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 등장인물 염석주 삶, 다큐 제작으로 밝혀내
(안산=연합뉴스) 심언철 기자 = "정부의 무관심으로 잊혀져간 독립운동가들이 너무 많아. 우리도 하는데 이제는 '할 수 없다'고는 못하겠지"
젊은이들도 아닌 60-70대 할머니들이 잊혀진 독립운동가 염석주 선생의 삶을 1년 반동안이나 추적, 50분짜리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밝혀진 염 선생의 삶과 독립운동 공적을 증명해 선생을 독립유공자로 등재하는 작업도 추진중이다.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은빛둥지 프로덕션을 창립한 강희정(78), 조경숙(79), 윤아병(70), 박춘지(67), 심설야(65), 한은명(61), 강명희(54)씨와 고문과 촬영감독으로 각각 참여한 은빛둥지 원장 라영수(69), 박상묵(61)씨.
평균연령 68세로 2006년 은빛둥지 동영상 제작반을 갓 졸업한 '신출내기 영상쟁이'인 이들이 같은해 11월 독립 프로덕션을 차렸을 때만 해도 아무도 이들이 실제로 역사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이 1년여동안 열과 성을 다해 제작한 50분짜리 다큐멘터리 '잊혀진 독립운동가 염석주를 찾아서'는 3월말 안산 예술의 전당에서 정식 상영을 앞두고 있다. 3.1절에 맞춰 상영하려 했으나 조금 늦어졌다고 한다.
이들이 찍은 작품은 역사에서 사라진 독립운동가 '염석주'의 삶을 찾아내는 작업으로 구성돼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염석주(1895~1944)는 심훈의 소설 '상록수'의 여주인공 최용신(소설 인물 채영신)의 농촌계몽운동을 뒤에서 후원했던 재력가로 실존인물임에도 독립운동의 유공을 인정받지 못하고 잊혀져간 인물.
안산 토박이인 할머니들은 어린 시절 직접 목격하거나 전해 들은 실존인물 염 선생이 소설 속 인물로만 남아있는 것이 안타까워 다큐멘터리 제작을 기획했다.
"어렸을 때 염석주 선생이 말을 타고 바쁘게 다니는 걸 많이 봤거든..최용신 선생과 계몽운동도 함께 전개했다는 얘기도 어른들한테 많이 들었고"
할머니들은 지난 1년 반동안 염석주 선생의 삶의 행적을 찾아 전국을 헤매며 그의 가족, 친지, 동료들을 찾아 증언을 수집했고 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국가기록보관소 등 전국 각지의 사료관을 찾아 자료를 모았다.
그 결과 국내외에 흩어져 살고 있는 아들과 딸 등 직계 가족을 찾아내 증언을 채취했고 그의 사회활동을 다룬 일제시대 신문기사(동아일보, 중외일보), 염 선생을 '고등계 요시찰인(要視察人)'으로 기록한 일본경찰의 내부문서와 본인 사진 등 자료를 확보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염 선생이 추공농장을 운영하며 독립군과 상해임시정부 등에 군량미 등을 지원했던 만주를 찾아 11개 도시 1천400㎞를 달리며 직접 현장을 카메라에 담고 염 선생을 기억하는 이들을 만나 증언을 수집했다.
이 곳에서 이들은 염 선생이 군량미를 지원했던 대한통군부 사령관 김창환 선생의 며느리 황명수씨를 비롯, 염 선생을 기억하는 많은 한국인과 중국인을 만나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을 생생히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다큐 상영을 앞두고 막바지 편집작업에 한창인 한편 그동안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염 선생을 독립 유공자로 등재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할머니들은 지난해 국내에서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국가보훈처에 독립유공자 등재를 요청했지만 "객관적 증빙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우리가 수집한 수십명의 증언과 자료로는 부족하다는 거야. 그 당시 문헌으로 기록된 자료를 찾아오라는데 다 일본어로 된 일본 자료인데 우리 독립운동가 자료를 어디에서 찾아"
하지만 할머니들은 포기하지 않고 지난해 11월 중국 방문길에 중국정부에 염 선생의 활동을 증명하는 자료를 요청하는 한편 옌벤대학 민족연구소 손춘일, 박창욱 교수에게 관련연구논문을 의뢰하는 등 객관적인 자료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첫 촬영을 성공리에 끝마친 할머니 영상단은 벌써부터 두번째 작품 제작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은 다음 작품에서 국가보훈처에 독립유공자로 등재된 인물 중 친일행위를 한 인물을 찾아내는 등 역사적으로 왜곡된 사실을 파헤쳐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영상단장 강희정 할머니는 "염 선생이 광복 1년을 앞두고 배신한 동료의 밀고로 옥에서 수감중 돌아가셨거든..그런데 그 배신자는 국가보훈처에 독립유공자로 등재돼 있더라고..대한민국이 이럴 수가 있나"라며 개탄했다. 은빛 머릿결을 날리며 역사의 현장을 누비는 할머니 영상단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press1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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