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 한국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외치고 있으나 아직도 사업을 추진하려면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지적했다.
강 회장은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재계회의 참석 중 기자들과 만나 "기업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한국에서는 투자를 하려고 해도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기회를 놓치기 십상"이라면서 "STX가 국내에 부지를 확보하고도 조선소 설립을 포기하고 중국에 진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중국 다롄(大連)에서 지난해 3월말 착공한 조선소가 딱 1년만인 올해 4월초 가동될 정도로 중국에서는 사업추진 속도가 빠르다"고 한국과 중국의 경영여건을 대비했다.
강 회장은 중국의 새 노동법 시행 등 경영여건의 악화와 관련해서는 "우리의 경우 중국 사업장에서 쓰는 인력이 모두 정규직이어서 새 노동법으로 큰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중국의 정책이 자주 바뀌어 미래가 염려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조선소 설립을 위해 이미 3년전에 확보한 경남 부지는 환경문제 등을 내세운 지역주민의 반대로 지금까지 손도 못대고 있다"면서 "지역주민들과 등지고 사업을 할 수는 없으므로 현재로서는 조선소 설립을 강행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정부가 과거처럼 공단을 직접 조성해 기업에 공급해주거나 아예 지방자치단체에 관련 권한을 모두 넘겨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고 "중앙정부가 기업 스스로 공단을 만들라고 하고는 규제권은 놓지 않고 있으니 기업으로서는 코스트가 올라가고 사업시기도 놓치게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직접 뛰고 있는 것과 관련해 강 회장은 "최고책임자뿐만 아니라 정부의 실무자들까지 함께 바뀌어야 투자가 활발해질 것"이라면서 "해외에 나갔던 일본 기업들이 '유턴'하는 것을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노르웨이 크루즈선 제조업체 아커야즈 인수와 관련해 "유럽연합(EU)의 관련 위원회가 지적한 문제들에 대해 모두 답변했으므로 인수 승인 시한인 5월15일 이전에 인수승인이 날 것으로 본다면서 "독과점 문제 등 인수에 걸림돌이 될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산업계의 뜨거운 관심사인 대우조선 인수에 대해서는 "대우조선이 좋은 회사인것은 분명하지만 어떤 형태로 매각되느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 회장은 "대우조선을 자기 사업에 보탰을 때 나쁠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은 없겠지만 갖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인수전에 참여할 지, 하지 않을 지, 한다면 단독이 될 지, 컨소시엄 형태가 될 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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