어진 집을 보고 살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포기한 것이다. 시세를 고려하여 분양가를 책정하고자 하는 현 후분양제 시스템이 분양가 인하에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으나, 후분양제가 폐지되면 사실상 유명무실화된 분양가상한제에 이어 분양가 통제시스템이 모두 붕괴된 것이나 다름없다.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후분양제의 실효성이 저하되었다는 논리가 맞지 않음이 드러난 것으로 향후 분양가 상승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다. 선분양제로의 회귀는 주택수요자를 위한 정책이라기 보다는 주택업계나 건설업계의 논리에 굴복한 특혜성 정책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분양가상한제 개선
[내용] 2005년 8.31후속대책으로 공공택지에서만 시행되어 오던 분양가상한제가 지난해 9월 1일부터 민간택지까지 전면적으로 시행되었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20% 내외의 분양가 인하가 예상되었고, 실제로 분양가 인하 및 주변지역 아파트값 상승을 저지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사업성이 저하되었다고 판단한 주택 및 건설업계가 분양을 기피함으로써 민간부문의 공급 위축 가능성이 상존함에 따라 택지비와 건축비에 소요되는 실제 비용을 인정하여 민간건설경기를 활성화하자는 것이 분양가상한제를 완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분양가상한제 완화는 그간에도 몇 차례 여당을 통해 나왔던 것으로 별반 새로울 것이 없다. 입지 및 건축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주상복합의 가산비를 추가로 인정하고, 민간택지 매입가를 감정가 수준이 아니라 감정가의 120%에다 가산비(연약지반 공사비 등 실투입비)까지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영향] 지난 7월 ‘단품슬라이딩제’도입을 통해 건축비가 평균 4.4% 오른데 이어 9월 기본형 건축비가 3~5% 인상될 예정으로 있어 이미 분양가상한제가 이미 유명무실화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다 택지비까지 인상해주겠다고 하는 것은 분양가상한제 개선이 아니라 사실상 포기와 마찬가지다. 건축비 인상에다 실매입가 수준의 택지비 산정으로 분양가 상승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이미 분양이 예정된 판교, 동탄신도시 등 아파트 분양가가 바다 많게는 3.3㎡당 300~400만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도권내 공공택지 2개 지구 확대
[내용] 기 지구지정된 공공택지 중 오산 세교2지구 및 검단 신도시를 확대하여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 확대안에 따르면 오산 세교2지구의 경우 기존 2.8㎢와 세교3지구 5.2㎢를 통합하여 8.0㎢로, 인천 검단신도시는 기존 11.2㎢를 18.1㎢로 확대되고, 공급가구수도 세교지구의 경우 1만4천호에서 3만7천호로, 검단신도시는 6만6천호에서 9만2천호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그간 MB정부는 참여정부와는 차별성을 둔다는 차원에서 신도시 개발보다는 도심 재개발사업을 통한 공급확대에 역점을 두었으나 이번 택지지구 확대 개발을 통해 그간의 방침을 완전히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영향] 이번의 공공택지 확대 개발은 중ㆍ장기 수도권 주택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시장상황에 따른 민간공급 위축에 대비하여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나 수도권 미분양아파트 1만8천여가구 중 7천가구 이상이 오산을 비롯한 경기 남부에 집중되어 있음을 간과한 결정이다.
판교, 광교, 동탄에 이어 오산 세교지구까지 신도시급으로 개발됨으로써 경기남부권의 거대 주거벨트가 형성되어 어느 정도 가격안정에 기여할 수는 있겠다. 다만 정확한 수요예측 없는 단순 건설경기 부양을 위한 공급은 결국 미분양을 양산하게 되고, 오히려 주택 및 건설업계의 자금난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송도, 영종도, 청라, 검단, 한강신도시로 이어지는 서해안 벨트에서도 마찬가지다.
총평
8.21대책은 거래활성화 및 가격안정을 위한 대책이라기 보다는 건설경기 부양을 위한 대책이라 해도 무방할 듯 싶다. 전매제한 완화, 분양가상한제 개선, 후분양제의 사실상 폐지 등 어느 모로 보나 필연적으로 아파트값 내지 분양가 상승을 유발하는 것으로 주택수요자보다는 주택업계나 건설업계를 우선순위로 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는 단기 차익을 노리려는 투기세력 가담으로 그나마 안정되고 있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을 다시 상승시킬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실수요자 거래 활성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오히려 분양가 상승, 청약경쟁률 심화 등으로 실수요자의 내집마련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건설경기를 확실하게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되는 것도 아니다. 분양가를 높이고 신도시 개발을 통해 주택업계의 공급의지를 부추긴다 해도 경기침체, 금리인상, 대출규제 등으로 가뜩이나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오히려 미분양만 늘릴 소지가 다분하다. 건설경기나 분양시장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정책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정책, 입지, 분양가 3박자가 두루 갖추어져야 한다.
이번 대책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시공사 조기선정, 안전진단 절차 간소화를 통한 재건축(재개발) 사업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하고 층수제한을 완화함으로써 도심공급 확대를 유인하였고, 지방 소재 1세대 2주택 양도세 중과 배제 대상 저가주택 범위를 광역시 권역까지 3억원으로 확대하여 지방 미분양주택 해소 및 거래활성화의 틀을 마련하였다.
부동산 정책은 어느 한쪽에 편향되거나 추가적인 대책이 예고되어서는 그 효과가 발휘될 수 없다. 수박 겉핥기식 대책보다는 거래활성화, 집값 안정, 건설경기 부양이라는 큰 명제를 두고 세제, 금융규제, 거래 및 보유 규제 등이 종합적으로 개선되거나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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