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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동작, 김경재 종로 출마의 상상력

영호남 중도 통합 정치는 정녕 불가능한 꿈인가

뷰스앤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친박계의 서청원 측에서 호남의 대표성을 띈 정치인 한화갑과 접촉하여 “영남 뿐 아니라 호남까지 아우르는 기획을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서청원 측에서는 이를 부인하지 않았으나, 한화갑 측에서 “직접적 접촉은 없었고 현재까지는 호남의 무소속 연대를 구상하고 있는 정도”라 밝혔다.

김무성을 중심으로 한 영남의 무소속 연대와, 한화갑을 중심으로 하는 호남의 무소속 연대라면, 노선 상으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섬세한 차이를 구분한다 해도, 아주 온건한 개혁과 아주 온건한 보수이다.

호남의 무소속 연대나 영남의 무소속 연대나 고민거리는 2000년 총선의 민국당과 2004년 총선의 민주당 학습효과이다.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에 의해 숙청당한 김윤환 등이 민국당이라는 영남당으로 승부를 걸어보았지만 참패했다. 2004년 민주당의 경우 역시 호남에서 열린우리당에 참패했다.

이는 영호남 유권자들의 심리를 이해한다면 당연한 결과이다. 영남의 유권자나 호남의 유권자는 자신들의 정치세력이 지역주의에 안주하지 말고, 폭넓은 지역으로 진출해주기를 바란다. 영호남에 앉아서 “우리를 지켜달라”고 외쳐봐야, “억울한 심정이야 이해하겠지만, 그것과 정치적 비전이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라는 반문이 되돌아 온다. 2008년이라고 다를 바 없다. 공천에서 탈락한 박근혜계 정치인들이 무소속 연대를 해봐야, 영남당은커녕 대구당도 바라보기 어렵다. 호남의 무소속 연대는 더욱 절박하다. 절차나 정체성을 따지자면, 반민주적 노무현식 모험주의 노선에 의해 희생당했으나, 대외적으로는 구태 정치인을 타파했다는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끼리 모여서는 해당 지역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없다.

반면, 이들이 만약 중도노선으로 통합을 해버리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영호남에서는 갑작스런 통합에 지역민들이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으나, 수도권에서는 다른 판도가 벌어진다.

이렇게 예를 들어보자. 박근혜가 온건 중도 보수 노선을 들고 정몽준, 정동영이 각출을 벌일 서울 동작에 출마한다. 또한 김경재가 온건 중도 개혁 노선을 들고, 손학규와 박진의 종로에 출마한다. 총선은 사실 상 이 지역구 두 곳에서 결판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남과 보수 유권자 층을 놓고 정몽준과 표를 가른다. 그럼 정동영이 어부지리를 얻는가? 그렇지 않다. 종로에 출마한 김경재가 “정동영은 호남을 노무현에 팔아먹은 사람일 뿐 호남을 대변할 수 없다”는 지원유세를 하면, 박근혜가 호남의 표도 가른다.

종로의 상황은 더 쉽다. 김경재는 손학규와 정통 민주세력과 호남의 표를 가른다. 이미 한나라당에 몸담은 전력과 호남과 아무런 상관없는 그의 정치이력으로 볼 때, 김경재에게 훨씬 더 유리한 구도가 형성된다. 여기에 박근혜가 지원 유세하여 보수와 영남표를 갈라주면, 김경재가 매우 유력한 후보가 된다.

한국의 영호남 지역주의는 사실 상 서울의 문제이기도 하다. 서울의 표심이 해당 지역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2004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호남에서 힘을 못 쓴 것은 수도권에서 궤멸을 당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작과 종로에서 박근혜와 김경재가 선두를 달리는 순간, 영호남의 표심을 잡는 건 그 만큼 쉬워진다.

여기에 한 가지 이벤트를 덧붙이자. 박근혜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 호남의 정치인이 출마한다 가정하자. 그야말로 아무런 이유없이 낙천해버린 목포의 이상렬 정도면 적당하다. 박근혜가 서울에서 승승장구한다면, 박근혜의 호남 대리인 이상렬은 대구 달성의 당선을 넘볼 수 있다. 반면 호남 광주에는 박근혜의 오른팔 유승민이 출마한다 치자. 대구 시민이 이상렬을 지지해주는데, 광주 시민이 설마 유승민을 내치겠는가? 그래도 불안하다면, 역시 영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인, 한화갑, 김무성이 해당 지역에 남아, 각자의 유권자를 설득해주면 된다.

서울과 영호남에서 승기를 잡는다면, 충청, 강원, 제주 등의 표심은 그대로 따라오게 되어있다.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대립, 이념대립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매우 간단하고, 의미있는 기획이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영남과 호남, 개혁과 보수는 절대 통합될 수 없다는 허위 이데올로기를 양 진영의 어용 언론들이 국민들에 맹목적으로 세뇌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정치인들이 입만 열면 이야기하는 국민을 위한 정치는 대체 무슨 구호란 말인가. 어차피 잔류 민주당이나 제2의 민국당이나 실패할 것은 마찬가지라면, 되든 안 되든 국민들에게, “그래도 저 사람들이 올바른 정치를 해보려 하는구나” 이런 감동이라도 주어야 재기라도 노려볼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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