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맞아 강제징용 할머니들 일본에 육성 메시지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어릴 때 일본에 끌려가 강제 노역에 시달렸던 4명의 할머니가 자신들의 한 맺힌 사연을 생생한 육성으로 담은 녹음테이프를 일본 당국에 보내 관심을 끈다.
광주.전남 지역의 근로 정신대 출신 할머니들로 구성된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자유족회' 회원 4명은 28일 광주 남구 진월동에 있는 유족회 사무실에서 자신들의 사연과 바람을 담은 육성을 테이프에 녹음했다.
이 테이프에는 근로 정신대 출신의 아내와 3년 전 사별한 한 할아버지의 육성도 담겼다.
이 녹음테이프는 일본 현지에서 이들의 활동을 돕고 있는 일본인 1천여 명과 한국인들로 구성된 지원단에 전달돼 배상청구소송에 따른 재판에 쓰일 예정이다.
해방 전인 1944년 전남 순천초등학교를 졸업한 김성주(80) 할머니는 중학교에 진학시켜주겠다는 일본인 교사의 말에 속아 친구들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나고야에 있는 미쓰비시 중공업 항공기 제작회사에 배치됐다.
김성주 할머니는 그곳에서 하루 10시간 이상의 강제 노동에 시달리다 손가락이 절단되고 다리를 다치는 등 고통을 겪은 뒤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징용 사실 때문에 외로움 속에서 몸서리치며 살아온 가슴 아픈 사연을 눈물로 털어놨다.
이 녹음 테이프에 남자로는 유일하게 육성을 담은 김중권(85) 할아버지는 여동생이 징용으로 끌려가 지진으로 숨지고 여동생의 징용 동료를 만나 결혼한 특별한 사연을 전해줬다.
김 할아버지는 여동생과 3년 전에 징용 후유증으로 사별한 부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육성 녹음에 동참하게 됐다며 "동생과 아내의 명예 회복을 위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주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양금덕(79), 김정주(85), 김혜옥(78) 할머니도 초등학교 때 공부도 시켜주고 돈도 벌게 해주겠다는 일본인 교사의 말에 속아 일본으로 건너가 강제 징용으로 갖은 고초를 겪은 사연을 털어놓아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이들은 지난 1999년 3월 사단법인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와 일본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아직도 재판이 계속되고 있다.
유족회 이금주(87.여) 회장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외롭게 징용 피해자들의 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기각될 때마다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일본 정부와 우리 정부는 피해자들의 한과 아픔을 달래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cbebop@yna.co.kr
(끝)

1
2
3
4
5
6
