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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일중 기자 = 지난 23일 서울 대학로의 자유극장. 자주 터지는 박수와 환호로 극장 분위기는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장유정 작ㆍ연출) 공연장이다. 이날의 주 관객을 두 부류로 나눈다면 한 쪽은 40대, 50대 여성들. 대학로 뮤지컬 치고는 흔치 않은 경우다. 다른 한 쪽은 주로 객석 앞쪽에 진치고 있는 젊은이들로 출연배우들의 열성 팬들. 분위기로 봐서는 이 뮤지컬을 처음 보러 온 게 아니라 적어도 두 번 이상은 본 관객들이다. 짐작이지만 두 부류 모두 처음부터 이주원 배우를 보러 온 손님들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이주원은 예상치 못했던 '선물'이다. 관객들은 이주원의 연기에 마냥 즐겁기만 하다. 그가 극중에서 맡은 건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여성 역할. '오로라'라는 이름의 지성적이고 매혹적인 묘령의 법률사무소 여직원 역을 하는 이주원에게 관객들은 "얘! 저 S라인 좀 봐라."고 탄성을 내면서 킥킥댄다.




그러나 그가 극중에서 다른 역, 즉 경북 안동 이씨 집안의 맏며느리로 시집와 시부모와 남편을 섬기고, 자식을 애타게 그리며, 결국 치매를 앓으며 죽어가는 순례 역을 할 때는 숨을 죽인다.




"이번 역은 지금 저한테 가장 많은 기쁨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이주원은 지난 10년간 뮤지컬배우 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이번처럼 많이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고 인기를 끈 적은 없었다고 얘기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신은 "그간 노력한 만큼의 평이 없었고 그늘 속에 산 배우"였다.
그렇다고 그가 무명배우 노릇만 해 온 건 아니다. 청주에서 연극배우 생활을 하다가 1999년에 서울 와서 오디션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작품은 다름 아닌 '지하철 1호선'(김민기 번안ㆍ연출)이다. "원래는 연극만 했는데 대학로 학전에서 뮤지컬 '의형제'를 본 후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는 그런 장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마침 '지하철 1호선' 배우 모집한다는 걸 알고 응모했는데 바로 된 거예요. 아주 운이 좋았어요."
'뮤지컬 1호선'은 데뷔작인 만큼 성취감을 안겨준 작품이었지만 초기에는 그에게 극심한 좌절감을 안겨준 작품이다.
"주어진 역이 '걸레'였어요. 창녀 역이죠. 방은진이나 오지혜 같은 기라성같은 선배들이 맡았던 거예요. 그런데 관객들이 제 연기력, 노래가 다 떨어진다고 온갖 악평을 인터넷에 올렸어요. 제가 뮤지컬 배우가 아니었기 때문에 저에 대한 믿음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정말 그때는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남고 싶어서 잠자는 시간 빼놓고는 걸레 노래, 걸레 연기만 생각하고 살았어요. 한 3개월 지나니까 저를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나고 어느 한 분이 인터넷에서 저를 비판하는 사람들과 대신 싸워주고…. 그 때부터 자신이 붙기 시작했어요."
독일 베를린으로도 공연을 가는 등 그는 오랜 기간 '지하철 1호선' 멤버로 활동했다.
그 이후 이주원은 '블루사이공', '고도를 기다리며', '밑바닥에서', '오 당신이 잠든 사이', '프로포즈', '햄릿', '화장을 고치고까지' 등 주로 창작뮤지컬 초연에 출연해 연기자로서의 능력을 다져왔다. 이번 '형제는 용감했다' 출연은 '오 당신이 잠든 사이'로 첫 인연을 맺었던 장유정 연출의 제의로 이뤄졌다. "장유정 연출이 오로라와 순례 역을 1인2역으로 간다는 목표를 세웠던 것 같아요. 그간 오로라 연기를 하면서 제 안에 감춰졌던 밝은 부분을 끄집어내는 게 힘들었어요." 이주원은 '오 당신이…'에서는 알코올 중독 환자인 정숙자 역을 해냈었다.
그는 '형제는 용감했다'에 40, 50대 여성이 많은 것에 대해 주변에서 들은 얘기를 전한다.
"최근에 어르신들 관객이 많아졌어요. 처음에는 젊은 분들이 많이 와서 보셨는데 재미있으니까 효도한다고 부모님들께 티켓을 사드리는 모양이에요. 이 뮤지컬 소재가 가족애잖아요. 자식이 바라보고 생각하는 부모, 부모가 생각하는 자식. 남녀노소 관계없이 누가 봐도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주원은 앞으로 기회가 되면 영화도 하고 싶다고 한다. "가슴에 묻어둔 아픔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내서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 좋아요." 그의 말이다. 영화 '밀양'에서의 전도연 또는 '오아시스'에서의 문소리의 역할 같은 것이 그가 해 보고 싶은 것이다.
'형제는 용감했다'에는 이주원 외에 박정환, 송용진, 정동현, 추정화, 정수한, 안세호, 이미영, 박훈, 이진규 등이 출연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공연은 오는 6월8일까지. 공연문의는 ☎02-738-8289. (사진=강일중)
kangfa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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