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KAIST(한국과학기술원)발(發) 교수개혁 조치가 대학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KAIST는 연구 실적이 부진한 교수 6명을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지난해에도 연구ㆍ강의 실적 심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교수 15명이 정년 보장(테뉴어)을 받지 못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이언스ㆍ네이처 등 국제 유명 학술지에 조작된 논문을 발표한 김모 교수를 대기발령시켰다. KAIST는 김 교수 연구에 공동으로 참여했던 한 벤처기업이 실험 결과가 재현되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철저히 검증해 사진 조작 등을 밝혀냈다. 대학 스스로 논문 조작 사실을 파헤쳐 공개한 것이다. KAIST의 교수 경쟁력 강화 조치가 국내 모든 대학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대학들은 통상 3년마다 교수들의 강의ㆍ연구 실적을 평가해 재임용 심사에 반영한다. 하지만 탈락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일부 대학에서 재임용 탈락이 있었지만 대부분 실적과는 무관하며 정치적 이유나 재단에 밉보인 경우가 많다. 또한 정년 보장 심사에 떨어져도 몇 번씩 기회가 주어지거나 3년마다 재계약하는 식으로 정년을 채운다고 한다. 심사다운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KAIST가 나이나 서열, 호봉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실적'만으로 교수를 퇴출시킨 것은 이런 요식행위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자질이 떨어지는 교수를 걸러내지 않으면 대학의 경쟁력은 높아질 수 없다.
논문 조작 자체 적발은 교수사회에 경종을 울리고도 남는다. 김 교수가 2005년 7월과 2006년 6월 각각 발표한 논문은 암세포만 찾아가는 `미사일 항암제' `노화 억제 신약' 등 약효가 뛰어난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때문에 김 교수 논문 조작 사건을 `제2의 황우석 사건'으로 부르고 있다. 한국 학계의 신뢰도가 또 한 번 추락한 것은 물론 국가 신인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논문의 조작과 표절, 중복 게재는 학문적 범죄행위다. 사기나 절도와 다를 바 없다. 솜방망이 처벌로는 근절시킬 수 없다. KAIST의 자체 정화 노력과 강력한 제재가 돋보이는 까닭이다.
교육의 경쟁력 강화가 새 정부의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면서 대학, 특히 교수들이 강의와 연구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국대의 교수 강의평가 실명 공개도 그 일환이다. 그럼에도 상당수 교수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반대하고 있다. 국민에게는 공무원 철밥통보다 더한 교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핑계로밖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강한 자극 없이는 교수사회 개혁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최근 고위 공직자 내정 과정에서 보듯 우리 대학과 학계에는 논문 표절, 이름 끼워넣기, 대필, 중복 게재가 아직도 만연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교수들이 정ㆍ관계 등을 곁눈질하지 않고 본분인 강의와 연구에 매진할 때 표절과 조작이 사라지고 경쟁력도 높아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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