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수돗물 한때 공급중단..경찰등 유입경위 조사
잇단 수질오염사고에 낙동강유역 주민 불안
(구미=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대구.경북지역의 주요 상수도 취수원인 낙동강에서 유해 화학물질인 '페놀'이 유입되는 사고가 발생해 하마터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이 사고로 경북 구미 및 칠곡지역의 상수도 공급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이어졌다.
앞서 낙동강에서는 지난 1991년 한 전자회사가 페놀폐수를 무단방류해 낙동강을 취수원으로 하는 대구 일부지역에 상수도 공급이 전면 중단된 적이 있고, 최근에는 발암물질인 1.4-다이옥산과 퍼클로레이트도 검출된 적이 있어 지역 주민들은 긴장하고 있다.
◇ 사고 발생 = 2일 오전 10시20분께 경북 구미시 해평면 문량리 낙동강 구미광역취수장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페놀이 검출돼 구미시와 칠곡군 일대에 상수도 공급이 중단됐다.
구미광역취수장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 구미권관리단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50분께 고아읍 괴평리 낙동강 숭선대교의 상류 4㎞ 지점에서 페놀이 0.001ppm이 검출된 이후 구미광역취수장 취수구에서 10시20분께 기준치인 0.005ppm을 초과해 검출됐다.
이에 따라 수자원공사는 이날 오전 10시45분부터 구미시와 칠곡군 일대에 공급하던 상수도의 공급을 중단,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가정용 탱크에 저장된 물을 사용하는 등 물 공급이 재개될 때까지 큰 불편을 겪었다.
◇ 비상급수 및 상수도 취수 재개 = 생활용수 공급이 중단됨에 따라 경북도와 구미시, 수자원공사측은 다른 지역에서 수돗물 3만병(350㎖ 기준)을 긴급하게 공급받아 각 가정에 우선 보급하는 등 비상급수에 들어갔다.
이어 오전 10시20분께 구미시 해평면 문량리 낙동강 구미광역취수장에서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던 페놀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자 한국수자원공사 경북 구미권관리단은 이날 오후 3시45분부터 취수를 재개했다.
수자원공사측은 취수장과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고아읍 괴평리에 있는 정수장도 가동에 들어가 이날 오후 10시께부터 생활용수 공급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추정 사고 원인 및 수사 = 경북도와 구미시 및 환경당국은 낙동강에서 검출된 페놀이 1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김천시 코오롱유화 김천공장 페놀수지 제조시설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유입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
화재가 난 코오롱유화 김천공장과 페놀이 검출된 낙동강 구미취수장은 낙동강 지류로 연결되며 거리는 수십㎞에 불과하다.
코오롱유화 김천공장 페놀수지 제조시설에서는 1일 오전 3시 10분께 폭발과 함께 불이 났으며 공장에 쌓여있던 페놀수지 10여만ℓ 등 인화물질이 대부분 불에 타거나 소실됐다.
환경당국은 공장에 있던 페놀 일부가 진화과정에서 사용된 물에 섞여 낙동강으로 흘러들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유입 경로를 역추적하는 한편 페놀의 정확한 유입량을 파악하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유출원인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하류구간의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또 경북지방경찰청도 화재가 발생한 코오롱유화 김천공장과 진화에 동원된 소방관계자, 환경당국 등을 불러 페놀이 낙동강까지 흘러들게 된 경위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김천시와 구미시 등 행정기관이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 사용된 물에 공장안에 있던 페놀이 섞여 낙동강 지류를 타고 상수원인 낙동강으로 흘러들 가능성을 파악하고 수질오염 방지책 매뉴얼에 따라 제대로 방제을 했는지 여부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또 일반의 추측과 달리 페놀이 화재가 난 코오롱유화 공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흘러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문제점 = 이번 낙동강 페놀 유입사고는 `예고된 사고'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화재가 난 코오롱유화 김천공장은 낙동강 지류를 통해 낙동강과 연결되지만 페놀이 지류를 타고 낙동강 취수장까지 흘러올 동안 수자원공사를 제외한 다른 관련 기관은 대부분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낙동강 지류가 본류에 합류하기전 방제작업만 충실히 했다면 이번 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화재가 있은 뒤 수자원공사가 페놀 등 유해물질이 낙동강에 유입될 것에 대비해 비상근무를 실시하면서 감시를 강화한 덕분에 페놀 유입을 신속히 파악할 수 있었지만 자칫했으면 엄청난 2차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시민 A(44)씨는 "대구.경북, 부산.경남의 가장 중요한 취수원으로 사용되는 낙동강 중류 지역인 구미.김천지역에 유해물질을 다루는 생산시설이 너무 많이 위치해 있는데 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 하류지역 비상대책 마련 = 환경부와 대구시, 경북도는 합동으로 낙동강 하류지역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또 장기간의 급수 중단 등 급수체계에는 문제가 생길 것에 대비해 비상급수체계를 갖추기로 하는 한편 낙동강에 유입된 페놀의 농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상류지역인 임하.안동댐 등의 방류량을 크게 늘이기로 했다.
경북도는 코오롱유화공장에서 나온 물이 낙동강으로 통하는 대광천 하류에 3중의 방재둑을 설치하는 한편 오염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입수 160㎥를 2일 오후 4시30분께 회수했다.
구미보다 낙동강 하류에 있는 대구시는 생활용수 취수지점인 달성군 다사읍 매곡취수장에서 페놀이 검출되면 즉시 취수를 중단하고 다른 지역에 있는 댐 계통 정수장에서 생산되는 수돗물과 배수지에 보관중인 수돗물을 공급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지난 91년 페놀사태 이후 모두 897억원을 투입해 오존처리 및 활성탄흡착시설을 갖춘 고도정수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있어 만일 페놀이 검출되더라도 이를 와전 제거할 수 있지만 시민의 안전을 위해 페놀이 검출되면 취수는 일시중단하기로 했다.
◇주민불편 및 불안가중 = 낙동강 페놀 유입사고로 인해 구미와 칠곡 지역에 취.급수가 중단되면서 각 가정은 물론 식당이나 목욕탕 등 대중이용시설이 영업을 중단하면서 주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경북 구미시 원남동에서 식당업을 하는 김진원(54)씨는 낮 12시께부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자 점심시간에 맞춰 들어오던 손님들을 모두 보내야 했고, 예약손님에게마저 전화로 양해를 구해야 했다.
또 물을 저장할 수 있는 물탱크가 있는 주택이나 대형 아파트 단지와 달리 저장시설이 없는 가정이나 업소 등은 충북 청주에 잇는 수자원공사 병물공장에서 가져운 병에 담긴 수돗물을 공급받아 식수를 해결했다.
특히 주민들은 지난 91년 낙동강 페놀사태에 대한 '악몽'을 되살리며 이번 사고가 91년 사고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또 2004년 대구 매곡정수장에서 발암물질인 1.4-다이옥산이 검출되고 2006년 낙동강 주요정수장에서 유해물질인 '퍼클로레이트'가 나오는 등 정기적으로 되풀이 되는 낙동강 수질오염 사고와 관련 관계당국의 적절한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주민 B(37.달서구 이곡동)씨는 "낙동강은 영남권의 제일 중요한 취수원인데 해마다 사고가 되풀이 되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페놀은 = 화학적으로 방향족고리에 히드록시기가 결합한 화합물을 통칭하는 것으로 히드록시벤젠이라고도 하며 콜타르를 분류(分溜)하거나 벤젠을 원료로 하는 화학 합성으로 만든다.
유독한 냄새가 나는 백색결정으로 수지, 합성섬유, 살충제, 방부제, 염료, 소독제 등의 원료로 쓰이며, 1일 폭발사고가 났던 김천 코오롱유화공장은 페놀과 포르말린 등 합성수지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페놀이 상수도 소독제인 염소와 결합할 경우 클로로페놀로 화학 변화해 악취가 생기며 농도 1㎎/ℓ 이상일 경우 중추신경장애, 암 등 신체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또 페놀증기를 마시면 목구멍과 코에 타는 듯한 느낌과 함께 기침, 두통, 설사, 호흡곤란 등을 야기하고 눈에 들어가면 시력감퇴, 화상, 각막혼탁 등의 증상을 보이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ee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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