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 콜롬비아 정부군이 에콰도르와의 국경을 넘어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2인자를 사살한 것과 관련,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 정부가 주권침해라며 병력을 국경지역에 이동배치하고 보고타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는 등 3국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일 일요정례 프로그램 '알로! 대통령'에서 콜롬비아와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선언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에콰도르 정부가 병력을 콜롬비아와의 국경지방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밝히고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이 어떠한 상황에서 무엇을 요구하든 지원하겠다"며 전쟁 위협을 구체화했다.
차베스 대통령의 발언은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가 중간에 끼어있는 콜롬비아를 협공할 수 있다는 의미인 데 차베스의 전쟁불사 위협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BBC는 차베스의 전쟁위협은 그와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원망 차원에 불과하고 양국 국민들 사이에서 전면 전쟁으로까지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BBC는 그러나 최근 2차례에 걸쳐 인질 6명을 석방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온 FARC가 가까운 장래에 인질을 추가로 석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았다.
▲베네수엘라-콜롬비아-에콰도르 국경 실태 = 지난 40년 이상 콜롬비아 정부를 상대로 무장투쟁을 해 온 FARC는 '치고 빠지는' 전술을 구사해 왔다. 병력과 화력이 월등히 부족한 현실에서 천혜의 정글을 최대한 활용한 전술이라 할 수 있다.
국경선이 분명하지 않은 정글 지역에서 FARC로서는 정부군에 게릴라 공격을 한 후 국경을 넘어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로 도피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술이다.
이번에 사망한 FARC 2인자 라울 레예스도 에콰도르 국경을 넘어 1.8km 지점에서 폭격을 당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앞으로도 정부군과 게릴라들 사이에 추격전이 벌어지면 콜롬비아 정부군의 국경 침범이 재연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최근에는 FARC의 전력이 현저히 약화되면서 아예 베네수엘라 정글을 주요 캠프로 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차베스로서는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영토주권 침해를 구실로 전쟁을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차베스의 현실 = 그러나 차베스의 전쟁위협은 어디까지나 입씨름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과 미국을 비난하는 차원에서 그친다는 설명이다.
차베스는 일요 연설에서도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다만 미 제국 혹은 그 무릎강아지인 우리베 대통령이 우리를 약화시키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베스는 또 "우리베는 범죄인이다. 그는 거짓말쟁이일 뿐 아니라 마피아다. 그는 민병대로 테러국가를 이끌고 있다"고 인신공격을 퍼붓고 "콜롬비아가 남미의 이스라엘이 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차베스는 콜롬비아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고 직원들을 불러들이라고 명령했으나 이미 작년 11월 FARC 인질석방과 관련해 우리베 대통령과 설전하면서 대사를 소환한 상태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
차베스로서는 국내적으로 사실상 종신집권 욕심을 담은 개헌안이 작년 12월 부결된 데 이어 기본 식료품마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전쟁을 시작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콜롬비아와의 전쟁은 사실상 콜롬비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 제국'을 상대로 하는 전쟁인 만큼 전쟁도발 모험은 상상하기 어렵다. 미국에 대한 비난을 계속하면서 베네수엘라의 젖줄이라 할 수 있는 원유의 절반 이상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현실은 그의 말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따라서 우리베 대통령에 대한 차베스의 위협은 자신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또 우리베 대통령의 집권 동안에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에콰도르의 딜레마 = 코레아 대통령은 당초 예정했던 쿠바 방문을 취소하고 '주권침해'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코레아 대통령은 당초 "게릴라가 먼저 공격을 해와 대응했다. 총격이 오가는 추격전의 와중에서 국경을 넘었다"는 우리베 대통령의 전화통보를 받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베 대통령의 설명과 달리 "좌익게릴라들이 잠옷차림으로 죽어간 만큼 추격전은 없었다"는 현지보고를 받고 강경입장으로 선회했다.
코레아 대통령으로서는 주권침해에 맞선 대응도 필요하지만 좌파 동지 차베스가 에콰도르 영토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초강경 대응으로 나오는 상황에 떠밀려 동조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처해있다.
여기에다 에콰도르에 미 공군기지가 있다는 것도 에콰도르 당국으로서는 빼놓을 수 없는 감안 요소라 하겠다.
미국은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에서 남서쪽으로 260km 떨어진 만타에 공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파나마의 하워드 공군기지가 1999년 임차계약 만료로 폐쇄됨 따라 태평양 연안의 만타 공군기지에 220명의 병력과 공중조기경보기(A3 AWACS)와 P3 오리온 정찰기를 배치,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마약을 적발하는 임무를 맡겨왔다.
에콰도르 정부가 차베스의 장단에 따라 등뒤에 미군을 두고 미군이 버티고 있는 콜롬비아로 진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강경 우파로 꼽히는 우리베 대통령을 적극 지원해 온 미국 정부는 차베스 대통령이 전쟁을 운운하는 등 강경론을 펴는 데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텍사스 주를 방문중이던 고든 존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콜롬비아 당국이 인질을 붙잡고 있는 테러조직 FARC를 토벌하는 것에 대해 베네수엘라가 이상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국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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